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환자가 간단한 신경 재배선(rewiring) 수술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워싱턴 대학 의과대학 성형-재건외과 수술팀은 손가락을 움직이는 신경은 죽고 어깨를 움직이는 신경은 살아있는 사지마비 환자의 죽은 손가락 신경을 살아있는 어깨 신경에 연결, 손가락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의 BBC방송 인터넷판과 헬스데이 뉴스가 15일 보도했다.

2008년 6월 자동차 사고로 목뼈의 맨 아래부분인 제7번 경추(C7)가 손상돼 사지를 쓰지 못하던 71세의 이환자는 이 수술로 엄지와 검지를 움직일 수 있게 돼 최소한 손가락으로 먹고 쓰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지마비 환자의 손가락 기능을 일부나마 회복시킨 것은 사상처음이다.

이 환자는 수술 전에는 어깨, 팔꿈치, 손목 기능만 일부 살아있었다.

수술팀은 손상된 7번 경추에서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죽은 신경을 윗팔 부분에서 7번 경추 위쪽의 살아있는 경추에서 내려오는 어깨 신경가지에 연결, 어깨 신경의 신호가 손가락 신경에 전달되도록 했다.

손가락 신경은 죽기는 했지만 7번 경추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여서 온전했다. 다만 경추 손상으로 뇌와 "대화"를 할 수 없었을 뿐이다

손가락 신경이 연결된 신경은 팔꿈치를 굽히는 두 개의 근육 중 하나인 상완근을 움직이는 신경으로 이 신경이 결국은 엄지와 검지를 움직이는 신경 구실을 하게 된 것이라고 수술을 지휘한 아이다 폭스(Ida Fox) 박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 환자는 손가락 기능이 살아나기까지 1년에 걸쳐 손가락을 움직이는 물리치료를 꾸준히 해야만 했다.

어깨를 담당하는 신경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신경으로 기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뇌에 납득시키고 교육시키는 데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 수술법을 개발한 말초신경 손상 치료 전문의 수전 매키논(Susan Mackinnon) 박사는 이 수술은 비용이 많이 드는 복잡한 수술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신경 바이패스 수술은 7번 경추가 손상된 환자에게만 가능하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의 '신경외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urgery)' 온라인판(5월15일자)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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