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초음파 등 정보공개 콘텐츠 개발…병원계 "비급여 진료 표준화 안 됐는데 혼란만 초래"

오는 10월부터 초음파검사, 캡슐내시경검사, 다빈치로봇수술, PET, 교육상담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병원별 진료비용 비교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12일 비급여 등의 진료비 정보, 처방내역, 적정성 평가 등의 공개를 골자로 하는 ‘건강정보 콘텐츠’ 개발을 위한 입찰을 공지했다.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높이고 알권리를 신장하는 등 국민 건강생활의 편의성을 증대하기 위해 콘텐츠를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 심평원 설명이다.  

심평원의 ‘건강정보 콘텐츠 개발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이번 개발은 크게 홈페이지 서비스와 모바일 서비스로 나뉜다.

홈페이지 서비스에는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비 정보 ▲국민 주요 관심 통계자료 ▲자기 처방의약품 내역 등을 담을 예정이다.

홈페이지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비용을 병원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심평원은 일부 비여급 진료비 정보공개 사이트를 구축해 교육상담료, 초음파검사, 캡슐내시경검사, 다빈치로봇수술, PET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진료 비용을 병원명, 분류명 등으로 공개할 방침이며, 인정기준에 의한 비급여 항목의 급여기준 정보와 급여수가 정보 등로 연계할 계획이다.

모바일 서비스에는 ▲암질환 사용약제 공고 알림 서비스 ▲건강보험 적용사례 FAQ ▲요양기관 자기근무이력 조회 ▲의약품 정보 ▲진료비 가산내역 알림 서비스 ▲병원별 적정성 평가결과 추가 항목 ▲진료과목별, 질환별 전문병원 정보 ▲포괄수가제 실시기관 정보 확인 등이 담긴다.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서도 병원에 납부한 비급여 진료비가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부담했는지 즉시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2억8,470만원에 이른다.심평원 건강정보서비스부 이명희 차장은 “이번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를 높이고 정보 수요자인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 소통을 강화하자는 것이 취지”라며 “우선 공개대상인 44개 상급종합병원 이외에 종합병원이나 일반병원으로 확대할 가능성은 있지만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콘텐츠 개발이 지난 3월 박재원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 논의된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비 비교정보 제공방안의 연장선에서 실시되는 점에 비쳐봤을 때 타 종별 의료기관으로의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시 회의에서는 동일․유사한 비급여 검사도 의료기관에 따라 최대 6배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돼 소비자들에게 각 병원별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정확한 비교정보를 제공키로 결정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 안에 소비자의 이용빈도가 높고 비용부담이 큰 비급여 항목인 초음파, 임플란트, MRI(디스크 등), 내시경(소장 등) 등 20개 항목을 대상으로 44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최종적으로 오는 2013년까지 가격정보 공개 대상병원을 전국의 일반병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의료계 "단순 비용 비교는 의료를 왜곡시킬 수도"시민단체 "긍정적으로 평가…비급여 질 평가도 이뤄져야"

의료계는 각 병원간 비급여 진료가 표준화되지 않은 마당에 단순한 비용 정보만 공개할 경우 오히려 환자의 의료선택권에 혼란을 야기할뿐 아니라 일부 의료기관의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영상의학회 오주형 총무이사(경희의료원 영상의학과)는 “심평원이 과도한 정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적자원 및 장비 특수성 등 비급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용 비교를 통한 잘못된 정보전달은 의료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이사는 “병원마다 장비연식, 성능, 의료진의 숙련도 등이 다른데 데이터 수집 및 공개 과정에서 심평원이 잘못된 정보를 공개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국민의 편의성만 감안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되면 해당 병원에 치명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급여 진료비 파악은 궁극적으로 수가 결정의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

오 이사는 “심평원이 가장 목말라 하는게 비급여로 산정되는 검사나 치료의 범위”라며 “현재 급여든 비급여든 상관없이 장비를 이용하는 건수에 의해 수가가 결정되는데 보험급여 수가라도 비급여 건수와 비용이 밝혀지면 자연히 수가를 인하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비급여 내역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집행위 자체가 의료계의 수가결정 과정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심평원의 답변이 없다면 굉장히 왜곡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가 상급종합병원 경영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병협 정영호 정책위원장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받으면 안되는 것을 받는 것처럼 몰아가기 때문에 비급여가 많은 병원은 문제가 심각한 병원으로 소문이 난다”며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아예 비급여를 받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다.

정 정책위원장은 “일반병원들은 비급여 진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을지 몰라도 대형병원은 급여의 마이너스 부분을 비급여로 메꾸는 형편”이라며 “이마저 막겠다는 것은 병원 경영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중소병원들도 자칫 이 사안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한중소병원협회 백성길 회장은 “병원들이 비급여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일반 병원으로 확대될 경우 상당한 반대논리에 부딪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의 입장을 보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팀장은 “비급여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던 상황에서 병원별로 비교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최소한의 복지인 셈”이라며 “그러나 병원마다 초음파 검사 및 PET 등의 기기가 다르기 때문에 얼만큼 정밀하게 정보가 공개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순한 비용 비교 보다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질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사무국장은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그동안 시민단체가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왔던 부분인데 늦은 감이 있지만 심평원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그러나 이제 겨우 비용을 공개하는 수준일 뿐이며, 정확한 정보제공을 위해서는 비급여의 질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급여의 질에 대한 평가 지표를 시민단체나 의료계 등 이해당사자들과 조정과 논의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며 “공급자들이 지표 구상에 참가하면 향후 평가에 있어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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