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대장암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이었던 암세포의 간 전이를 막는 물질을 개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단국대 분자생물학과 이성욱 교수팀이 대장암세포의 간 전이를 일으키는 암태아성항원(CEA)의 원인과 원리를 규명하고, 전이 과정을 막는 '핵산앱타머'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암태아성항원은 암 표지인자 중 하나로, 건강검진에서 이 수치가 높게 나오면 대장암·췌장암 등을 의심한다. 암수술 후 예후를 판단할 때도 쓰인다.

암태아성항원이 과도하게 발현(發現)하면 대장암세포의 간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세포의 간 전이는 대장암 환자 10명 중 2~7명에서 나타난다. 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되면 수술이나 항암제를 이용한 치료에 한계가 있고 재발로 사망률이 높다.

연구진은 암태아성항원의 특정부위(N말단 부위의 PELPK 아미노산 서열)가 대장암의 간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가정하고, 이 부위에 특이하게 결합하는 핵산앱타머를 개발했다.

핵산앱타머는 생고분자 물질로 항체와 성질이 비슷하다. 항체는 아미노산으로, 앱타머는 핵산으로 구성된 게 다른 점이다.

핵산앱타머는 화학물질처럼 합성과 변형이 쉽고 암 조직 투과율이 좋은 게 장점이다. 원하는 목적에 맞게 균일하게 대량의 약물을 만들 수 있으며, 염증이나 독성을 거의 일으키지 않아 차세대 신약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암태아성 항원에서 대장암의 간 전이를 일으킨다고 가정한 부위를 차단하는 핵산앱타머로 쥐 실험을 해, 대장암 세포의 간 전이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핵산앱타머는 대장암세포의 사멸(死滅)을 유도하는 성과까지 나타냈다.

핵산앱타머는 또 간 전이를 일으킬 수 있는 과발현 암태아성항원과 특이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암세포의 간 전이 여부를 진단하거나 추적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암태아성항원의 특정부위를 표적으로 하는 핵산앱타머의 개발로 대장암세포가 간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원천봉쇄해 이에 따른 사망률을 낮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소화기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소화기병학(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실렸다.<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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