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마이크로전자칩 이식으로 실명한지 오래된 영국의 색소성망막증 환자 2명이 시각을 되찾았다.

영국 존 래드클리프 병원과 킹스 칼리지 병원은 색소성망막증으로 완전히 실명한 크리스 제임스(54)와 로빈 밀러(60)에게 망막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초소형 마이크로칩을 망막에 이식, 죽어있던 시각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의 BBC방송과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시력을 잃은 지 20-25년 된 두 사람은 지난 3월 8시간의 수술 끝에 이 마이크로칩을 망막에 이식한 뒤 빛을 감지하고 사물의 형태를 어렴풋하게나마 보고 검은색과 흰색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각을 회복했다.

제임스는 이식된 마이크로칩이 작동되는 순간 눈에 섬광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시신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가까운 거리에서는 곡선과 직선을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러도 마이크로칩이 작동되는 순간 빛이 감지되었으며 물체의 윤곽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 뿐 아니라 25년만에 처음으로 천역색 꿈을 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옥스퍼드 대학 안과전문의 로버트 매클라렌 박사는 환자가 오랫동안 완전실명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뇌가 시각기능을 "다시 배워야" 하는 만큼 앞으로 시력은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독일의 레티나 임플란트(Retina Implant) 사가 개발한 이 마이크로칩은 웨이퍼처럼 얇은 3mm의 4각형 모양으로 1천500개의 감광화소(light-senstive pixel)로 이루어져 있어 망막내막의 광수용체인 간상세포와 원추세포의 기능을 대신한다.

눈으로 빛이 들어오면 이 마이크로칩은 감광화소를 자극해 전자신호를 시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한다.

이 마이크로칩은 망막에서 가느다란 케이블을 통해 귀 뒤쪽 피부 아래에 장치된 컨트롤 유니트와 연결되어 있다. 또 두피에 장치된 마그네틱 디스크에 의해 전달되는 외부동력원을 통해 칩의 감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 마이크로칩은 다른 망막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녹내장 같은 시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안질환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색소성망막증이란 유전적 이상으로 야맹증 같이 점점 시력이 저하되다 결국 망막이 파괴되어 시력을 잃게되는 유전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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