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효율성 향상·재정절감 기여…"의료 질 포함한 '가치' 중심 심사평가 지향해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향후 10년을 내다보기 위해서는 비용 중심의 미시적 평가에서 벗어나 의료서비스 질을 포함한 가치 중심의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제시됐다. 심평원 미래전략위원회는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의료심사평가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올해로 창립 12년을 맞아 지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심평원이 가진 고민들을 공론화하고 다양한 평가와 건전한 비판을 통해 보다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첫 발제를 맡은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사진)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12년간의 의료심사평가 성과를 ▲진료비 심사 ▲진료의 적정성 평가 및 의료자원 관리 ▲급여기준 관리 및 약제 관리 ▲정보시스템 구축 및 데이터 관리 ▲대국민 서비스 등 5개 항목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심평원이 축적된 전자심사 시스템과 전문인력을 기반으로 심사의 효율성을 제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00년 36만1,000건 이던 심사건수가 지난해에는 77만3,000건으로 직원 1인당 생산성이 2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며 “이같은 비약적 생산성 증가는 IT 기술지원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료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국민의 의료비용 부담 적정화를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한 적정성 평가에 대해서는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강화하고 요양기관의 자율적 질 향상을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진료 적정성 평가 결과를 통해 중증질환 및 만성질환의 평가영역을 확대하고 의료기관 행태가 개선됐다”며 “특히 가감지급사업으로 진료행태 개선 및 재정절감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가결과에 대해 기관 단위의 관리사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점은 문제로 지적했다.

대국민 서비스 평가에서는 의료소비자의 권익 및 선택권이 향상되기는 했으나 국민의 요구에 따른 수요자 중심의 정보제공이 미흡한 점은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심평원의 설립 목적에 맞는 기능을 제고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을 구현하는 것이 향후 개선과제”라며 “의료의 질 향상, 환자안전 개선, 수가와의 연계 강화 등 심사평가 결과의 활용성 제고 및 의료자원 관리의 실효성도 확보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사진)는 의료심사평가의 향후 방향성을 중심으로 발표를 했다.

김윤 교수는 “의료세계화, 의료체계 효율화, 의료 질 향상 등을 통해 소비자가 중심인 양질의 고효율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료기관의 자율적 혁신, ‘가치’ 중심의 의료체계, 의료시장 정상화를 통한 소비자 권리보장, 정부의 혁신적 정책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존의 단순 '비용'에 대한 보상에서 의료서비스와 질을 포함한 '가치' 중심의 의료체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 교수는 “가치 기반의 심사와 평가를 연계하기 위해 중증도 보정 진료비의 평가영역을 모든 주요 질환으로 확대하고 검사 및 약제 등 진료영역별 산출도 이뤄져야 한다”며 “아울러 의료 질의 적정성 역시 암, 심뇌혈과, 관절 등의 주요질환으로 확대해 환자 안전, 환자 중심, 형평성을 평가 영역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요양기관 종별가산율을 ‘질 인센티브’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교수는 “현재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별로 구분돼 있는 종병가산율을 미흡, 보통, 우수, 최우수 등 질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으로 전환되야 한다”며 “평가기준에 비용과 질에 대한 평가결과를 포함해 대상을 진료영역에서 전체 의료기관으로 점진적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진료실명제를 통해 의사별 및 질병별 질․진료비 정보 등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비급여 진료비 확인 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진료비 적정화를 지원해야 한다”며 “주요 수술에 '2차소견 서비스(2nd Opinion)'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수술 2차소견 서비스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최초 진료기관의 진료소견 외에 수술 필요성 등에 대한 추가 의견이 필요한 경우 심평원에 문의․요청하면 심평원이 최초 진료기관 측에 의무기록, 검사결과 등을 요청해 ‘2nd Opinion Center’에 전송함으로써 환자가 센터를 방문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시스템이다.

김 교수는 “2nd Opinion 제도는 환자가 따로 의무기록이나 검사결과 사본을 최초 진료기관에 요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편의성이 높아지고 불필요한 수술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심평원이 의료심사평가의 10년 후 미래를 위해 미시적 심사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거시적 심사기관으로 발전해 국민의료심사평가원의 모습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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