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책학회 학술대회서 다뤄…"공공의료 논의와 맥락 일치"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를 단순 진료 같은 서비스가 아닌 치료와 예방을 통합한 보편적 서비스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강정책학회는 지난 4일  개최된 춘계학술대회에서 '일차보건의료 전략은 한국에서 여전히 유효한가'란 주제를 다뤘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건양의대 예방의학교실 나백주 교수(사진)는 “일차보건의료가 농어촌이나 의료취약계층에 한정되는 기존의 잔여주의적 접근전략에서 벗어나 전체 보건의료조직의 치료 및 예방의 통합이 강화되는 측면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교수는 “과거 일차보건의료 접근이 우리나라에 도입될 당시 농촌에도 기초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운동으로 인식하는 측면이 컸다”며 “그동안 역사적‧사회적으로 형성돼 온 바람직하지 못한 일차보건의료에 대한 인식 틀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차보건의료에서의 보편적 복지는 일부가 아닌 모든 주민에게 적용되는 서비스”라며 “주민의 보건의료 필요에 반응하고 보건의료분야의 시장이 아닌 정부 역할을 높이는 것 등이 최근 한국의 공공의료 논의와 맥락이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차보건의료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역할이 정해지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일차보건의료를 단순한 최초 접촉(First contact)이나 단순 진료 같은 차원이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한정된 인식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나 교수는 “일차보건의료 운동은 치료와 예방을 통합해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보편적 접근운동”이라며 “취약계층이나 취약지역에는 특화되고 강화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지만 본질은 치료와 예방이 통합되고 주민과 정부부서, 민간병의원 등이 연계‧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의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부가 지역의 보건의료 필요를 측정하고 우선 순위를 정한 후 보편적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예산투자 결정 등 실질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 교수는 “현재 정부는 이같은 기능을 수행할 만큼 충분한 기술적 능력을 축적하지 못했고 사업을 추진할 예산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역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런 노력이 공공의료 접근에 있어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 기반한 일차보건의료운동 전개해야" 일차보건의료에 있어서 지역사회의 참여전략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정백근 교수(사진)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건강보호와 관련된 기획, 실행의 과정에서 개별적, 집합적으로 참여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며 “일차보건의료의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개인의 자조능력과 참여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지역사회 참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으로 ▲자원 동원의 유용성 증가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접근법의 개발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증대 ▲서비스의 효과성이 커질 가능성의 증대 ▲사업에 대한 주인의식과 지속성의 보증 등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 지역사회의 대표들이 전문가, 지역 유지 등으로만 구성돼 실질적인 대표성이 없었다”며 “정책의결과정보다 심의과정에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등 지역사회참여를 정부정책을 정당화시키는 도구로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 개인의 역량 강화를 일차보건의료의 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정 교수는 “개개인과 집단의 역량이 강화되고 이들의 집합적 행동이 지속적으로 높은 단계로 가는 것이 실질적 참여”라며 “이를 위해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지속적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 기반한 일차보건의료운동을 전개할 때 형평성은 지역 간, 지역 내 건강불평등 완화로 구체화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지역사회참여는 광범위한 사회적 운동을 추동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정부가 건강불평등을 완화하고 건강한 공공정책을 생산토록 강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사회의 역량강화를 위한 측면으로 지역사회간의 파트너십 구축도 제안했다.

정 교수는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파트너십 형성은 상호 간 높은 친밀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그러나 일반적으로 파트너십이나 부문 간 연계가 현실화된 경우라 할지라도 지역사회 그 자체는 빠져 있거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일차보건의료에서 지역사회 간 파트너십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각 지역사회의 자기결정권이 있어야 하며 정부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국내 일차보건의료의 지역사회가 참여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지역기반사업, 형평성, 파트너십, 건강한 공공정책의 내용 등 핵심영역을 도출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헤게모니를 확보하고 건강한 공공정책과 건강 결정요인에 대한 개입역량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차보건의료란?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란 개념은 세계보건기구(WHO)의 1978년 '알마타 선언'을 통해 공식화됐다. WHO가 알마타 선언에서 규정한 일차보건의료는 단순히 일차진료(Primart medical care)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보건체계의 중심적 기능을 담당하며 개인, 가족, 및 지역사회를 위해 건강증진, 예방, 치료 및 재활 등의 서비스가 통합된 기능을 의미한다. <알마아타 선언(AlmaAta Declaration) 전문>

세계일차보건의료대회는 1978년 9월 12일 알마아타에서 세계의 모든 나라와, 보건 및 사회개발 담당자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모든 인류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긴급히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본 대회는 단순히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것이 아닌 육체 정신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로서의 건강을 기본권이며, 최상의 건강을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목표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건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와 경제 분야간에 연대가 필요함을 재확인한다.

2.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개별 국가에서 거시영역의 불평등을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공통 관심사이어야 한다.

3, 새로운 국제경제질서에 기초한 경제 사회개발은 완전한 건강을 달성하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간에 존재하는 격차를 줄이는 데 기본적인 요소이다. 건강증진과 건강보호는 지속적인 경제 사회개발을 위해 필수적이며 삶의 질과 세계 평화에도 공헌한다.

4. 지역 주민들은 해당 지역사회 보건의료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데에 개인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5. 정부에게는 적절한 보건과 사회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자국민의 건강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 향후 2000년까지 정부와 국제기구 및 지역사회의 주요 사회정책목표는 범지구적인 연대하에 사회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삶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6. 일차보건의료란 지역사회와 국가가 유지가능한 재정 내에서 자립과 자결원칙에 의거한 주민참여를 통해 지역사회내 개인과 가족에게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는 기술과 실제서비스 그리고 과학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제 방법 등이 총화된 필수적인 보건의료를 말한다. 또 일차보건의료는 보건의료체계의 핵심역할과 주요 과제 그리고 지역사회의 사회 경제개발과 통합되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일차보건의료는 보건의료체계상 개인, 가족과 지역사회에 긴밀하게 다가가는 첫 접점이며 일련의 체계에서 초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7. 일차보건의료는1)국가와 지역사회의 경제상태와 사회 문화 정치 특징을 반영하고 사회적, 생의학적 및 보건서비스 연구 그리고 공공보건사업 경험 등 적절한 성과를 응용하면서 발전되어 간다.2)건강증진, 건강보호 그리고 치료와 재활서비스 제공 외에도 지역사회 주요 보건문제를 다룬다.3)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포함한다.현안에 관한 보건교육; 보건과제를 예방하고 통제하는 방법; 식품공급과 적절한 영양증진; 적절한 상수 공급과 기본위생; 모자보건; 가족계획; 예방접종; 전염병예방과 방역; 흔한 질병과 상해에 대한 적절한 치료서비스; 필수의약품 제공4)보건 분야 외에 농업, 축산, 식품, 산업, 교육, 주택, 공공사업, 부문간 연대 등 국가와 지역사회 개발과 관계된 모든 분야들과 연관되어 있다. 이들 제 분야를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5)일차보건의료의 기획, 조직, 운영과 통제에 관해 지역사회와 개인의 자립 및 참여를 최대한 육성하기 위하여 지역과 국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적절히 수행한다.6)통합되고 기능이 발휘되는 상호지원체계를 유지하고, 모든 사람에게 포괄적인 보건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 이 때 니드가 많은 곳에 우선권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7)의사, 간호사, 조산사, 의료기술직 그리고 지역사회 활동가와 전통의료전문가 등 보건의료 담당자들이 팀을 이루어 지역사회 보건의료 니드에 사회적으로 기술적으로 잘 대처해 나가야 한다.

8. 모든 정부는 일차보건의료를 포괄적 국가보건체계에 포함시키기 위한 정책과 전략 그리고 기획을 수립하고 여타 부문과 협력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치의지를 강화하고 국가자원을 개발하며 외부자원을 합리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9. 모든 나라는 파트너십 정신에 따라 연대하여 건강한 국민을 육성하기 위해 일차보건의료를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WHO와 UNICEF 공동으로 낸 일차보건의료에 관한 보고서는 세계 일차보건의료의 발전과 개발을 위해 견실한 토대를 만들어 주었다.

10. 군비확장과 무력충돌로 낭비되는 자원을 더욱 유용한 곳에 사용한다면 2000년까지 모든 인류에게 건강(health for all the people of the world by the year 2000)을 적절한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다. 독립, 평화, 데땅뜨와 군비축소 등을 통해 더 많은 자원을 평화적인 목적과 일차보건의료 등 사회 경제개발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일차보건의료대회는 긴급하고도 효과적으로 일차보건의료체계를 새로운 국제경제질서 속에서 기술적 연대하에 세계, 특히 개발도상국에 개발 구축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모든 정부와 WHO, UNICEF 및 여타 국제기구, NGO, 모든 보건담당자 그리고 세계 지역사회에서는 일차보건의료에 대한 헌신을 지지하고 기술 및 재정적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 또한 대회는 알마아타선언의 정신과 기조(基調)하에 일차보건의료의 도입, 개발과 유지 활동에 함께 나설 것을 주창한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