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림 의원, 'DRG 쟁점사항·대안모색' 심포지엄 개최…醫-政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나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을 앞두고 쟁점사항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간 입장차를 좁히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나 별다른 소득없이 끝났다.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선진통일당 문정림 의원실 주최로 ‘국민건강을 위한 포괄수가제의 쟁점사항 및 대안모색’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선진통일당 이인제 대표, 이명수 의원,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 박인숙 의원 등 정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으며 특히 일본의사회 국제협력이사 겸 세계의사회 부의장인 마사미 이시이(Masami Ishii) 박사와 대만 청샨병원 이헝 추(Yi-Hung CHU) 부원장이 발표자로 나서 관심을 모았다.

문정림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포괄수가제에 대해 높은 국민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설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의․정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어 우려가 큰 상황에서 국민에 대한 설명과 정보제공의 진솔한 장이 될 수 있도록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포괄수가제 도입으로 인한 의료의 질하락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노 회장은 축사를 통해 “의사는 최선의 진료를 포기할 수 없고 그 선택권은 국민에게 있어야 한다”며 “심포지엄을 통해 포괄수가제가 도입됐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진지한 토론이 오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충분한 재원 마련한 후 시행하는 것이 필수선결 조건"1부에서는 의협 유승모 보험이사의 사회로 한림의대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 Masami Ishii박사, Yi-Hung CHU 부원장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첫 주제발표를 맡은 이근영 교수(사진)는 의료계와의 합의 절차 없이 포괄수가제가 전면 시행되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 교수는 “요식적인 합의과정은 의미가 없다”며 “정부가 의료계와 100% 일치는 아니더라도 합의과정이라는 절차는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포괄수가제 시행에 앞서 정부가 충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급여를 포함한 수가를 뒷받침할 충분한 재원을 마련한 후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필수선결 조건이라는 것이다.

적정수가, 질병군 환자 분류체계, 수가조정 기전도 중요한 요건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긴급예산을 투여해서라도 전문과와 공급자들의 동의하에 정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모두 참여해 투명한 원가를 조사하고 합의해야 한다”며 “특히 전문가와 공급자,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합의할 수 있도록 비급여를 포함해 계산 및 적용하는 방식이 정확히 계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포괄수가 조정기전에 대한 근거 및 법률적 보장이 없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의료계 입장에서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 이후 조정기전의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정부정책에 대해 신뢰를 보낼 수 없다”며 “수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의료계에 주기 위해 포괄수가제 개선위원회 구성에 관한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괄수가제 전면 도입시 의료 공급자가 서비스를 과소 제공함으로써 진료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소비자와 의료공급자 간에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며 “포괄수가제 시행에 있어 완급조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일본의사회 국제협력이사인 마사미 이시이 박사와 대만 청산병원 이헝 추 부원장은 각국의 포괄수가제 도입과 관련한 경과 및 문제점을 설명했다.

이시이 박사(사진)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일본 정부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와 관련 의료비 적정화, 경제 성장과의 불균형 해소, 의료보험제도와 의료 제공 체제의 근본적 개혁이 급선무라는 인식 아래 구체적 대안으로 DRG/PPS(진단군별 1입원당 정액지불방식, Diagnosis Related Group/prospective payment system)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그러자 일본의사회는 ‘의료구조개혁구상’ 공표를 통해 DRG/PPS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발했다. 의료구조개혁구상에 따르면 DRG/PPS의 문제점으로 ▲새로운 고도기술의 보험진료 도입 저해 ▲진료내용에 상관없이 수입이 보장됨에 따른 문제 발생 ▲각 의료요구에 적절한 대응 불가 ▲환자 선택의 위험성 ▲의료의 질 확보 및 향상 도모를 위한 대책 필요 ▲재원기간 단축 결과에 따른 재택의료, 재활의료 증가 등을 꼽았다.

이시이 박사는 DRG/PPS 시범사업의 결과와 이후 대안으로 도입돼 일본 전체 일반 병상의 약 53.1%에서 시행 중인 DPC/PDPS(진단군 분류에 따른 1일당 정액수가산정제도, Diagnosis Procedure Combination/Per-Diem Payment System)에 대해 설명했다.

DRG/PPS 시범사업 결과, 재원일수가 시범실시 대상이 아닌 병원에 비해 현저히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재입원 환자의 증가 및 투약주사점수, 검사점수, 처치점수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본 중앙사회보험료협의회(우리나라 건정심에 해당)에서는 DRG/PPS로의 이행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만 청산병원 이헝 추 부원장(사진)은 포괄수가제를 적용한 대만의 지불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추 부원장에 따르면 대만은 행위별 수가제로 시작해 현재 총액계약제를 기반으로 한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Tw-DRG), 인두제를 복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추 부원장은 “대만의 경우 합리적인 DRG 분류 및 수가책정이 과제로 남아있다”며 “의사의 재량권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신기술 및 의료장비의 경우 부분 지급 또는 비급여로 환자가 본인부담을 하고 있으며 1회 입원시 2개 이상의 DRG질병이 복한된 경우 한가지 수술 밖에 인정이 안되는 점도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포괄수가제는 건보재정 절감 미봉책일 뿐" "지속적 재정 지원 체계 틀에서 이해해야" 주제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조우현 교수가 좌장을 맡고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박민수 과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연구위원 ▲대한당뇨인총연합회 임대빈 회장 등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패널들이 참석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보사연 신영석 부원장은 포괄수가제가 왜곡되지 않도록 의협이 논의구조에 동참에 줄 것을 촉구했다.

신 부원장은 “지난 10여년간 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시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향후 어떤 수가제로 바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포괄수가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의협이 건정심이라는 논의의 틀로 들어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포괄수가제 시행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논의가 궁극적이고 원천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윤 회장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는 잘못 시행될 경우 건보재정 악화될 것이고 충분한 대비책 없으면 의약분업은 실패한 정책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며 “결국 정부는 강행했고 예상대로 건보 재정이 고갈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급여의 합리적 재분배와 의료비의 합리적 지출을 도모해야 한다”며 “단일 공보험이 바닥과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언제까지 포괄수가제라는 미봉책으로 일관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복지부 박민수 과장은 포괄수가제를 단순히 급여비를 줄이자는 차원이 아닌 지속적인 재정 지원 체계라는 큰 틀에서 이해해 줄 것을 강조했다.

박 과장은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상응하는 재원이 조달되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 생활에 무리가 없어야 한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의료 효율화와 그에 맞는 재정 지원 체계를 위한 정부의 전체적인 틀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에게는 진료실과 환자가 전부고 최상의 진료 서비스는 의사로서 당연한 욕구이고 장려되야 한다”며 “반면 의사들이 말하는 의료의 질은 효율성, 효과성, 적합성, 과학성 중 과학적인 부분에서의 협소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수가조정 기전을 위한 의료계의 참여도 당부했다.

박 과장은 “올 12월까지 수가조정기전을 만들기 위해 20억원이라는 막대한 연구기금을 통해 상당한 연구향을 동원할 것”이라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의료계가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환규 의협회장의 말을 빌어 의료계가 진료거부에 나설 경우 의사가 존중받는 사회가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과장은 “노 회장이 의협회장에 될 때 선거구호가 의사가 존중받고 보호받는 사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의사가 아니지만 복지부 20년간 근무하고 있고 의료계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공감한다”며 "그러나 진료 거부를 꺼내는 순간 의사가 존중받을지 모르겠다. 존중받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과 기여가 있어야 국민이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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