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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값싼 노동자'는 전공의의 페르소나가 아니다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2.07.1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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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지에서는 전공의들의 파견수련 문제를 짚어봤다. 파견수련은 다양한 임상경험 기회를 제공해 전공의의 진료교육 질을 향상시키고 지방 중소병원 육성을 목적으로 1994년까지 복지부장관 명에 근거해 이뤄졌다. 그러다 1995년부터 병원간 협약에 의해 운영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간 전공의 파견수련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수련병원 자격을 갖추지 않은 병원으로의 전공의 불법파견과 자병원의 부실한 파견교육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지난 2007년에는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J병원이 학회 동의 및 병원신임위원회의 승인도 받지 않고 전공의들을 불법 파견한 문제가 드러나 국정감사에서 다뤄진 적도 있다.

본지가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모자병원간 전공의 파견수련은 여전히 부실한 상태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파견수련을 나간 전공의들은 빡빡한 당직근무 등 살인적인 근무시간으로 인해 수련은커녕 스스로 공부할 시간조차 없이 과잉노동과 열악한 환경 속에 방치돼 있었다.

전공의 파견수련이 이뤄지는 자병원 중에는 변변한 지도전문의초차 없거나 만성적인 의사 인력난에 시달리는 병원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전공의들은 파견수련 나간 병원의 의료인력 공백을 메꾸는 역할은 물론 심지어 수익을 위한 출장검진 등에 동원되고 있었다. 전공의들은 파견수련을 병원간 ‘의사 꿔주기’로 표현했다. 한 전공의는 “자병원에서 파견 중인 전공의는 피교육자로서 권리는 철저히 배제된 채 값싼 노동력만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파견수련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1995년 278명에 불과하던 파견수련 인원은 2005년 582명, 2011년 1,830명으로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지방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지방 중소병원과 모자병원 협약을 남발하고 있는데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병원만을 배려한 수련병원 지정이 낳은 폐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전공의를 미래의 전문의로서 바라보기보다 값싼 의사인력으로 치부하는 병원들의 인식이다. 전문의 인력 구하기도 힘들고 특히 전공의들의 인건비가 저렴한 탓에 병원들이 너도나도 수련병원 지정을 받아 전공의 정원을 확보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전공의를 그저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볼 뿐 수련병원으로서 교육기능엔 눈감은 곳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부실한 전공의 파견수련의 폐해는 당사자인 전공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료서비스 수요자인 환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과로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은 늘 의료사고의 위험을 떠안고 있으며, 부실한 수련시스템은 우수한 전문의 인력 양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의로서 꼭 필요한 기본적 술기조차 교육받지 못한 채 수련을 마치는 전공의들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로 말미암은 최종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실한 전공의 파견수련은 병원간 암묵적인 동의와 형식적인 수련병원 신임평가, 보건복지부의 부실한 관리 등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련병원 지정 취소를 당한 광주 남광병원 사례는 부실한 수련교육제도와 허술한 수련병원 관리 시스템의총체적 난맥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종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복지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 차원에서 우수한 전문의 인력을 양성하게끔 전공의가 양질의 수련을 받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지원을 확대하고, 형식적인 수련병원 신임평가를 개선하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전공의가 배움을 댓가로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구조를 수수방관할 것인가. 그 배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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