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감소·의료인력 구인난 이중고에 몸살앓는 중소병원들
"은행에서 대출금 회수 들어올까 적자 세금신고도 못해"

경북에 위치한 A중소병원 원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의사와 간호사를 채용하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얼마전 정형외과 의사 1명이 서울로 올라간다고 퇴사 통보를 해온 상태다. 간호사 2명도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언제라도 다른 병원으로 이직할 태세다. 혹시나 하고 연봉수준을 올려 채용공고를 내봤지만 2주가 지나도 이력서 한 장 들어오지 않았다. 해마다 의료진들이 들쑥날쑥하다보니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나가고 수익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병원들의 현 주소다. 지방의 한 중소병원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70% 이상이 인력난으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중소병원들의 경영지표가 심상치 않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10 병원경영통계’에 따르면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100병상당 일평균 외래환자 및 입원환자 수는 각각 263.9명, 59.9명을 기록했다. 100병상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은 외래와 입원환자가 각각 233.6명, 59.9명으로 성적이 더 나빴다.

반면 상급종합병원(1000병상 이상)은 351.5명(외래), 89.2명(입원)으로 이들 중소병원과는 대조적인 결과를 보였다.

병상회전율도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격차가 상당히 컸다. 특히 중소도시의 300병상 미만 병원의 병상회전율은 28.9회(100병상 미만은 10.5회)을 기록한데 비해 같은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은 46.3회로 1.5~4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중소병원들의 진료실적지표가 곤두박질치는 이유는 인건비 지출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병원이 지급하는 의사(전문의) 1인당 급여는 1억2,584만원으로 요양기관종별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임상강사 등이 포함돼 의사 1인당 급여가 8,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전북에 위치한 J병원 병원장은 “월 1,500~1,70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고를 내도 막상 찾아오는 의사가 없다”며 “자주 인력 공백이 발생하고, 주력 진료과의 경우 의사가 실력이 없어도 아무말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영상판독료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방사선과 전문의의 판독소견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채용해야 하는 것도 인건비 지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병원들은 간호사 인력을 구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

얼마전 열린 중소병원채용박람회에서도 40여곳의 중소병원들이 참여했지만 간호구직자가 예상보다 너무 적어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원하는 인재를 찾지 못했다”며 “지방으로 오려는 간호사가 없었다”고 전했다. 

경남의 K병원 관계자는 “간호사 연봉은 계속 오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요즘에는 근로환경을 우선시한다. 연봉이 조금 작아도 교대시간이나 휴가 등 근로시간이 많다고 하면 이직을 준비한다”고 인력채용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간호사 연봉은 2010년 전국병원 기준으로 3,300만원을 기록해 2009년 3,100만원에 비해 소폭 올랐다. 특히 상급종합병원(4,100만원)과 중소병원(2,800만원) 간 연봉이 약 1.5배 차이가 났다.

병원경영통계에 따르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의 불균등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으로 광역시 지역의 100병상당 의사인력은 14.17명인데 비해 농어촌지역은 6.36명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간호사 인력은 서울시 80.82명, 광역시 60.95명, 농어촌지역 26.67명으로 지역별로 의료인력수급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중소병원은 환자 수는 감소하는 반면 인건비 지출은 늘면서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중소병원은 외래수익증가율이 3.7%, 순이익증가율은 -16.0%를 기록한 반면 상급종합병원은 외래수익증가율 8.5%, 순이익증가율 19.1%로 큰 차이를 보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소병원의 경우 적자를 기록한 흔적이 남으면 대출 통로가 차단돼 돈줄이 막힌다는 점이다.

충남의 한 중소병원 원장은 “국세청에 세금신고를 할 때 적자로 하면 당장 은행에서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통지가 날라온다”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흑자 신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을 급여비를 담보로 한 대출상품 이용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공단은 지난 2007년부터 기업은행과 협약을 맺고 ‘요양기관 금융대출이용 지원사업’을 추진해왔다. 보험급여비를 지급받는 요양기관에 대해 은행이 연간 진료비지급실적을 감안해 저리의 운영자금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단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이 대출상품을 이용한 요양기관은 총 3,220곳으로 대출금만 1조3,000억여원에 달했다.공단 관계자는 “대출금 중 상당 부분을 중소병원이 차지하고 있다”며 “금리가 낮아 이용건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아직까지 중소병원의 운영 지원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소병원 간호인력 지원을 위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현재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병원지원 사업은 경영컨설팅 사업으로 올해 예산은 약 2억원(6개 병원 지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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