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염이 가능한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H5N1)가 현재 유전자변이를 통해 진화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데릭 스미스(Dereck Smith) 박사는 최근 미국과 네덜란드 연구팀이 사람-사람 전염이 가능한 AI 바이러스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데 사용했던 5가지 변이유전자 중 2가지를 현재 활동 중인 AI 바이러스들이 이미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두 연구팀은 AI 바이러스가 지니고 있는 유전자 중 5개만 바꾸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포함한 포유동물 간 공기를 통한 전염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스미스 박사는 지난 15년 동안 나타난 AI 바이러스에 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미 일부 변종은 이 5가지 변이유전자 중 2가지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면서 이는 3가지 변이유전자만 더 지니게 되면 사람-사람 전염 AI 바이러스가 등장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두 연구팀이 밝힌 것과 똑 같은 5가지 변이유전자를 AI 바이러스가 지니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가 확실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분석결과는 이것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가지 변이유전자 중 이미 2가지를 지닌 AI 바이러스는 단 한 사람의 숙주를 감염시키는 것만으로도 나머지 3가지 변이유전자를 한꺼번에 지니게 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어떤 한 사람이 감염되면 체내에서 수많은 바이러스가 증식하면서 단일 숙주 안에 다양한 변이유전자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I 바이러스는 1997년 홍콩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수많은 닭, 오리, 거위 등 조류들이 감염되는 한편 사람도 이러한 조류와의 접촉을 통해 606명이 감염돼 357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도 대단하다.

사람-사람 전염이 가능한 AI 바이러스가 언제쯤 나타날 것인지는 예측할 수 없다.

스미스 박사는 현재의 상황을 지진을 예측하는 과학자들의 입장에 비유한다.

"우리는 지금 단층선(fault line) 위헤 살고 있다. 이 단층선은 활동 중이라는 사실이 미국과 네덜란드 과학자에 의해 밝혀졌다. 뭔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애물이 보이지 않는다." 스미스 박사의 말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되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