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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의료는 인권 보호할 수도, 침해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화영(인권의학연구소 소장, 종양내과 전문의)

 

사진은 지난 2일 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대생에게 환자의 인권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워크숍 모습

‘인권의학’은 건강을 지키는 책임이 있는 보건의료인들이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인권향상을 위해 실천할 수 있도록 이론적 근거와 방법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인권의학은 건강이 일종의 권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건강을 인권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건강의 유지가 개개인의 영역에서 확대돼 사회 및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권의학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한 학문 영역이다. 다만 최근 들어 의료인이 환자들의 인권을 이해하기 위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부터 이를 다뤄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두되고 있다. 일부 의대에서는 필수과목 또는 특강형식으로 인권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가톨릭의과대학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의대생에게 환자의 인권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주제로 워크숍이 진행됐다. 이날 워크숍은 인권의학연구소(IMHR) 이화영 소장이 진행을 맡아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는 부분을 케이스별로 확인하고 그룹을 나누어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화영 소장을 만나 인권의학 교육의 의미와 국내 교육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 이번 워크숍을 개최하게 된 배경은.“인권의학을 연구하며 인권 교육을 의과대학의 교육과정과 접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 증진과 환자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의대생의 교육과정에서 환자 권리에 대한 지식과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인권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방법을 개발하자는 것이 일반적 목표다. 때문에 학장을 설득하는 것보다 의학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교육 실무자인 교수를 교육하는 것이 인권의학의 필요성을 확대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 현재 국내 의과대학에서 인권의학 교육은 어떻게 다뤄지고 있나.

“인권의학 교육은 이미 5년 전부터 일부 의대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지난 2007년부터 연세대 의대에서 본과1학년부터 본과 3학년까지 선택과목으로 연간 16시간 동안 인권에 대한 총론과 강론을 교육하고 있다. 아주대의대는 필수과목으로 4년동안 필수과목으로 다루고 있으며 고려대 의대, 연세대 원주의대, 한림대 의대는 특강 형식으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상황이고, 전국 의과대학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간 16시간만으로 인권의학을 교육하기에 상당히 부족할 듯 싶다.

“연세의대가 1년에 16시간 강의하는 반면 아주의대는 필수과목으로 배정해 4년동안 1년에 4~8시간 정도 학년별로 알아야 할 것을 나눠서 교육하고 있다. 짧은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1시간도 없는 것보다는 2시간은 많은 것이고, 2시간에 비하면 16시간은 많은 셈이다.현재 의대 교과과정에서는 2시간도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다행히 인문학 교육이 의대 평가기준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교육을 해야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그간의 의료인문학이 문학, 음악, 의철학을 중심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의료현장에서 대두되고 있는 인권이라는 토론적인 문제를 다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의대에서 인권의학을 현장과 어떤 식으로 접목해 교육하나.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의료인의 역할 및 정신과 환자, 에이즈 감염환자 등의 인권보호, 심지어 반핵 등 환경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또 일부 대기업 생산공장에서 백혈병 환자가 발생한 것에 대한 의료인의 역할 등 노동자들의 건강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건강문제, 환자의 비밀보장권이 EMR 차트에 의해 노출되는 등 의료현장에서 학생들이 관심있는 이슈를 직접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인권의학은 지식의 전달이 아닌 인식의 전환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무엇인가를 알아야 인식이 전환된다 . 인식만 전환되어서도 안된다. 태도가 변해야 한다. 아는 것하고 실천하는 것하고는 다르다. 인권의학은 실천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의료인들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학문이다. 때문에 교과과정에서부터 인권의학을 다뤄야 하는 것이다.”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를 예로 든다면.

“산부인과에서 간호사가 산모를 호명한 후 임신 확인 스틱을 건네주며 화장실에서 검사하고 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화장실이 임신 확인을 제대로 검사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볼 수 있는가. 간호사가 환자의 EMR 차트를 보고 지인이나 가족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하는 것도 문제다. 에이즈 환자의 치료 거부 등도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특히 군대, 구금시설,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의 인권 침해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건강과 인간 고통에 대한 좁은 인식이 가장 문제다. 건강은 일종의 인권임을 인식해야 한다. 의료인들 스스로가 이를 전문가적 책임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과정에서 인권을 교육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현재 군대, 구금시설, 정신병원 폐쇄병동 등 인권의 침해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근무하는 의료인을 교육하는 의대나 의료단체는 단 한 곳도 없다. 군의무관의 교육은 국방무에서, 교도소 등 구금시설의 의료인 교육은 법무부에서, 폐쇄병동에서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들의 교육은 복지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 의사협회 등의 의사단체가 나서 인권의학 교육을 추진할 수는 없을까.

“의사들을 대표하는 의사단체는 의사들을 보호해야 한다. 인권을 논할 때 의료권은 어디가고 환자들의 인권만 이야기 하느냐고 하는데 인권의학은 의사와 환자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의료인들이 가해자의 역할을 하지 않도록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리더로서 의사단체의 역할이다. 어떻게 의사들의 인권교육을  정부 기관에 맡길 수 있는가.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의사단체는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셈이다. 대신 여러 의료단체와 전문가 학회에서 인권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목소리가 얼마나 들릴지는 의문이다.”

- 인권의학 확산을 위해 인권의학연구소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학교 외에 현장을 중심으로 의료 및 인권과 관련된 몇개 단체들이 모여서 의료인에게 인권의학을 어떻게 훈련시키고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네트워크를 준비 중이다. 노숙인 이주민 폭력 피해자 등 현장에 일하고 있는 경험을 나누고 모아서 발표하고 싶지만 그럴만한 공간과 지면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저 각자 자기의 현장에서 일할 뿐이다. 때문에 의료와 인권을 주제로 경험을 공유하고 교육을 위한 자료를 마련하고 학회처럼 자료를 발표함으로써 인권의학이라는 의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 복지부는 지난달 15일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권리·의무를 알리는 내용을 담은 액자 게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환자의 권리 사항 게시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권은 그렇게 접근하면 안된다. 의료인과 환자들이 서로 대립 각을 세우게 하고 정부는 빠지겠다는 것인다. 욕은 의사들이 먹고 피해는 환자들이 보게 될 것이다. 지난 1993년 연세대에서 환자권리장전을 자발적으로 시행한 이후 대부분의 의료계에서 환자권리장전을 게시하고 이를 수행하고 있는데  굳이 강제화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인권교육이 환자와 의사간 '라포르'(Rapport)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결국 인권교육의 핵심은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진료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교육이 목표로하는 것은 의료현장에서 가장 적절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의료인력을 키워내는 것이다. 모니터만 바라 보고 있어서는 환자와의 교감이나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다. 환자가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의료인의 역할이다. 기본적인 눈맞춤과 배려없이 관계가 형성되겠는가. 의료는 양날의 검과 같다.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쓰일 수도 있지만 의료인들의 전문가적 책임이 없다면 인간 고통의 사회적 원인과 건강 증진의 기회는 간과된 채 인권침해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인권의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손의식 기자  hovinlove@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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