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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일 포괄수가제 시행을 앞두고 일부 의료단체에서 진료거부를 결의한 것에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포괄수가제를 실시하는 목적은 합리적인 의료비와 의료이용을 유도하는 한편, 의료의 질도 관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건강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3일 ‘일부 의료단체의 포괄수가제 반대에 대한 입장’이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복지부의 발표 내용만 보면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포괄수가제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추진하려는데 의료계가 마치 ‘몽니’를 부리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사실 행위별수가제에서 포괄수가제로의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원인을 따져보면 정부가 기여한(?) 바가 크다. 정부가 포괄수가제라는 새로운 지불제도를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 때문이다. 갈수록 확대되는 급여비 지출 증가세를 억제하겠다는 의도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의 고령화가 심해지고 만성질환자가 증가하면서 국민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기술이 지속적으로 발달하고, 새로운 첨단 의료장비와 신약이 속속 개발되면서 의료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당연히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지급해야 하는 요양급여비 지출 규모도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2년 13조원 규모였던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규모는 2011년엔 34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약 10년 사이에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물론 건강보험 수입도 늘었다. 2002년 13조8,000억원에서 2011년에는 32조4,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급여비 지출 증가세에 맞춰 보험료를 인상했기 때문에 매년 지출과 수입 구조가 얼추 맞아떨어진다.

문제는 건강보험이 매달 지출과 수입을 맞춰야 하는 단기재정이란 점이다. 때문에 급격한 지출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누적적립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늘 아슬아슬하다. 매달 3조 가까운 비용이 급여비 등으로 지출되고 있지만 쌓아둔 누적 적립금은 기껏 1~2조원에 불과하다. 때로는 몇 천억원 대에 그칠 때도 있다.  

조금만 수입이 부족하거나 지출이 늘어나면 재정수지가 어긋나 보험재정이 파탄날 수 있는 상황이다.

단기재정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구조이기는 하다. 하지만 건보재정이 이렇게 아슬아슬한 수지 구조를 보이는 데는 정부의 탓이 크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리나라의 '공공(公共)의료'는 '공공(空空)의료'나 마찬가지다. 여태껏 국내 보건의료 체계에서 국가의 역할은 방관자였다.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인용하는 OECD 통계를 보면 안다. 다른 회원국들과 비교할 때 국민의료비 재원구성에서 우리나라는 유난히 정부부담 비중이 낮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국민의료비 재원구성에서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부담 비율이 44.7%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가계부담(32.4%), 정부부담(13.5%), 민간보험부담(5.2%) 등의 순이었다.

반면 OECD 국가들의 재원 부담율은 사회보장부담이 38.8%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정부부담 35.6%, 가계부담 19.8% 등이었다. 우리나라의 정부부담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약 1/3 수준이다.

▲ 연도별 가입자들의 보험료 추가징수액과 국고지원 부족액. 국고지원 부족액은 법정지원율(20%) 대비 실제 보험료 수입액과 차이를 추계한 것입니다.(제작 : 라포르시안)

그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의 20%를 국고지원토록 돼 있는 규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로 건강보험의 국고지원 실적은 2007년 3조6,718억원(보험료 예상수입의 17.3%), 2008년 4조262억원(16.5%), 2009년 4조6,786억원(18.05), 2010년 4조8,561억원(17.2%), 2011년 5조282억원(15.6%) 등이었다.

2007~2011년까지 5년간 총 보험료수입은 133.4조원이지만 정부의 국고지원액은 22.4조원으로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된 20%(26.7조)에서 4.2조원이 부족하다.

게다가 정부는 늘 건강보험 예산 수입액을 과소 추계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맞춰 국고지원액도 과소추계하고 그마저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특히 건강보험 예산의 과소 추계로 국고지원액이 적게 책정됐으면 당연히 정산을 통해 부족한 만큼 채원 넣어야 하지만 언감생심이다.

반면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해마다 정산을 통해 보험료를 추가 납부하고 있다.

연도별로 추가 징수된 가입자들의 보험료 규모를 보면 2007년 8,956억원, 2008년 1조950억원, 2009년 1조1,164억원, 2010년 8,043억원, 그리고 2011년 1조4,533억원, 그리고 올해 1조6,235억원이다. 지난 6년간 추가 징수된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모두 합하면 무려 6조9,881억원에 이른다.   

공공의료 확충은 더 말할 나위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 중 민간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설립한 공공병원은 10%에도 못미친다. 우리가 의료민영화의 나쁜 사례로 꼽는 미국조차 공공병원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따져보면 건강보험제도는 가입자들의 보험료 수입과 민간병원의 의료서비스 공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 듯’ 정부는 건강보험 가입자는 물론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모든 행위를 규제한다. 지분도 없는데 주인 행세를 하는 꼴이다.

정부가 공공병원 확충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건강보험 국고지원 책임을 지켜 왔다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건강보험 재정수지 구조는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이런 잘못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없고 오로지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과잉진료와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의료쇼핑 등으로 건보재정이 축났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간다. 되레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포괄수가제라는 제어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한다.

오롯이 국민의 건강권을 걱정해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려 한다면 정부 역시 그에 상응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언제까지 한정된 의료재원을 둘러싼 선택의 문제에서 뒷짐 지고 방관한 채 의사와 국민간의 갈등 구조를 즐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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