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윤용선 전문위원·한국노총 김선희 정책국장, 포괄수가제 놓고 격론

의료계와 가입자단체가 오는 7월부터 병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YTN 뉴스는 지난 13일 오후 ‘포괄수가제 논란, 정부․의협 갈등 격화’란 주제로 대한의사협회 윤용선 보험전문위원과 한국노총 김선희 정책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을 했다.

이날 토론의 쟁점은 포괄수가제가 강제시행될 경우 의료의 질이 하락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의협의 수술거부에 대한 정당성 문제였다.

의협 윤용선 전문위원은 포괄수가제가 강제시행되면 싼 치료재료의 사용으로 인해 의료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문위원은 “중증환자나 합병증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의료비를 예측할 수가 없다”며 “그런 환자에게 한정된 재원 내에서 무조건 수술을 하라고 강제하면 치료재료의 선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 김선희 정책국장은 “포괄수가제와 관련해 중국산이나 파키스탄산 등 싸구려 재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있다”며 “의료기관에서 이를 사용하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치료재료를 의사의 양심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김 정책국장은 “(치료재료 선택은) 의사들의 양심에 맡겨야 되는 문제도 있다”며 “의사들이 당장 몇 만원의 이익 때문에 싸구려 재료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 전문위원은 “의사는 자신의 양심을 걸고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싼 재료를 쓰도록 강요하고 있다. 싼 재료를 쓰고 싶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포괄수가제 자체가 그렇게 하게끔 돼 있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에 따른 국민 부담의 변화와 관련된 논의에서도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윤 전문위원은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본인부담금이 내려간다고 하는데 포괄수가제는 입원환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가 진단을 미리 받고 올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돈이 이중으로 지출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입원 도중 합병증이 발생하면 조기퇴원이나 전원을 시킬 수도 있다”며 “때문에 환자입장에서 부담이 덜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김 정책위원은 “백내장 수술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가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국민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복지부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려는 것은 적정한 선에서 적정한 재료를 쓸 수 있게 해서 국민 부담을 줄이자는 것이 의미”라고 강조했다.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은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윤 전문위원은 “중증환자 및 합병증 환자 등 행위별 수가제로 치료해야 하는 환자가 분명히 있다”며 “이런 환자들조차 무조건 포괄수가제로 치료하라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에 김선희 정책국장은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포괄수가제 대상인 7개 질병군을 78개로 세분화 했고 포괄수가발전협의체를 통해 논의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돼 있다”며 “합병증 환자 등의 치료에 대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를 할 것”이라고 반론했다.

그러자 윤 전문위원은 현재 포괄수가제에서 정한 중증환자에 대한 수가로는 치료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윤 전문위원은 “포괄수가제에 따르면 중증환자 치료는 경증환자에 비해 수가를 10~30%만 더 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치료하라는 식”이라며 “이런 환자들은 치료비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물리적으로 치료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고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가인상 요구하는 투정에 불과해"  ↔ "환자 치료선택권 제한에 시민단체 찬성하는 것 이해 안돼" 개원가의 포괄수가제 적용 대상 질환군에 대한 수술거부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전문위원은 “(수술거부로 인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하지만 건정심 등의 논의 기구를 통해 포괄수가제를 강제적용 하는 것을 끊임없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정심에서 이를 표결에 부쳐 마치 의료계와 합의가 된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결국 의협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이야 말로 환자를 볼모로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윤 전문위원은 “응급상황이 아닌 환자는 상의해서 수술을 연기하는 것이고 응급상황인 맹장이나 제왕절개는 수술할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보면 수술거부는 아니다”라며 “수술거부에 대해 환자를 볼모로 나쁜 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있지만 환자들의 피해를 감안할 때 포괄수가제를 강제시행 자체가 정부가 환자를 볼모로 나쁜 정책을 시행하려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선희 정책국장은 "의협의 포괄수가제 반대는 의협 새 집행부가 회원들에게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며 "결국 수가인상을 요구하는 투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건정심에서 논의할 당시 의협이 반론을 제기하지 않다가 집행부가 바뀌면서 정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집행부가 회원들에게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반대하는 것으로 추측한다”며 "결국은 수가를 올려달라는 일종의 투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윤 전문위원은 의협은 지난해에도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반대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전문위원은 “지난해 2월 15일 건정심에서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이 통과됐는데 당시 전 경만호 회장이 통과 당일 강제시행 반대 기자회견 했다”며 “행위별수가제보다 포괄수가제가 2.7% 높아지는데 수가만 생각한다면 의협이 포괄수가제를 찬성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시민단체가 포괄수가제를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윤 전문위원은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은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라는 두가지 치료옵션 중 하나를 없애고 오로지 포괄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환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적절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데 이것을 포기하는데 시민단체가 앞장 선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은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윤 전문위원은 “의료비 부담이 중요한지 양질의 진료가 중요한지 국민에게 묻고 싶다”며 “국민이 양질의 진료가 필요하다면 포괄수가제 시행 반대해야 하지만 의료비 부담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 의협은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설문조사 결과 포괄수가제를 찬성하면 의견을 받아들이고 수술거부를 풀 것”이라며 “하지만 진료의 질이 중요하다고 하면 국민들과 함께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 정책국장은 의협이 수술거부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하게 받아쳤다.

그는 “의협이 수술을 거부한다며 모든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공정거래법 및 의료법 위반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며 “의사는 일부 공익적 성격이 있는데 수가 때문에 정책 방향을 거부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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