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개 질병군 적용…1단계 시범사업 대상 지방의료원들 고개 '절레절레'

오는 7월 1일부터 전국 40개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대상으로 신포괄수가제 2단계 시범사업이 전격 시행된다. 신포괄수가제의 대상 질병군은 550개로 전체 입원 건의 약 96%에 해당된다.

공교롭게도 7월부터는 백내장수술 등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가 전국 병의원급 의료기관에 강제 적용된다.

지금까지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가 시범사업을 거쳐 당연 적용되듯 신포괄수가도 시범사업 이후 비슷한 단계를 밟을 예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3월 신포괄수가제 설명회에서 오는 2014년 6월까지 1년치 시범사업 결과(2012년 7월~2013년 6월)의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를 반영해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당연적용하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규정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016년까지 신포괄수가에서 비포괄영역의 모형타당성을 연구하고, 포괄수가 모형과의 비용 및 질 수준, 효율화 정도, 보장성 효과 등을 비교분석해 통합모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신포괄수가제는 기존 포괄수가제와 비교해 대상환자가 내과를 포함한 전체 질병군으로 넓어졌고, 진료비 지불에 포괄수가와 행위별수가를 병행하도록 했다.

기본 진료는 포괄수가로 묶고, 진료비 차이를 가져오는 고가서비스와 의사의 시술행위는 행위별수가로 보상한다는 것이다.

입원일수에 따라 진료비를 가감하는 일당수가를 도입하고, 진단 목적의 초음파 검사나 단가 10만원 미만의 비급여 항목(약제, 치료재료) 등을 포괄수가에 포함시켰다.

결국 신포괄수가는 포괄수가와 비포괄수가로 구성되는데, 포괄수가는 '기준수가 일당수가'로, 비포괄수가는 행위별수가(기존 수가의 80%)로 각각 진료비를 지불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성폐렴(0~17세)을 신포괄수가로 계산해보면 입원일수가 4일인 경우 기준수가(63만2,490원)  {4(입원일수)-5.24(평균 입원일수)}✕6만4,380원=55만2,660원이다. 본인부담금은 평균입원일수를 넘지 않으면 전체 진료비의 20%(11만530원)이고, 초과하면 23%다.

반면 환자가 평균입원일수(5.24일)를 넘겨 6일을 입원했다면 기준수가(63만2,490원)  {6(입원일수)-5.24(평균 입원일수)}✕6만4,380원=68만1,420원이다. 이때 본인부담금은 평균입원일수에 해당하는 18만9,750원(63만2,490원✕0.2)에다 평균입원일수를 초과해 발생한 5만7,250원(63만2,490원 {6-5.24}✕0.23)을 합해 24만7,000원이 된다.

환자 입원일수·원가절감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지불제도 한마디로 신포괄수가제는 환자가 평균입원일수보다 늦게 퇴원하면 본인부담이 늘어나고, 병원은 일당수가제로 전환돼 원가절감에 더 신경쓰게 되는 구조다.

그렇다고 환자가 너무 일찍 퇴원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해당 질병군의 기준수가를 다 받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질병군 76개를 대상으로 신포괄수가 1단계 사업을 수행한 지방의료원(대구, 부산, 남원)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한 지방의료원의 내과의사는 “환자 퇴원 시기 등을 놓고 수가를 얼마 못받는지 심사팀에서 간혹 전화가 온다.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며 “또 환자가 상태가 호전됐는데도 퇴원하지 않겠다고 하면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 신포괄수가 질병군이 확대되면 정상군 입원일수를 넘기는 일 때문에 이런 전화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괄수가에 포함되지 않은 MRI를 찍을 때 수가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지방의료원 심사팀 한 관계자는 “뇌출혈이 의심돼 MRI를 찍었어도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최종 진단명이 다르기 때문에 청구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결국 의사는 확실할 때 찍어야 한다. 아마도 우선 진찰을 하고, CT, MRI 등으로 단계별 진료를 하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진단목적의 CT, 초음파검사 등은 이미 포괄수가 항목에 포함돼 있어 확신을 위한 검사를 기피하는 의료행태도 예상된다.

또 다른 지방의료원 원무팀 관계자는 “폐암이 X-ray 상 의심되는 상황에서 CT검사를 추가로 했을 때 병원 입장에서는 정해진 수가에서 CT검사비가 더 지출돼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며 “따라서 앞으로 CT 등의 검사비는 줄어들 수 밖에 없겠지만 그만큼 의사와 환자는 불안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신포괄수가 확대적용을 앞두고 있는 지방의료원들은 장기입원환자의 재원일수 관리에 걱정이 태산이다.

지방공공병원의 특성상 장기입원하는 노인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환자는 합병증에 따른 만성질환이나 치매 등 정신질환을 보유하고 있다.

지방의료원 소속 한 심사팀장은 “원래 노인환자의 경우 급성기치료가 끝나면 요양병원 등으로 전원되는데 지방에서는 공공병원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노인환자는 대부분 치매, 골절, 만성질환 등을 갖고 있어 이런 질환에 신포괄수가가 적용되면 병원  경영의 적자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로 553개 질병군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포괄수가 시범사업을 끝마치는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은 시범사업 결과에 대해 일부 보완할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산병원 강중구 진료부원장은 지난 5월 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신포괄수가 시범사업 중간보고를 통해 “질병군 빈도가 낮은 항목이나 집중치료실, 응급실 다발성 외상 등은 진료비 변이가 커 신포괄수가를 적용하는게 비합리적”이라며 “또 CT나 초음파 검사는 별도의 보상 기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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