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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수술거부 대란? 진짜 의료대란은 따로 있다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2.06.1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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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DRG) 강제적용에 반발해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수술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도입 때 의사파업과 같은 ‘의료대란’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료대란이란 우려는 좀 지나치다. 포괄수가제 강제적용 대상에 포함된 7개 질병군의 수술 중 상당수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2010년 주요수술통계’ 자료에 따르면 포괄수가제 대상 7개 질병군 중 충수절제술(7.2%) 자궁절제술(10%), 편도절제술(20%) 등의 의원급 수술 점유율은 20% 미만이다.

의원급 수술비율이 77.4%로 가장 높은 백내장수술은 사실 응급수술이 아니기에 일주일의 수술중단 기간을 피해 진료를 앞당기거나 늦추면 된다. 의원급 수술비율이 43%인 제왕절개수술은 산부인과의원에서 수술중단이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개원가의 시한부 수술거부가 현실화 되더라도 어느 정도 불편이 따르겠지만 의료대란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의료서비스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의료기관이 환자의 수술을 거부하는 상황 자체가 일종의 의료대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의료대란은 따로 있다. 뭐냐 하면 포괄수가제라는 새로운 진료비 지불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이나 그 이후에 펼쳐질 의료서비스 현장의 모습이다.

우선은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을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대란이다. 정부가 7개 질병군의 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을 처음으로 실시한 것이 1997년부터다. 이후 2002년부터 참여를 희망하는 의료기관의 자발적 선택에 따라 적용해 왔다.

이처럼 10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쳐 선택적용에서 강제적용으로 확대 시행에 들어가는 것임에도 의료계와 사전에 협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시범사업을 해오면서 의료계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 추진 노력이 그만큼 안이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포괄수가제 강제적용 이후의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의료의 질 하락 여부다. 정부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국가의 사례에서도 그렇고,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선택적용을 해온 결과만 놓고 봐도 의료의 질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반면 의료계는 적정수가가 반영되지 않는 포괄수가 하에서 의료기관의 수익보존을 위한 원가절감 노력이 결국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외국의 포괄수가제 적용 사례를 우리나라에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국가마다 의료제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영국은 국가가 의사 양성부터 의료기관 설립운영까지 모두 책임지는 국가의료체계이다. 미국의 경우 민간의료보험 중심 구조 속에서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라는 공공보험이 운영되는 복잡한 구조이다. 우리나라와 상이한 의료체계 속에서 이뤄진 포괄수가제 적용 결과를 절대적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전혀 신중하지 못한 태도다.

더욱이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포괄수가제가 병원으로 하여금 의료서비스의 계량화에 목 매게 만들어 의료의 상업화를 부추겼다는 상황도 포착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그저 의료계의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며 대국민 여론전에만 열을 올린다.

뿐만 아니라 포괄수가제가 의료민영화와 직간접적으로 무관치 않다는 점도 감지됐다. 일부 대기업 산하 연구소에서는 영리병원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진료비 지불제도를 행위별수가제에서 포괄수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은바 있다. 포괄수가제란 지불제도가 그만큼 병원의 경영효율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민간보험사들이 포괄수가제를 반기는 분위기도 이를 반증한다.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포괄수가제에 비급여 항목이 포함되기 때문에 오히려 보장성이 확대될 것이란 논리를 내세운다. 그런 논리라면 행위별수가제에서도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보장성 확대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료비 지불제도 때문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때문이다.

아무리 포괄수가제를 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보장성 확대는 힘들다. 보장성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인상과 정부의 국고지원 확대를 통한 건강보험 재정의 전체 파이를 늘려야지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통해 총액을 억제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마찬가지다.

본질적인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확충이다. 그런데 진료비 지불제도란 곁가지만 흔든다면 결국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이 의료서비스 영역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같은 상태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정된 의료재원을 늘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 효율성과 경제성만 따지는 의료시스템을 강조하다보면 결국 누군가의 건강권은 제한받는 진짜 의료대란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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