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연방공동위원회로 흡수 통합돼…'9:9:3' 아닌 '5:5:3' 위원 구성

건정심 전체 회의 모습.

대한의사협회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재구성안으로 제시한 독일의 연방의료심의위원회는 이미 7년 전에 없어진 조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연방공동위원회'(The Federal Joint Committee, G-BA)라는 새로운 기구에 흡수 통합된 것으로 본지 취재를 통해 파악됐다. 

앞서 본지는 지난 3일자 기사((『의협이 건정심 모델로 꼽은 獨 '연방의료심의위' 있다? 없다?』)에서 의협이 새 건정심 위원 구성안의 모델로 제시한 독일의 ‘연방의료심의위원회’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부족하다는 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의협이 본지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02년 가정의학회지에 실린 ‘독일의 보건의료제도(2002)’ 논문을 통해 의사대표 9인, 의료보험조합대표 9인, 공익대표 3인 체제로 구성된 독일 ‘연방위원회’를 언급했다.

또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기관 단체계약제에 관한 연구(2005)’ 보고서에서는 독일의 ‘의사·보험조합연방위원회’를 소개했는데, 이 위원회는 의료계대표 9명, 의료보험조합대표 9명, 중립대표 3명(위원장은 전직 차관, 나머지 2명은 법학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문정림 의원실 주최로 열린 포괄수가제  관련 국제 심포지엄 자료에서 '9 대 9 대 3'의 위원으로 구성된 독일의 연방의료심의위원회를 제시하면서 명칭을 ‘Bundesausschuss der Aerzte und Krankenkassen’로 표기해놨다.

본지는 의협이 건정심 개선의 모델로 제시한 독일의 의료보장 결정기구 중 연방의료심의위원회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전문가 여러명에게 물어보고 독일의 건강보험정책 관련 보고서도 샅샅이 훑었다. 그러나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저자나 전문가들한테서 연방의료심의위원회에 관한 속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유근춘 연구위원을 통해 연방의료심의위원회의 존재 여부와 구성에 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유근춘 연구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독일의 의료보험 개혁 과정에서 2004년 연방공동위원회(G-BA)가 설립됐는데, 이 위원회가 기존의 연방의료심의위원회가 하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G-BA는 연방 단위의 의사대표와 보험자대표가 동수로 구성돼 수가, 개업규칙 등 각종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상위 협상기구”라고 설명했다.   

유 연구위원은 “독일은 기능자치 국가로 위원회에 공법적지위가 부여된다. 따라서 의사가 협회에 가입하는 것도 의무이고, 연방공동위원회 같은 단체 협상에서 나온 결과에 대해 강제력도 있다”며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의결권은 있으나 결국 복지부 고시에 의해 결정되는 중앙집권적 협상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지 KOTRA 무역관 통해 사실 확인"2004년 없어지고 연방공동위원회에 흡수 통합"본지는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무역관(KOTRA 소속)과 접촉을 시도해 연방의료심의위원회와 연방공동위원회의 관계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독일 연방공동위원회(G-BA)는 5(보험조합):5(의사):3(중립)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무역관 측은 베를린에 위치한 연방공동위원회 실무자와 직접 연락을 취한 후 메일로 답변을 보내왔다.

원래 ‘Bundesausschuss der Aerzte und Krankenkassen’라는 연방 단위의 건강보험정책 관련 위원회가 존재했으나, 2004년 연방공동위원회가 신설되면서 흡수 통합됐다는 것이다. 

또 2004년 이전에는 의사, 치과의사 및 병원대표들이 의료보험조합과 별도로 협상하다가 연방공동위원회에서 공동으로 협상하게 됐다고 전해왔다.

결국, 의협은 이미 수년 전에 사라진 위원회를 언급하며 건정심 개선 모델로 제시할 셈이다. 하지만 의협은 독일 모델에서 참고하는 부분은 위원의 구성 방식과 의사결정과정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동규 의료정책연구조정실장은 “의협 건정심 구성안의 핵심은 위원을 보험자 및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구성되는 원칙과 공익대표의 중립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방공동위원회는 의료계대표 5명(병원대표 2명, 의사 2명, 치과의사 1명), 의료보험조합대표 5명, 중립대표 3명(위원장 포함) 총 13명으로 구성되며, 환자대표는 최대 5명까지 참석해 의결권 없이 제안 및 자문을 할 수 있다. 

소위원회도 의료의 질, 제약 부문 등 총 8개가 있는데 모두 의료계대표와 보험조합대표가 각각 동수로 참여하도록 돼있다. 또 연방공동위원회 소속 중립대표가 모든 회의에 들어가고, 총 100여명의 패널들로 구성된 환자대표는 모든 회의에 최대 5명까지 참석할 수 있다.  

연방공동위원회와 산하 소위원회 총회는 매달 1회 열리며, 올해부터는 신약경제성평가까지 진행하고 있다.   비록 연방의료심의위원회와 연방공동위원회가 위원의 구성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격을 지녔지만 건정심 구조 개선이라는 중요한 정책적 이슈를 제기하면서 불명확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지난달 29일 의협 노환규 회장과의 회동에서 약속한 건정심 구조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몽준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까지 건정심 구조 개편안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며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향후 입법 발의는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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