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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경찰관 상주' 보라매병원 야간 응급실 가봤더니…서울시, '상습주취자 대한 공적개입체계 구축' 시범사업…응급실내 폭력·폭언 억제에 효과적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급의료센터가 발간한 ‘2011년 응급의료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응급의료기관 및 기타 응급실을 이용한 환자 수는 1,032만명에 달했다. 반면 응급의학전문의 수는 총 958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0.9명에 불과했다. 이같은 응급의학전문의 부족현상은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응급의학과를 기피하는 것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상당수가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의 폭언과 폭행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송경준 교수가 전국 141개 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3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응급의학과 의사 중 50% 이상이 환자 및 보호자로부터의 폭행을 경험했다. 특히 응답자의 39.1%는 생명의 위협을 받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야간 응급실 내 의료인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주로 주취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동부병원 등 3개 시립병원에서 ‘상습주취자에 대한 공적개입체계 구축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3개 병원 응급실에는 야간 시간대에 경찰관을 배치함으로써 주취자를 비롯해 환자 또는 보호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폭력 등의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국립중앙의료원과 적십자병원에까지 이 사업을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8일 저녁,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보라매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기자가 보라매병원 응급실을 찾은 시각은 저녁 8시 30분. 아직은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은 이미 많은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여타 응급실과 다른 점이라면 접수창구 앞에 ‘경찰관 상주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는 점이다.

팻말 옆에는 경찰의 상주 이유 및 대처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명시돼 있었다. 일단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에 근무하는 경찰부터 찾았다.

보라매 병원 응급실에 경찰이 상주 근무하는 시간은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총 12시간이며, 매 2시간마다 근무교대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만난 경찰은 동작경찰서 대방파출소 소속 명창욱 경사였다.

명 경사는 “야간 응급실에 경찰이 상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취자로 인해 응급실과 같이 지역사회 공적 서비스 기관에서 발생하는 민원 및 공무집행 방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주취가 아닌 술을 먹지 않은 환자 및 보호자의 경우에도 의료인과 병원 직원에게 난동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내에서 난동을 피우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진료순서를 기다리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명 경사는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은 중증도에 따라 진료순서가 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또는 자신의 식구가 먼저 왔다는 이유로 소란을 피울 때가 종종 있다”며 “일주일에 두 번 근무 기준으로 할 때 1~2회 정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상주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병원 응급실에 비해 의료인에 대한 폭언 및 폭행 등의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 경사는 “보라매병원과 다른 병원의 응급실에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은 비슷하다”며 “다만 보라매병원의 경우 시립병원이기 때문에 야간에 주취자가 행려자가 많이 후송돼 오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다른 병원 응급실에 비해 문제 발생이 낮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또는 발생할 우려가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경찰이 우선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경우에 따라 경찰이 먼저 나서면 위압감을 조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병원 직원 및 보안업체 직원들이 일차로 문제를 접수하고 필요시 경찰이 조정 및 해결에 나선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술에 취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 또는 보호자들이 눈에 띠었으나 경찰을 의식해서인지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술에 취한 한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진료내역을 보여달라며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도 발생했으나 심각한 폭력·폭언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만취 생태에서 피투성이가 돼 실려온 한 남자도 있었다. 이 남자의 보호자 역시 간호사들과 의사들에게 자신의 지인을 치료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이후 다른 문제는 없었다.

이날 응급실에서 만나 S보안업체 직원 L씨는 “경찰이 응급실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응급실에서 난동을 피우는 경우 보안업체 직원이 나설 때와 경찰이 나설 때의 반응은 천지 차이다. 다른 응급실에 파견돼 있는 동료들과 이야기 해보면 보라매병원의 응급실은 문제 발생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보라매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3년차 전공의 황지은 씨. 그는 응급실내 경찰 배치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인턴 시절 이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 한 환자가 칼을 들고 병원 직원을 찌른 적이 있었다”며 “당시 목 근처까지 칼이 닿아 피해자가 중환자실로 실려가기도 했다”고 당시를 기억해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술에 취한 환자가 다른 의사에게 칼을 들이댄적 있었다는 것.

그는 “경찰이 상주하기 전에는 112에 신고해서 경찰이 오기까지 시간이 걸려 추가 사고의 우려가 있었다”며 “경찰이 상주한 이후 공권력 개입을 통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마음놓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효과 중 하나다.

아이가 갑작스럽게 열이 나 응급실을 방문한 한 보호자는 “응급실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정신없고 고성이 오가고 피투성이 환자들을 떠올리기 십상”이라며 “보라매병원 응급실은 입구에서부터 경찰이 있어 마음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근무를 교대하고 관할서로 북귀하기 위해 응급실 문을 나서는 명창욱 경사를 다시 만났다.명 경사는 야간 응급실 경찰 상주의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며 경찰 인력 증원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그는 “응급실에 경찰이 상주한 이후 공공의료 및 지역관리체계 강화로 사회안전망이 확산되고 응급실에 내원하는 주취자의 문제음주를 조기발견 및 개입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경찰 인력이 제한돼 있어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다른 장소에 제 때 출동하기 어려워 이후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의식 기자  hovinlove@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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