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덕(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오는 7월부터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치질과 백내장, 제왕절개분만 등 7개 질병에 대한 포괄수가제(DRG) 강제적용이 시행된다.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으로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DRG 세부 시행방안을 의결했다. 건정심을 통해 DRG 시행방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는 불합리한 위원 구성 및 의사결정 구조 문제를 제기하며 탈퇴를 선언했다. 특히 의협은 DRG 강제적용이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져 국민의 건강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사무국장을 통해 시민단체에서 바라보는 DRG 강제적용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의료계는 건정심에서 의결된 DRG 개정수가가 턱없이 낮다면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원들이 수익보존을 위해 원가절감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결국 과소진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높다.

“DRG는 해당 질병에 하나의 수가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7개 질병군에 대해 환자의 중증도나 치료서비스의 질에 따라 78개의 환자분류체계가 있다. DRG를 반대하는 측에 의해 언론에 이야기되는 것은 마치 단일 수가체계인 것처럼 선전하는 등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다.진료의 중증도나 환자에 따라 분류체계가 있고 분류체계에 따른 치료 프로세스가 부분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DRG는 환자의 질병군에 대해 단일 수가체계가 아니라 중증도에 따라 수가가 세분화될 수 있도록 나뉘어져 있으며 중증도에 따른 적정한 진료가 필요하다 하면 그에 따른 진료 프로세스를 의사가 정할 수 있고 수가도 달라질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DRG가 결국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의협에서 DRG 시행으로 인한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증거로 캐나다의 사망율 증가 사례를 드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협조를 받아 원 논문을 찾아봤다. 원 논문 저자가 텍사스 주립대 다나 포르지오네 교수이다. 포르지오네 교수에 따르면 해당 논문의 의도는 OECD 국가 중 DRG를 시행한 국가간의 사망률 비교였다. 그런데 그 논문은 1983년도를 기준연도로 하고 있는데 캐나다는 1989년부터 DRG를 시행했다. 따라서 그 논문의 기준시점이 되는 1983년도에는 DRG 시행 이전이기 때문에 DRG가 사망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상관관계를 규정하기는 어렵다. 의협이 이를 모를리 없을 것이다. 1983년도 시점에서 캐나다의 사망률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DRG가 아닌 다른 요인들에 의한 사망율 증가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캐나다는 DRG 시행 단계 및 조건이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르다. 캐다나는 공공의료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비율이  8% 수준인데 비해 캐나다는 70%가 넘는다.  그런 환경에서 캐나다의 DRG는 하나로 묶고 있던 것을 그룹으로 나눈 것이고 한국은 낱개를 일부 그룹화 시키는 것이다. 고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의협이 이런 사실을 간과한 채 환자들에게 포괄수가제가 사망률을 높이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 의료계가 DRG가 강제적용되면 의료의 질이 떨어진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나. "DRG를 시행하는 많은 나라들에서 사망률이 높아졌거나 질 하락이 현저하게 드러났다면 보편적인 지불제도로 수용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환자의 중증도를 가늠해 어떤 수준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의사에게 맡겨져 있다. 진료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의사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결국 의협이 DRG를 반대하며 질 하락을 근거로 내세우는 이유는 수가 얘기를 하기 창피하고 밥그릇 챙기기로 낙인될 가능성 때문에 환자들에게 의료의 질 하락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 의협도 DRG 시행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환자에게 적정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중증도에 따른 분류체계를 세분화하고 적정수가를 책정하는 등 충분한 준비를 거친 다음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이런 부분에서는 상호 공조할 여지도 있지 않은가.“DRG가 질 하락 우려가 없기 때문에 이를 방치하자는 입장은 절대 아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환자 권리증진에 관심을 두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질 하락에 대한 감시체계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기전을 충분히 보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에 의협이 질 하락에 대한 충심만으로 제도적 장치 및 개선을 제안하는 거라면 건강세상네트워크도 함께 연대해서 정부에 공동으로 요구할 의사가 있다. 다만 이것이 포괄수가제를 반대할 명분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 일각에서는 DRG 시행이 민영의료보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DRG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중증도의 편차가 크지 않은 7개 질병들에 대해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영의료보험 입장에서 이를 이용한 상품개발은 메리트가 없을 것이다. DRG는 환자의 본인부담을 현저하게 줄이는 제도다. 비급여를 건강보험 수가 체계안에 포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비급여의 본인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DRG가 확대될수록 환자들이 체감하는 본인부담 감소 효과는 더 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역으로 민영의료보험 의존도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현실적으로 민영의료보험 혹은 실손의료보험이 관련 시장에서 상품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건강보험료는 매년 오르는데 환자들이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의 체감 수준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료가 매년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보장성이 강화된다는 경험적 확신이 없기 때문에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해 왔다. 하지만 반대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의존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DRG 시행후 보장성이 강화되는 추세가 확인되고 경험적으로 실증되면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해야 된다는 환자들의 불안심리는 덜 작동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DRG로 인해 민영의료보험이 활성화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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