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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사화될 것인가, 사회화될 것인가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2.06.1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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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의료와 관련된 사안이 잇달아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를 비롯해 포괄수가제 강제적용, 응급피임약 등 의약품 재분류 등이 그렇다. 이런 이슈가 부각돼 찬반논란이 불거질 때면 의료계는, 더 엄밀히 말해 의사사회는 여론의 바다 위에 뜬 고립된 섬과 같다. 의료계가 찬성하면 사회적 여론은 반대쪽이다.  의료계가 반대하면 사회적 여론은 찬성인 경우가 많다.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을 둘러싼 여론만 봐도 그렇다. 의료계는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에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를 비롯한 사회적 여론은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응급피임약과 사전피임약의 재분류 결과를 놓고도 의료계의 여론은 외딴 섬과 같다.

물론 사안에 따라 의료계의 관점과 이익이 사회적 여론과 다른 방향을 추구할 때가 있다, 하지만 때로는 양 쪽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관점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게 찬반 대립된 의견으로 나뉘기도 한다. 포괄수가제가 그렇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이 제도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려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런 반대 이유를 외면하고 포괄수가제 반대를 의사사회의 집단이기주의로 치부한다.

의료계가 주요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사회적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도입 당시 의사파업 때도 그랬다. 여론은 의사파업을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붙였다. 심지어 정부는 고등학교 도덕교과서에 대표적인 집단이기주의의 사례로 의사파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의사들은 정말 이기적인 전문가 집단인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서라면 국민과 환자들의 건강권을 볼모로 파업도 불사하는 그런 집단으로 매도당해도 마땅한 집단인가.

일각에서는 의사집단이 이처럼 사회적 여론과 등지게 된 이유로 과도한 ‘의사화’를 꼽았다. 의사화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의사스럽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들의 대화'에서 파생된 '검사스럽다'는 신조어는 검사 집단에 대한 반감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이 말 속에는 검사집단의 몰상식과 무례, 특히 심각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을 비꼬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의사화라는 말도 그와 비슷하다. 6년간의 의대 교육과정과 또 5년간의 전공의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고도의 전문가로서 ‘의사화’, 즉 프로페셔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 가운데 일부는 환자의 불편한 몸을 생각하기 보다는 고도의 의료지식에 매몰돼 환자의 아픔을 외면하고 심각한 자기중심적 사고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사화는 전문가로서 프로페셔널한 상태이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돌아보지 않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있다는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다.

의사집단을 향한 이런 비판적 시각과 편견이 의료 현안이 터질 때마다 의료계를 ‘여론의 외딴 섬’에 떨어뜨려 놓는다. 결국 그들이 하는 주장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기 위한 발상이며, 환자를 위한다는 주장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식으로 매도당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의사사회의 잘못도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사회적 현안이 불거졌을 때 의사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첨예한 사회적 논란이나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전문가로서 적극적 의사표명을 하기보다 객관성과 전문가의 신중함이란 측면을 앞세워 늘 뒷짐 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

즉, 사회화가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사회화란 사회 구성원들간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이 사회적 역할과 행동을 학습해나가는 과정이고, 그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내면화 해나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물론 그 속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인 참여의 의미도 담고 있다.

광우병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의료계의 전문적인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결국, 법원의 판결이 난 이후 뒷북을 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신중치 못한 입장표명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평소 의사집단의 사회화가 부족했던 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의료계의 이해관계와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한목소리를 내고 집단적으로 뭉치는 모습이 결국 다른 사회집단을 공감과 동조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지난 1일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지금은 국민의 시각과 정부의 태도, 그리고 우리 내부의 무관심과 나약함을 동시에 바꿔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며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라고 강조했다. 향후 포괄수가제 저지 투쟁 과정에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드러냈다. 맞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의사사회의 올바른 사회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또다시 의료계는 ‘여론의 외딴 섬’에 고립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의사집단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건강권을 걱정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뼈저리게 고민해야 할 때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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