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교육 불충분해 부작용만 커져" ↔ "자기결정권 보장될 때 올바른 피임법에 접근"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재분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국회에서 이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마련됐다.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주최로 ‘여성 성 건강을 위한 피임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피임연구회 이임순 회장은 “아태피임재단의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이 피임법을 잘 모르거나 거의 모른다고 응답한 경우가 70%를 차지해 미국, 라틴아메리카, 유럽보다 피임교육 수준이 열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피임법 자체에 대해 무지하다는 국민이 많은 실정에 응급피임약 재분류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응급피임약 재분류에 있어서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다.

연세대 강효인 총여학생회장은 “여전히 성관계 주도권은 남성에 있고 남성들은 피임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에 있다”며 “일반약으로 전환되면 남성들은 사후에 응급피임약을 권하는 등 피임논의에서 발을 빼기가 더 쉬워진다. 이 때 여성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한다” 며 재분류 반대입장을 표명해다.

서울시의사회 최안나 공보이사는 “의사도 결국 문진만 할 텐데 약사 소견과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약국의 복약지도는 이미 복용할 것을 전제하고 주의사항과 부작용우려를 알려주는 차원이므로, 환자의 체질과 건강상태를 기준으로 복용여부를 판단하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여성의 성 건강이 실현 된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피임교육이 충분치 못한 현 상황에서, 본인 판단 하에 응급피임약을 사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성적 결정권 부여가 아니라 여성에게 부작용에 대한 책임만 떠안겨 줄 뿐"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먼저 존중돼야 건강권도 충족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실련 정승준 보건의료위원은 “기업광고가 여성용품을 당당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이제는 여성들이 스스럼없이 생리공결, 생리휴가를 찾아 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능동적으로 피임에 대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면 올바른 피임법을 논할 수 있는 공론장이 마련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맞는 피임법을 사용함으로써 건강권을 획득할 수 있다”며 일반약 재분류 찬성입장을 밝혔다. 

 

탁틴내일청소년성문화센터 이현숙 대표는 “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들 말에 따르면 콘돔을 준비해갔다가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어 콘돔을 챙기지 않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 여겨지기도 하고, 여학생이 피임법에 대해 너무 자세히 알아도 문란해 보인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며 “피임에 대한 정보와 경험담이 계속 음지에서 행해지다 보니 편견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렇듯 피임에 대한 주체 의식이 떨어지다 보니 증명되지 않은 피임법을 맹신하거나, 부작용 여부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건강권이 침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서와 실정에 맞는 피임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에는 모두 목소리를 냈다. 

식약청 신원 과장은 “일반약 전환을 발표하기 전 안정성을 위해 15단계의 알고리즘 단계로 심층검토를 실시했지만 올바른 피임법을 위해서는 피임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식약청은 피임 및 성교육에 대한 범부처 대국민 캠페인을 강화하는 등 보완책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사회 최안나 공보이사도 “피임약 부작용에 대한 연구자료나 결과가 조사 주최 측 마다 제각각인 이유는 응급피임약 사용층 80%가 주위의 시선 때문에 답변을 꺼리는 젊은 미혼여성이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마음 놓고 피임을 상담하고 관련 지식을 습득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피임연구 수준도 끌어올려 결국 여성의 성 건강을 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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