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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만나다] "기다림 포인트가 많군요, 새치기 진료 OK"김용세(창의적디자인연구소(CDI) 소장,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존재하지 않던 행위를 만들어 가치를 창출시키는 게 바로 서비스디자인이다.”

지난 4일 대한병원협회 정기총회 자리에서 병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강의 첫 강연자로 나선 김용세 소장(창의적디자인연구소)이 병원장들에게 던진 화두다. 병원에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진료 프로세스에 혁신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병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친 뒤 일리노이드대학 등에서 10년간 기계공학 디자인 분야 교수로 일한 이른바 ‘융합디자인’ 전문가다. 지금은 성균관대의 ‘창의적디자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한때 MP3플레이어 업계를 평정했던 '아이리버'를 만든 디자이너 김영세 씨가 김 소장의 형이기도 하다. 의료서비스 디자인을 포함한 서비스 융합디자인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김 소장을 지난 10일 성균관대 수원캠퍼스 내에 있는 연구소에서 만났다. 


-'서비스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스마트폰은 예전에 없던 기술을 구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제품이다. 서비스도 그럴 수 있다. 서비스는 제품의 기술 개발 보다는 사람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없던 행위를 만들면서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서비스디자인이다. 행위의 이슈가 제품에 얹혀 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언뜻 이해가 안간다. 병원 관점에서 서비스디자인이란.

"지금까지 좋은 병원은 의료기술의 수준으로만 측정해왔다. 하지만 병원끼리 경쟁이 심화되고 기술이 어느 정도 평준화되면서 차별화가 요구되고 있다. 환자는 그들이 원하는 행위를 섬세하게 케어해 주는 병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반면 병원은 아직 서비스디자인라는 개념을 어려워한다. 감기로 찾아간 한 동네의원 원장에게 서비스디자인이란 얘기를 꺼내자 인테리어디자인으로 잘 못 알아듣고는 이 동네 환자들은 그런 것까지 바라지 않는다고 정색하던 기억도 난다. 의료서비스 디자인이란 병원에서 이뤄지는 진료 프로세스 전체를 재점검하면서 개선점을 찾아가는 거다. 이를 위해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환자, 보호자, 의사, 간호사 등이 각각 행위를 할 때 서로 어떤 감성적 평가를 하는지 눈여겨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의료서비스디자인은 의사와 환자 간 라포를 형성하게 해주는 게 핵심이다."

-동네의원 의료서비스 디자인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제너럴닥터는 동네의원 의료서비스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 벤치마킹 대상 1호였다. 동네의원 프로젝트는 제너럴닥터를 중심으로 몇몇 의원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실제 진료 중간중간에 환자들의 느낌과 평가를 체크했다. 또 의료진도 이 디자인 작업에 깊숙이 개입해 이른바 'Co-Creation(소비자연계가치창조)'을 했고, 이를 통해 문제인식이 생겼고, 개선할 가치요소를 찾아갔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이슈가 도출됐고, 그 중의 하나가 의사와 간호사의 중간 역할을 하는 카운슬링 간호사다. 진료 프로세스에 영향을 주는 사람은 의사만큼 간호사도 중요하다. 카운슬링 간호사는 진료 시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특히 노인을 위한 설명 및 지속적인 관리를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의사에게는 환자를 응대할 때 적어도 문앞까지 나가서 만남을 갖는 서비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의료서비스 디자인 중 특허 출원한 디자인이 있다고 들었다.

"‘탄력적인 대기시간 관리 서비스’는 특허 출원한 서비스 중 하나다. 환자는 병원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한마디로 시간에 대한 조절 능력이 전혀 없게 되는 것이다. 환자마다 대기시간을 줄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우리는 기다림 포인트를 제안했다. 개인 식별장치를 활용해 병원에 입장해서 의사를 만날 때까지의 시간을 체크하고, 그 기다림의 시간을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개념이다. 환자는 그 포인트를 사용해 합법적인 새치기가 가능해진다. 이 서비스디자인에 동의하는 병의원을 찾는 환자는 누구나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합법적 새치기가 용인될 수 있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던 기다림 포인트를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구현한 예다." 

-기존의 장비를 활용해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은 없나.

"병원에서 쓰는 전자차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의사들은 수기차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사적인 메모도 할 수 없는 전차차트는 너무 기계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차트 업계에서는 수기차트처럼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의사와 도구를 조율해  맞춤형 서비스디자인을 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사업은 지식경제부에서 ‘사용자 친화형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는 의사와 환자 소통기구 개발’이라는 과제로 공개입찰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료서비스 디자인 사례가 있다면.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인 아이디오(IDEO)는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의료서비스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 회사다. 아이디오가 만들어준 레드크로스의 ‘WHY I GIVE’라는 헌혈 서비스디자인이 유명하다. 자신이 왜 헌혈하게 됐는지 스토리를 쓰게 하고 헌혈 보조기구 등에 포스트잇으로 붙이게 했다. 헌혈을 하는데 대한 뿌듯함을 드러내도록 해 동기부여를 극대화한 서비스디자인 사례다."

탄력적인 대기시간 관리서비스 모형.
 

-의료서비스 디자인 작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SNS로 청소년 의료상담을 하는 ‘틴즈닥터’ 건강관리서비스를 만들 때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의사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를 활용해 상담을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거나 거부하는 의사가 의외로 많았다. 의사가 조금 경직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학적 지식을 사용하는게 의학적으로 보장돼 있는 환경에서 사용해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카운슬링 간호사 아이디어도 우리나라 의료계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카운슬링 간호사를 파트타임으로 몇몇 의원들이 공동으로 고용한다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의료법상 문제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다. 정부나 병원 경영진, 의료진 등 여러 주체가 모여 Co-Creation을 해야만 혁신적인 의료서비스 디자인이 현실화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이거나 향후 계획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디자인은.  "현재 삼성서울병원과는 고객경험관리 측면에서 다양한 디자인 과제를 고찰 중이다. 환자나 의료진이 진료 과정 도중에 틈틈이 느낌과 평가를 기록할 수 있는 탭을 개발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수많은 피드백을 모아 가치체계를 만들고 디자인을 도출해내는 작업이 빨라지는 것이다. 기회가 되면 중간 규모의 병원과 의료서비스 디자인 작업을 해 보고 싶다."

-의료서비스 디자인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

"변화하는데 적응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의료환경은 규제가 많고 진료 프로세스도 타이트해 그런 변화가 늦어졌다. 또 의사는 각자 프라이드와 독립성이 강한 직종이다. 따라서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자들이 합심해야 한다. 자기주도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경영관리자의 역할도 크다. 무엇보다 의료서비스 디자인 성공사례가 나온다면 그만큼 확산이 빠를 것으로 기대한다." 

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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