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큰 해를 끼치지 않는 레오바이러스(reovirus)가 암 치료의 신무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 리즈(Leeds) 대학과 암연구소(Institute of Cancer Research) 연구팀은 레오바이러스 인체의 면역체계를 교묘하게 피하면서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감염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BBC인터넷판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13일 보도했다.

레오바이러스는 아이들에게 감기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외에는 사람에게 별 해가 되지 않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레오바이러스를 혈관을 통해 암 환자에 주입하면 혈액세포에 붙어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면서 암 조직만을 골라 감염시킨다는 사실이 임상시험 결과 확인됐다고 이 연구에 참가한 리즈 대학의 앨런 멜처(Alan Melcher) 박사가 밝혔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간(肝)으로 전이된 진행성 대장암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수술에 앞서 몇 주동안 레오바이러스를 5차례 주입했다.

주입 직후 혈액검사 결과 레오바이러스가 혈액세포에 붙어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중에 다시 혈액샘플을 채취해 관찰한 결과 레오바이러스는 혈액세포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혈액으로부터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4주 후 이 환자들은 간으로 전이된 암조직 절제수술을 받았다. 제거된 암조직을 분석한 결과 레오바이러스가 "공장"을 차리고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정상적인 간 조직에서는 레오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레오바이러스가 이처럼 암세포만을 감염시키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암세포가 정상세포와는 크게 다른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레오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멜처 박사는 레오바이러스가 면역체계를 교묘하게 피하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의외로 영리한 바이러스라면서 이 바이러스를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사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오바이러스를 종양에 직접 투입할 수는 있으나 상당히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고 더군다나 간, 폐, 췌장 같은 깊숙한 부위에서 발생한 종양은 직접투입이 쉽지 않다.

연구팀은 원래 이 바이러스를 항암제처럼 정맥주사로 투입할 경우 종양이 발생한 부위에 도달하기 전에 혈관에서 면역세포들에 몰사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예상은 빗나갔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병진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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