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가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이 환자는 자신의 침대 옆에 설치된 로봇팔을 쳐다보며 이 로봇팔을 자기 팔처럼 움직여 커피잔을 잡고 입으로 가져오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면 로봇팔은 정확히 환자의 생각대로 움직여 커피를 마시게 해준다.

미국 브라운대 메디컬센터, 하버드의대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은 16일(현지시간) 마비 환자의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인공 수족을 움직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네이처지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5년 전부터 팔이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여성 환자와 5년 전부터 다리를 쓰지 못하는 남성 환자의 뇌에 어린이용 아스피린만한 크기의 센서 칩을 이식했다.

이 센서는 환자가 자기 팔을 움직이는 상상을 할 때 뇌 세포 수 십개의 전자 활동을 포착한 뒤 이 신호를 컴퓨터로 전송한다. 컴퓨터는 이런 신경 신호를 로봇팔을 움직이는 명령으로 전환해 로봇팔을 통제한다.

환자들은 우선 팔을 뻗어 자기 앞에 있는 고무공을 잡는 동작을 시도했는데 남성환자는 성공 확률이 50%에 못 미쳤지만 여성환자는 60%가량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여성환자는 이어 커피를 마시는 동작을 시도했는데 로봇팔을 움직여 커피 병을 잡은 뒤 이를 입으로 가져와 빨대로 커피를 마신 뒤 다시 병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이 여성환자는 6차례의 시도 중 4차례나 성공했다.

연구진은 여성환자가 약 15년간 팔을 움직이지 못했어도 뇌가 여전히 유효한 동작 신호를 만들어 내고 있음이 밝혀졌으며, 이번 연구는 사고 등으로 신체의 일부 또는 전체가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재활치료나 인공 수족 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브라운대 뇌과학연구소의 존 도너휴 소장은 "마비환자, 특히 전신 마비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침에 커피잔을 잡고 마시는 동작은 실로 경이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앤드루 슈워츠 교수도 `커피 마시기'는 마비 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상생활의 동작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사지마비 환자가 로봇팔을 움직여 '하이파이브'를 하는 데 성공했고 스위스의 한 실험실에선 부분 마비 환자가 로봇팔을 원격 제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술 개발과 비용 인하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런 기술의 상용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상용 제품을 만들도록 투자를 유도하거나 뇌에서 유선으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을 무선으로 바꾸는 문제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뉴욕대 랜곤 메디컬 센터의 재활치료 전문가인 프리티 라가반 박사는 약 5년 후에는 로봇팔 사용기술이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마비된 팔다리를 다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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