경문배(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 전공의 노조 TFT 위원장)

전공의노조 활성화를 위한 대한전공의협의회의 행보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06년 출범한 전공의노조는 설립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했다. 6년이 흐른 현재 대전협은 그동안 명목상으로만 존재했던 전공의노조를 부활시켜 전공의들의 인권과 수련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전협은 지난 20일 상임이사회를 통해 ‘전공의노조 TFT’를 설치하기로 하고 TFT 위원장에 대전협 경문배 정책이사(고대 가정의학과2)를 선임했다. 경문배 위원장은 노조의 일차적 목표는 전근대적인 수련 환경에 놓여 있는 전공의들의 삶을 사회적 평균 수준으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협 차기 회장선거에 단일후보로 등록한 그는 '정의를 위한 용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전공의 노조를 활성화 의지를 표명했다. 그를 만나 전공의노조 활성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전공의노조는 지난 2006년 설립됐으나 지금까지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현 시점에서 활성화 논의가 진행되는 이유는 뭔가.

“지금이 전공의노조를 활성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본다. 지난 6월 전공의결의대회에 300명 이상의 전공의가 전국 각지에서 모였고 참석자의 90% 이상이 노조 활성화에 찬성했다. 그런 분위가 관심을 나타내는 증거다. 현재 정책적으로 전공의와 관련된 현안이 많다. 응급의료법 개정도 그랬고 포괄수가제 문제도 젊은 의사들 입장에서 관심이 많다. 모순되고 잘못된 의료계 상황에 대해 전공의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전공의의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지원사격을 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원동력이다. 무엇보다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수련실태 개선을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봤을 때 지금이 노조를 활성화하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 하지만 수련병원 전공의들 가운데 노조 활성화에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이들도 저기 않았다.

“중요한 부분이다. 전공의들이 워낙 바쁘다보니 정책이나 현안, 개별 수련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식은 변화돼야 한다. 전공의 스스로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전공의노조 TFT도 전공의들의 인식제고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 노조에 대한 전공의들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갖고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공의 네트워크 구축이다. 지방 전공의 중 상당수가 대전협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최근 지방 순회 중 지방 전공의들의 상당수가 대전협이 서울과 경기위주로 돼있어 지방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지적을 했다. 총회를 할 때도 토요일 3~4시에 하면 지방 전공의는 관심이 있어도 참여를 못한다는 등 접근성에 대한 지적도 많이 받았다. 소통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되서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각 지역별 수련병원들 간 전공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중앙으로 연결하게끔 할 계획이다. 일단은 각 병원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다음은 전공의노조를 정확하게 알리기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 한국사회에서 노조는 투쟁적이고 과격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전공의들이 노조 가입에 부담감을 갖을 수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노조의 필요성 및 장점, 이를 통해 이뤄낼 수 있는 구체적 아젠다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 수련병원 및 교수와의 관계에 비춰볼 때 전공의가 노조를 가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가입원의 신원보호가 노조의 기본적 원칙이 될 것이다. 가입으로 인한 부당한 불이익 등에 부담을 되겠지만 병원이나 교수님들은 누가 가입한지 모를 것이다. 가입원서의 확실한 보안 유지를 통해 가입원의 익명성과 비공개성을 유지할 것이다. 사실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관계에서 갈등이 조장되는 문제를 대전협이 다 조정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가입한 전공의들이 피해를 안받을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가 신원보호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압박에서 맞서기 위해 많은 수의 전공의들이 노조에 가입해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 전공의 수련교육의 특성상 노조원의 교체가 단기간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집행부와 노조원들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나.

“전공의 집단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이 연속성이다. 노조가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업을 할 때  노조원이 단기간에 바뀌다보니 추진력이 약해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초기에 얼만큼 많은 전공의들이 가입할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인턴과 전공의 과정에 처음 들어오는 이들을 가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이들을 가입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이다. 각 수련병원마다 전공의와 근로계약서를 쓰게 하고 전공의 인권개선과 수련환경을 개선한다면 인턴 및 전공의 과정을 시작하는 이들의 노조 가입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따라서 첫시작이 중요하다. 병협과의 첫 협상테이블에서 얼마만큼 좋은 결과를 얻어내냐에 따라 이후 방향이 바뀔 것이다.”

- 노조 참여율이 저조할 수도 있다. 대안은 있는가.

“참여가 저조할 경우의 대안을 고민하기보다 참여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참여가 저조할 경우 노조 활성화 논의는 다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수 있다. 그래서 참여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 지방을 돌면서 많은 전공의들을 만났는데 가입 고민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설명 듣고 흔쾌히 가입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다가가서 설명을 하면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지역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집행부가 직접 발로 뛰면서 언론이나 홍보를 이용하는 전력을 통해 관심을 높일 것이다.”

- 대한병원협회가 최근 의사노조 출범과 관련해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병원 내부적으로 전공의 노조 활성화를 둘러싼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병협이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인권문제나 수련실태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여론화되면서 전공의들의 의식이 변화되니까 긴장을 느낀 병협이 수련평가 등에 대한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 입장에서 전공의의 환경이나 근로에 대한 부분을 판단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전공의가 직접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개선점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전협 회장에 취임하면 이를 놓고 병협과 많은 대화를 해야할 것 같다.”

- 대전협 신임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했다. ‘정의를 위한 용기’를 선거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대전협에 있어서 ‘정의’란 무엇인가.

“전공의들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정의다. 정의 안에는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회장에 취임하게 되면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담긴 정의를 실현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노조다. 물론 지금까지 대전협 집행부도 전공의들의 인권과 환경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차기 대전협은 노조를 통해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가려는 것이 전 집행부와의 차이다. 임기 중에 모든 것을 다 하기는 힘들다. 최소한 초석은 다질 것이다. 회장에 출마한 이유는 우리가 하려는 일이 옳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게 정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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