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전면 확대 반대입장 표명…의협 수술연기 철회 결정 우려

대한병원협회가 포괄수가제 전면 확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의협이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수술 거부를 의결한 것은 자칫 국민이 찬성하면 포괄수가제를 전면 확대해도 좋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다며 경계했다.   

병협은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포괄수가제 대응 방향과 의협과의 관계 설정 등과 관련 공식 입장을 밝혔다.   병협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어제 의협이 수술 거부를 철회했는데 국민이 포괄수가를 많이 원하기 때문에 수술 거부를 철회했다고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 같다”며 “이는 앞으로 포괄수가제를 확대할 때 국민이 원하면 의사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의협의 수술 거부 철회는 전면 확대에 찬성한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포괄수가제를 7개 단순질병군에서 다른 질병군으로 확대되는 것은 반대하며, 타 질병군 확대 시 의료대란을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춘균 위원장은 “그동안 수행한 7개 질병군같이 단순한 질병군의 경우 시범사업 과정에서 병원이나 환자가 큰 부작용을 느끼지 못한 게 당연하다. 한번 시행된 포괄수가제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질병군이 확대돼 중증 환자와 대학병원까지 적용되면 엄청난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의협이 수술 거부를 철회하면서 정몽준 의원과 건정심 구조 개편 등에 대해 약속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몽준 의원은 일개 국회의원인데 그 한 사람의 말을 갖고 의협이 어떤 정책을 바꾼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병협은 포괄수가제 전면 확대의 문제점으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 심화 ▲병의원급 의료기관의 중증환자 기피 ▲대기환자 증가로 적기 치료 불가 등을 들었다. 나 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과 병의원 간 진료비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릴 것”이라며 “그만큼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입원실이 부족하고 대기환자 증가로 응급수술 및 암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게 의료대란이 아니고 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영국은 위내시경 수술 환자가 6개월을 기다리고 미국은 포괄수가를 적용하는 저소득층 환자가 조기퇴원으로 통증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고통을 우리도 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괄수가제 전면 확대 시 의료기술 수준이 후퇴하고 대학병원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나 위원장은 “의료산업을 활성화하는데 있어 포괄수가제는 반드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의사들의 수입은 줄어들고, 10년 내로 모든 의료장비와 시설이 낡게 되고 병상 수도 급감할 것”이라며 “대학병원들은 경영난 심화로 재투자율이 떨어지면서 의료기술 후진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의협의 행보를 둘러싼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나 위원장은 “병협이 포괄수가제를 찬성했다는 말이 지금 전체 의사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며 “이에 많은 의사들로부터 병협이 소외되고 병협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병협은 경영자단체라는 막말도 나오고 있는데 동네의원 의사도 경영자 아니냐. 그러면 월급쟁이 의사만 의협 회원이 돼야 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럴수록 의협과 병협은 같이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들에게 더 불리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제라도 공보의나 전공의, 동네의원 의사들에게 병협을 알리고 의견을 취합하는데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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