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방식 유효성·정확성에 대한 의문 제기돼…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높아

우편 설문방식의 정신건강검진은 정확성과 실효성이 결여된 정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정신건강증진종합대책’에 따르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정신건강검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검진 도구를 우편으로 개인에게 발송하고 자기기입식(취학 전은 부모기입)으로 회신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건보공단이 국민 개개인에게 정신건강수준을 확인하는 설문지를 보내면 국민이 이를 직접 기입해 다시 회신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우편을 통한 설문방식으로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 경우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한가정의학회 김영식 이사장은 “진단에는 위양성(음성이어야 할 결과가 잘못돼 양성으로 나온 경우)과 위음성(양성이어야 할 경과가 잘못돼 음성으로 나온 경우)이 있을 수 있다”며 “환자를 직접 대면해 검진을 할 때는 이런 점을 감안해 조처를 할 수 있지만 설문을 통한 검진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편을 통한 검진방식이 위급성을 간과한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김영식 이사장은 “심각한 우울증의 경우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우편을 통해 설문지가 오가는 사이 환자상태가 다음 단계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설문 검진에 이어 적절한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사실상 검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는 “검진은 반드시 후속조치로 이어져야 하며 그래야만 조기발견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진료로 이어지는 후속조치가 빠진 복지부의 발표는 국민이 알아서 하라는 것밖에 안된다”고 비난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도 “검진이라는 것은 조기발견을 통해 해결방안과 대처방안이 명확이 있을 때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확실한 사후조치가 없으면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질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포함해 모든 검진은 유병자들을 케어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검진의학회의 입장도 가정의학회와 대동소이하다.

검진의학회 유승모 대외협력이사는 “국가검진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논의된 바 없다”며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복지부가 검진과 관련해 검진의학회와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유 이사는 “설문을 통해 어떻게 검진이 이뤄질 수 있냐”며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이럴 바엔 차라리 리서치 기관에 맡기는 게 낫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정신건강검진-사후 지원 체계'

정부로서도 검진 도구인 설문 내용을 만드는데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건강검진 사업의 총괄 지원기관인 복지부 산하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이선영 사무국장은 “검진도구를 만들기 위한 연구팀을 3개로 구분해 논의 중”이라며 “20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20~64세까지의 성인, 65세 이상의 노인별로 적합한 도구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팀은 정신과 전문의, 의료관리 전문가,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팀별로 연구책임자는 정신과 전문의가 담당하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검진도구인 설문 결과가 너무 정확하면 자칫 설문 자체만으로 진단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허술해도 안돼 양날의 검과 같이 조심스럽다”며 “검진 도구의 역할은 행복한 삶으로 가기 위한 단계의 문을 여는 스크리닝 도구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진 후 후속조치에 있어서 의료기관으로 적극 연계할 것인지, 아니면 의료기관 이외 다른 정신보건 기관이나 시설까지 포함시킨 연계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 사무국장은 “검진 후 후속조치는 정신건강서비스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며 “무조건 의료기관만 안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 측으로부터 정신보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 및 시설을 망라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그러나 사업단 연구진 내부에서는 의료기관으로 안내하는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정부는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에 대해 오는 9월 공청회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공청회는 정부의 구색 맞추기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정의학회 김영식 이사장은 “정부가 정책을 제시함에 있어서 여론을 수렴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공청회가 우선이 되고 이후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정책을 제시한 후 공청회를 하겠다는 것은 구색을 맞출려는 것 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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