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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만나다] "낙태 하고 싶다고요? 태아 심장소리 한번 들어보세요"최안나(진오비 대변인, 아이온산부인과 원장)

“미혼모로 살겠어요.”, “낙태는 불법 아닌가요?”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미혼 여성. 요즘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아이두아이두’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김선아(미혼모)의 대사다.

사실 이 대사에 쾌재를 부르다 못해 짜릿한 전율까지 느끼고 있다는 산부인과 의사가 있다. 바로 최안나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의사를 걱정하는 모임) 대변인이다. 근 4년 동안 낙태 반대 운동에 헌신해온 최 대변인에겐 그래도 우리 사회에 낙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인식이 조금씩 정착해가고 있다는 생각에 신바람이 난다.

최 대변인은 몇 년전 낙태 시술을 마구 일삼던 산부인과병원을 고발하는 용기를 보여줬고, 최근에는 낙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정책을 막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자가 무안(?)할 정도 환자가 뜸한 병원(아이온산부인과)에서 그를 만났다. 병원 출입문에는 ‘저희 병원은 낙태 시술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 환자가 너무 없는 것 같다. 공청회다 뭐다 자리를 비워서 그런건 아닌가.

"(웃음)그런거 같다. 오늘도 응급피임약 공청회가 갑자기 잡혔는데 인터뷰를 택했다. 환자가 귀해서 찾아오는 분들에게 오래 설명할 수 있는 건 좋다. 문제는 우리 병원만 그런게 아니라 동네 산부인과의원들 모두가 환자 감소를 겪고 있다는 거다. 산부인과를 자주 찾아야 여성 개개인에게 맞는 피임 상담과 검진을 해줄 수 있는데 그게 가장 아쉽다. 전문의의 피임상담이 낙태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현재로서는."             

- 처음 낙태 반대 운동을 시작한 얘기를 듣고 싶다.

"11년전, 봉직의로 근무하다가 명동에 산부인과의원을 차리게 됐다. 거기서 맞닥뜨린게 낙태 문제였다. 낙태로 살림을 불려가는 병원들이 주변에 즐비했다. 혼자서 낙태는 안한다고 하면 ‘옆에서 하면 되지’하는 식이었다. 당시 병원들은 낙태 시술로 수입이 짭짤했다. 건당 30~40만원이 실수입이었다. 낙태시술 건수가 병원 경영의 척도였다. 의사들은 공공연히 ‘나 오늘 몇건했다’고 으스대기까지 했다. 태아 심장소리를 들려주면서 낙태를 결심하고 온 임산부를 회유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의사도 국민도 산부인과가 불법 낙태로 돈버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낙태를 줄이거나 법과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아무도 하지 않고 외면하는 현실이 답답했다.  결국 의사가 먼저 양심고백을 하고 낙태 문제 공론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2009년 진오비 동료들과 뜻을 모으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낙태 반대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 ‘진오비’가 그렇게 결성된 건가.  "진오비는 2008년 산부인과 의사로서 원칙을 지키며 살고 싶은 젊은 의사들 모임으로 시작했다. 진오비의 모토는 '원칙 진료', '생명 존중' 인데 여러 현안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우리 부터 불법 시술을 하면서는 제대로 된 의료환경을 만들기 어렵다는 자각에 이르게 됐다. 낙태 문제는 산부인과 개원의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였고 이제라도 낙태를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현장에서 매일 시술하고 있는 우리부터 자정해야 했다. 이에 문제점을 사회에 알려 다함께 해결책을 찾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뜻을 모으게 된 거다."  - 동료의사로서 산부인과병원을 고발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어려웠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보다 효과적으로 낙태 문제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를 흔들어 깨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당시 고발한 병원은 광고 까지 하는 낙태전문병원, 영아살해까지 하는 큰 아기 낙태 병원, 지역의 리더급 대형병원인데 보호자 동의 없는 미성년자 낙태 시술 제보가 들어온 곳으로 이 정도는 우리 스스로 자정해야 한다고 생각한 3곳이었다. 사실 고발까지 가게 된 건 무책임한 정부 탓이다. 2010년 1월부터 불법 낙태 병원은 고발할 것이라고 3개월 전부터 정부에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낙태를 중단한 많은 병원들은 어려움에 처하고 계속 낙태를 하는 병원은 환자가 몰려 더 대박이 나는 상황이 됐다. 결국 2월 고발장을 접수하고 나서야 3월에 복지부 낙태 예방 종합대책이 나왔다. 하지만 고발 병원에 대한 사법 처리가 미진하면서 현장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게 된 거다. 낙태 방지를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예산은 고작 12억원이었다. 올해는 그나마 8억 5,000만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의지가 없는 거다. 국민도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낙태하는 의사는 돈벌이에 눈 먼 의사로 비난하더니 산부인과가 낙태 안한다고 하니까 여성을 괴롭히는 의사처럼 몰아갔다.

- 고발 효과 때문인지 요즘은 낙태를 멀리하는 경향이 보이는 것도 같다.

"드라마 ‘아이두아이두’ 팬인데 이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골드미스가 원치 않은 임신을 했지만 낙태하라는 주위의 종용을 뿌리친다. 임신 사실을 숨기지도 않고 당당하게 선언하기도 한다. 드라마에는 낙태법에 대한 찬반 토론회 장면이 나오는데, 낙태를 반대하는 산부인과의사 입장에 서서 내가 늘 외쳤던 말이 그대로 나와 감격스러웠다. '낙태 하고 행복해 하는 여성 본 적 없고,  낙태 유혹 떨치고 출산하고 후회하는 여성 본 적 없다.'는 대사다.  낙태에 대한 사회 인식이 분명히 바뀌고 있다고 느껴진다. 무엇보다 산부인과의사가 낙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인식이 바뀐 것은 의미있는 변화다. 의사들도 더 이상 낙태 시술 몇 건했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낙태 시술을 하지 않고 병원 살림을 꾸려가는 병원도 늘고 있다."

- 그럼에도 낙태 수요는 여전한것 같다. 낙태를 근절할 수 있는  대안은 없나.

"우선 국민들이 낙태의 실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피임은 귀찮고 출산은 상당한 용기를 내야 하고, 낙태는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래서는 안된다.낙태는 아예 없다고 생각하고 임신을 원치 않으면 사전 피임을 철저히 해야 한다. 낙태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은 우리 의사들의 책임이다. 진오비에서는 낙태나 피임 상담을 하러 오는 환자들에게 낙태의 위험성과 피임 방법을 알리는 안내문을 제작해 상담하고 있다. 전체 산부인과의사가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 여성단체도 실패율 높은 응급피임약이나 쉽게 사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여성의 성건강을 지킬 수 있는 피임 진료를 보험해달라 요구하길 바란다. 또 원치 않은 임신이라 하더라도 낙태하지 않고 출산할 수 있게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낙태 문제는 해결된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이 낙태 밖에 방법이 없다면 이건 선택이 아니라 낙태를 강요하는 사회다. 정부가 여성들이 낙태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특히 싱글맘이나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 임신한 여성과 아이 중심으로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국민들이 피임을 잘하면 출산율이 줄어드는게 아니고 낙태가 줄어든다. 피임 잘하는 여성이 검진도 잘받고 게획 임신도 잘해 출산율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미혼 여성들이 산부인과 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있는데 정부가 생애 전환기 검진에 사춘기 여성 검진을 넣고 학교 검진에도 고학년 여학생을 위한 산부인과 검진을 의무화하면 산부인과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과 미혼여성 성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을 앞두고 가장 답답한 게 있다면.

"안그래도 사전 피임을 제대로 안하는 실태는 그냥 두고 실패율이 가장 높은 피임법인 응급피임약의 접근성만 높이는 것은 낙태를 부추기는 정책밖에 되지 않는데도 정부는 강행할 태세다. 여성단체도 성적자기결정권 추구위해 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판매해야 한다고 하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자기 결정권은 여성을 이롭게 행사되어야지 여성을 해롭게 하는게 무슨 권리 행사인가?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은 원치 않은 성관계를 거부하고 사전 피임 없는 무책임한 성관계를 거부할 권리로 찾아야 한다. 정부가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강행하거라도 국민에게 응급피임약의 실체를 알리는 노력을 계속할 작정이다.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인식이기 때문이다. 낙태하고 싶지 않으면 응급피임약은 없다고 생각하고 책임 있는 성관계, 사전 피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계속 알릴 것이다. "

- '낙(樂)태' 카페와 '홀산'(나홀로산부인과) 지원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떨어질 낙이 아니라 즐길 락을 쓰는 락(樂)태 카페를 만들어 누구나 편안하게 임신 상담을 받고 낙태 문제를 인식할 수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올 여름이 지나면 1호점 소식을 알릴 수 있을 것 같다. 홀산 지원 운동은 나홀로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 산부인과의원을 돕는 건데, 낙태 안하고 산부인과 진료만으로도 원칙을 지키며 생존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을 회원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오로지 여성 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산부인과의사가 더 이상 낙태로 먹고 산다는 오명을 벗고, 떳떳이 산부인과의사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싶다."

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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