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작년 수립한 '한의약육성발전계획'에 포함…2014년 시범사업 실시

의협이 제작한 만성질환관리제 반대 포스터

'한의원 만성질환관리제'가 정부가 추진 중인 한의약육성발전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작년 2월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제 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한의약 의료서비스 선진화 ▲한약(재) 신속대응 안전망 구축 ▲연구개발 선진화 기반 확충 ▲한의약 산업의 발전가속화 및 글로벌화 등 4개 분야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한의약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위한 세부 과제로 만성질환에 대한 의사와 환자간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선택의원제(만성질환관리제) 도입을 주문했다.

한의약육성발전계획에 따르면 올해에는 1단계로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의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만성질환관리제 도입 방안을 연구하고, 오는 2013년 질병별 및 대상 환자별 수가모형을 개발, 2014년에는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실제로 복지부가 최근 국회 업무 보고에 앞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의원 만성질환관리제 추진은 실국별 세부업무 보고안에 이미 포함돼 있다.

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세부업무 보고안을 통해 "의과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제도 추진으로 한방 의료기관의 만성질환관리 역할 및 한의약 공공의료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며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한방 의료기관의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모형, 운영 방식 등 제도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의원 만성질환관리제 도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부산한의학전문대학원 임병묵 교수가 ‘한의약 만성질환관리제 도입 방안’이라는 주제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시작된 이 연구용역은 오는 11월 말이면 최종보고서가 제출될 전망이다.  임 교수는 보고서 내용과 관련 “보약이나 침과 식이요법, 수면 등을 병행해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맞는 요법이 다르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임상근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고 밝혔다. 

그는 “보완대체의학이나 중의학 분야에서 만성질환 치료에 대한 우수성에 대한 논문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중국은 이미 만성질환가이드가 정비돼 있다. 이번 보고서에는 한의학을 적용한 만성질환관리 프로토콜을 만드는 부분도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지난 4월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만성질환관리제가 시행되기 직전 성명서를 내고 “한의약에서는 적절한 음식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등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양생(養生)법을 강조해 왔다”며 “따라서 한의약이야말로 만성질환관리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무엇보다 한의원이 만성질환관리제에서 제외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들 의료기관의 진료 영역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임 교수는 “한의계에서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 진료를 받던 환자들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만성질환관리제 사업으로 인해 뺏길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만성질환관리제가 확대되거나 인센티브 금액이 많아질 경우 타격이 있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반면 의료계는 한의원의 만성질환관리제 참여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한의학의 특성상 과학적인 관리, 치료 및 검사와 평가 기법, 이를 모니터링할 객관적인 방법 등이 전혀 없음에도 굳이 한의사에게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관리를 맡기겠다는 것은 현 의료체계의 붕괴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는 고혈압 및 당뇨환자의 건강권과도 직결된 사안이므로 그에 따른 악결과가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복지부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한의계가 만성질환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제 연구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의협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오버액션이다. 표준진료체계 등을 갖추지 않고 만성질환관리제에 참여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의계는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이 추진 중인 수가 및 지불제도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의협은 최근 성명서에서 최근 들어 의료계가 만성질환관리제, 포괄수가제 등을 강력 반대하는 집단행동과 관련 국민건강증진을 해치는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한의협은 공단과 공동으로 진행해 온 ‘한방급여행태의 특성 분석을 비롯한 지불제도 개선방안 등에 대한 연구’ 결과도 이달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연구용역을 맡고 있는 부산한의학전문대학원 임병묵 교수는 “공단은 연간 급여비가 약 2조원에 불과한 한의과 의료기관에 총액계약제를 적용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관련 연구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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