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관서 전공의 결의대회 성료…신임평가위 독립 필요성 집중 거론돼

지난 28일 오후 의협회관에서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공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전국 전공의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결의대회는 당초 전공의의 응급실 당직 규정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개정안 추진에 따른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최근 정부가 이 규정을 삭제키로 병원협회와 합의함으로써 전공의 업무 등 다른 현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큰 화두는 병협에 있는 신임평가위원회를 이전하는 문제였다.

투병 중인 김일호 전공의협의회장을 대신해 인사말을 전한 김태형 총무이사는 "지난 2008년 병협과 전공의협의회는 주당 80시간 이하 근무, 정기휴가 연 14일 보장을 합의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비합리적인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신임평가위원회가 병협서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전공의협의회, 의협, 의학회, 복지부가 참여하는 '전공의 수련평가 위원회'를 구성해 수련업무를 평가하고 수련환경 개선을 연구하고 병협의 신임평가 업무를 인계받아 실질적인 전공의 수련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모든 전공의들이 의식화되고 단결해 힘껏 투쟁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의협 노환규 회장은 "병원경영자들은 여러분을 값싼 노동자로 인식하고 있다"며 "병협이 의사 수를 늘리는데 찬성한 이유도 민간병원에서 근무할 저렴한 의사 노동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당장의 눈앞만 생각하면 여러분이 안고 있는 문제가 미래까지 간다"며 스스로 깨우치고 변화할 것을 주문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서도 "전공의에 대해 의학을 배우고 익히는 수련의로서가 아니라 값싼 노동력으로 치부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와 탄식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는 수련의 질적 향상과 표준수련지침의 개선을 위해 신임평가 업무를 병협 소속이 아닌 독립적인 새로운 기구에 위임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006년 7월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유야무야 된 전공의 노조의 부활도 추진된다.

노환규 회장은 질의 응답 과정에서 "전공의들이 병원경영자와 교수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노조는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노 회장은 전공의들에게 노조 결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참석자들의 90% 이상이 손을 들어 찬성 의사를 표현했다.

노 회장은 "오는 7월14일 열리는 전공의협의회 임시총회에서 노조 결성 문제를 얘기하자"며 "과거에 전공의노조가 결성됐지만 흐지부지된 상태다. 노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임시총회에서 '의료계 현황에 관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건'을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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