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기(대한병원의사협의회 재건준비위원장, 아주대 의대 정신과 교수)

현재 국내 병원에 근무하는 봉직의는 수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어림잡아 4~5만명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 대한의사협회 정관에 따르면 이들을 대표하는 기구로 ‘대한병원의사협의회’란 조직이 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이후 사실상 이름만 남았을 뿐 활동은 거의 전무해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한 상태다. 그런데 최근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을 대표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의사협의회를 재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가장 먼저 발벗고 나선 이는 지난 2000년 '의권쟁취투쟁' 당시 병의협 공동대표를 맡았던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영기 교수다. 정 교수에게 병의협 재건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 병원의사협의회 재건을 추진하는 배경은.

“결론부터 말하면 현 의협 집행부가 병의협 재건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의협 정관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병의협이 대한전공의협의회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처럼 의협산하 단체로 정식 구성됐다. 그러나 의쟁투가 끝나고 국면이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병의협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없어졌다. 당시 몇몇 관심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돼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만든 조직이라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들만으로 이끌고 나가기에 힘에 부쳤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개인차원에서 전국 봉직의를 아우르기 힘들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게다가 기존 의협 집행부도 봉직의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현 집행부가 병의협의 재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봉직의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공식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병의협 재건에 나서게 됐다.”

- 현재 병의협 재건준비위원회를 발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동료의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병의협을 재건하면 참여를 희망하는 봉직의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은 재조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모든 봉직의가 준비위원회에 참여하기는 힘들고 조직 구성을 하기 위한 인력을 지원받고 있다. 현재 준비위원회 참여 의사를 밝힌 봉직의는 10명 정도 다. 오는 30일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 전시홀에서 대한의사대표자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재건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 봉직의에게 병의협이 필요한 이유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일반 직원들은 노조를 통해 자신들의 권익과 주장을 대변할 수 있는 반면 의사들은 병원 내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 봉직의들의 정체성의 문제다. 의협은 기본적으로 의사들을 대표하는 단체다. 봉직의들도 의협에 회비를 내고 있지만 의협이 그들에게 해준게 없다. 소통도 안됐다. 몇 만명이라는 사람들이 의협 밖에서 방치되고 있다. 과거 일부 봉직의들 중에는 자신들이 병원협회 소속인 줄 아는 경우도 있었다. 정체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기의 정체성이 확실해야 권익을 위해 싸울 수 있다. 병의협은 봉직의들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기 위한 조직이 될 것이다.”

- 그렇다면 병원 내에서 노조적 성향의 활동도 계획하고 있는가.

“지금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병원 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봉직의들의 목소리를 내는가 하는 것이야 말로 병의협 재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일단은 의견을 수렴을 해야 한다. 재조직화를 하면서 활동 방향성을 잡는 작업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 병의협이 재출범을 하면 어떤 역할을 맡게 되나.

“병의협이 출범을 하더라도 제대로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재출범하는데 까지만 일 할 계획이다. 초대회장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무근이다. 적절하지 않다. 과거 병의협을 이끈 한사람으로서 마음속 깊이 여러 의사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에 항상 마음 한가운데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따라서 병의협의 재건이야말로 의료계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 한다. 성공적인 재출범까지가 내 임무다. 능력있고 훌륭한 후배의사들이 집행부를 구성해 병의협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포괄수가제가 확대 적용될 경우 봉직의한테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병의협이 포괄수가제 확대적용 저지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는 건가. 

“최근 포괄수가제가 의료계의 주요 현안이긴 하지만 병의협 재건과는 분리해서 생각해달라. 재건을 하려는 본래의 취지와 다르다. 항상 빚진 마음 있다가 의협 현 집행부의 관심에 도움을 받아 봉직의들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것이다. 포괄수가제와 병의협을 연관짓는 것은 현재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병의협의 재건이 의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당연하다. 병의협이 출범하면 의협의 회원인데도 불구하고 방치됐던 수많은 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의협이 추지하는 일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협이 제도개선 등 정책적 주장을 하는데 있어서 분명히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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