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자 입법예고를 통해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의 일부 개정령 안을 내놓았다. 그 중 관심을 모으는 내용은 ‘의료인에게 면허받은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 대한 행정처분기준 삭제함(안 별표 행정처분 기준 2. 개별기준 가. 19))’에 관한 내용이다.

기존에는 ‘법 제27조제1항을 위반하여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받은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이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면허정지 3개월의 처분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입법예고된 개정령 안에는 ‘법 제27조제1항을 위반하여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이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로 규정해 놓았다.

따라서 ▲의료에 관한 자격이나 면허가 없는 일반인을 고용하고 그 사람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예; 아무런 자격이 없는 사무장에게 주사를 놓게 한 경우) ▲의사가 한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 행위를 한 경우(예: 의사가 침을 놓는 행위)에 대하여는 현재와 동일하게 향후 위 개정안이 통과 되어도 면허정지처분은 동일하다.

문제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예를 들면 ▲의사인 병원장이 고용의사(봉직 의사))에게 한방 의료행위인 침을 놓게 하거나 치과치료를 하게 하는 등으로 의사에게 자신의 면허범위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병원장이나 의사가 간호사(간호사도 의료법상 의료인임)에게 진료보조행위가 아닌 진료행위(예: 수술)을 시킨 경우로 간호사의 업무범위 외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대하여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의 내용에는 위 사항에 대해 ‘의료인에게 면허받은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라는 규정으로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시킨 의사나 병원장에게도 면허정지 처분을 할 수 있게끔 규정돼 있다. 하지만 입법예고된 내용을 문리적으로 해석하면 그러한 경우는 면허정지 처분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위 사례의 병원장이나 의사가 있는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는 것은 현재와 같다.

결국 변경되는 행정처분 규칙의 내용에 따르면 의료행위의 범위에 대하여 잘못된 지식이 있거나 혹은 알면서도 여러 이유로 잘못된 의료행위를 시킨 경우에는 ▲병원장이나 지시 의사는 면허정지 처분이 없고 ▲병원은 업무정지(과징금으로 대체하여 돈으로 대신 처분을 이행할 수 있다)처분을 당하게 되나 ▲잘못된 지시를 아무생각 없이 또는 어쩔 수 없이 응한 하위 의사나 간호사는 면허정지처분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경우의 수를 모르고 행정처분규칙의 개정안 입법예고를 했을 리는 없다고 본다. 의료법 상에 의료행위에 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이 없어 의료인의 의료행위 범위를 놓고 해석에 있어서 논란이 항상 존재했고, 무면허의료행위 논란은 내부적이기 보다는 환자 측의 의료사고 협상용으로 악용되고 있거나 민간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 또는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의 행정처분 대상으로 병원이나 의료인 측에 압박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평생 기간 동안 면허정지 처분 3회이면 면허 취소가 되는 법구조에 있어 병원장 등 실제 행위자가 아닌 의료인에게 면허정지처분을 하는 행위 책임의 원칙상 다소 무리나 형평성(예를 들어 의료법인 이사장이나 병원을 개설할 재단법인 이사장이 의료인이 아닌 면허가 없는 일반인인 경우와 비교해 볼 수 있다)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면허정지 이외에도 병원은 업무정지처분을 받기 때문에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행정처분을 한다는 측면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부합되는 면이 있어 위 개정안의 내용에는 그러한 고려나 배려가 있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위법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고용환경이나 의료현장에서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지시를 수행한 결과를 놓고 피해를 보는 의료인이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위 규정이 현재 논란이 되는 PA 문제에서 단순히 병원장이나 집도의사에게 면허정지처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면책규정으로 악용될 소지는 없을까 우려가 들기도 한다.

김선욱은?

1994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2003년 대한의사협회 법제 상근이사 2008년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교 시장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2009년 대한병원협회 고문변호사2011년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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