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당기흑자 5800억 기록…재정안정 대책에 급여비 지출 증가세 '뚝'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제자리 걸음

올 상반기 중 건강보험 재정의 누적수지 흑자가 직장과 지역 통합 이후 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건강보험공단의 재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 건강보험 재정은 5,812억원의 당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건보재정 누적적립금은 총 2조1,412억원으로 작년 말 1조5,600억원과 비교해 5,800억원 이상 늘었다.

건보재정 누적적립금이 급증한 이유는 올 들어 1~3월까지 6,113억원의 당기흑자를 기록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4월에만 301억원의 당기적자를 기록했을 뿐이다. 

건보재정이 당기흑자 행진을 이어간 이유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급여비 등 총지출은 9,789억원(8.3%) 증가에 그친 반면 총수입은 1조6,426억원(14.0%)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5월달에 직장가입자의 2011년도분 보험료 정산 수입이 걷혀지면 건보재정 수입은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공단이 지난 4월 발표한 직장가입자의 2011년도분 건보료 정산 결과를 보면 716만명에게 1조8,581억원을 추가징수하고, 200만명에게 2,345억원을 반환해 총 1조6,235억원의 정산보험료 수입이 발생했다.

보험료 정산 규모가 1조6천억원을 넘어선 것도 사상 최대 규모에 속한다.

최근 6년간 추가 징수된 가입자들의 보험료 정산 금액을 보면 2007년 8,956억원, 2008년 1조950억원, 2009년 1조1,164억원, 2010년 8,043억원, 그리고 2011년 1조4,533억원, 그리고 올해 1조6,235억원 등이다. 5월달 건보료 징수 때 1조원 이상의 정산보험료가 걷힐 것으로 예상돼 1~5월 중 건보재정 누적적립금은 3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건보 누적적립금이 3조원을 넘어설 경우 지난 2003년 지역과 직장의 건강보험 재정이 통합된 이후 최대 수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건보재정이 이처럼 안정세에 접어든 것은 요양기관의 급여비 지출 증가율 감소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1~4월) 12.6에 달했던 급여비 지출 증가율은 2010년 10.9%, 2011년 7.2%, 2012년 8.6% 등 10%대 이하로 떨었다.  

공단 역시 정부의 고강도 재정 절감 대책과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 증가가 건보재정 안정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시행된 일괄 약가인하에 따라 보험재정에서 지출되는 약제비 감소 효과까지 더해지면 건보재정 지출 증가세는 더욱 둔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5월 건보공단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 재정 현안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보험정책과장은 "올해 4월 말까지 건보재정은 6,000억원대 당기흑자 수준을 유지했고, 급여비 지출 증가율도 평균 8%대를 기록하고 있다"며 "급여비 증가에 있어 피크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 안정에만 '올인', 보장성 확대는 '뒷전' 문제는 건보재정은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건강보험 보장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65%로 정점을 찍은 후 2008년 62%, 2009년 64%, 그리고 2010년에는 다시 62.7%로 떨어졌다.

현 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이 주춤하면서 내년까지 추진해야 하는 제2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다.

정부의 2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르면 올해에는 75세 이상 노인틀니 보험 적용(7월)과 임신.출신진료비 지원확대가 실시되고, 내년에는 초음파검사, 골관절염치료제, 소아선청선질환 보험 적용이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에 추진된 보장성 강화 정책 중 가장 중요한 초음파검사 급여화의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재정 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 미래개혁기획단'은 오는 2013년 보장성 강화를 위해 책정했던 예산(약 1조원) 보다 실제 재정 소요액이 훨씬 초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장성 확대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복지부가 지난 2009년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초음파검사 급여화에 추가로 필요한 재정이 6,600억원으로 추산한 것과 큰 차이가 난다. 

내년도에 초음파검사 급여화가 이뤄질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부원장은  "우리나라 의료보장체계의 가장 큰 현안은 재정안정과 보장성 강화로 집약될 수 있다. 문제는 두 가지 목표가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라며 "보장성 강화는 지출증가를 의미하고 이는 재정안정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개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출합리화 계획을 먼저 설정한 후 국민의 부담수준에 맞추어 보장성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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