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복양(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이사장, 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보건복지부가 지난 2일 발표한 ‘2010년 국민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세 이상 소아의 알레르기 질환 의사진단 유병률은 천식이 3.7%, 아토피피부염은 6.1%, 알레르기비염은 11.9%로 나타났다. 특히 천식은 소아 청소년기의 질병부담 순위 중 1위, 피부질환은 3위를 차지했다. 중증천식으로 인한 의료비용 지출은 1인당 656만원으로 경증 천식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이처럼 소아 알레르기 질환은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의료비용 증가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편복양 이사장(순천향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을 만나 국내 소아알레르기 질환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의 역할은.

“1980년대 말 자료에 따르면 천식환자는 전체 소아과 환자의 3%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아과 환자 열 명 중 세 명이 알레르기로 인한 천식환자다. 최근 역학조사에 따르면 전체 초등학생 중 무려 12%가 천식환자다. 이처럼 소아알레르기 호흡기 환자는 소아과를 찾는 외래환자 중 가장 많은 환자군을 차지하고 있다. 소아알레르기 질환은 성인알레르기 질환과 달리 어려서 아토피 피부염이 있던 소아환자 중 무려 3분의 2정도가 비염이나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발병하는 ‘알레르기 행진’을 보인다. 소아알레르기 질환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학회에서는 학문적, 대중적으로 알레르기 질환을 알림으로써 국민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학술활동은 물론 라디오 및 TV 등을 통해 홍보를 하고 있으며 환자보호자용 책자와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도 제작하고 있다.”

-학술 활동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학회 창립 후 25년 동안 매년 4번씩 학술지를 발행하고 있으며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공동으로 ‘AAIR(Allergy, Asthma & Immunology Research)’라는 영문 학술지도 발간하고 있다. AAIR은 발행 1년 만인 지난해 SCI에 등재되기도 했다. 국제학회도 많이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15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아시아 태평양 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 면역학회(APAPARI, Asia Pacific Association of Pediatric Allergy, Respirology and Immunology)'를 개최한다. 같은 해 세계알레르기학회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전 세계에서 5,000~8,000명의 전문가들이 참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아알레르기 질환의 적절한 관리를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 사안은.

“알레르기 검사에 의료보험의 제약이 너무 많다. 알레르기 검사는 피부반응 검사, 혈액검사등이 대표적인데 소량의 알레르기 항원 피부반응 검사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위험이 있을 때나 항히스타민제나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있어서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를 시행할 수 없을 때, 증세가 심각한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피부반응 검사를 못하게 돼 있다. 이 경우 혈액검사를 해야 하는데 건강보험 기준에 따르면 한 달에 한번에 6종목 밖에 못하게 돼 있다. 한번 채혈로 우유, 계란, 콩, 땅콩, 밀가루, 생선 등 6가지 항원에 대한 검사 밖에 못하는 것이다. 나머지 항원에 대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다음 달에 또 다시 채혈을 해야 한다. 때문에 학회에서는 1회 혈액검사 항원을 12가지까지 늘려달라는 요구를 정부에 5~6년째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혈액검사에서 항원 종류를 늘리면 건보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는 없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매달 채혈을 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스크리닝테스트(감염증선별검사)’를 하고 있다. 스크리닝테스트는 한번에 40개 이상의 항원을 검사할 수 있으나 비용이 수 십 만원을 호가한다. 정확도도 떨어진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검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회 조사에 따르면 스크리닝테스트를 하는 것보다 혈액검사 항원을 12개로 늘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이런 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기도 했다. 전 국민들 대상으로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6살 미만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다.”

-환자와의 상담에 있어서 애로사항도 많을 것 같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진료하려면 환자의 병력에 대한 상담도 해야 하고 보호자에게 교육도 해야 한다. 보통 환자 한명 보는데 30분에서 1시간까지 걸린다. 하지만 상담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환자에게 더 많은 상담과 교육을 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애로사항이 많다. 심지어 몇 년 전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30분간 진료를 보고 나간 아이와 아빠가 있었다. 외래를 마치고 퇴근을 하는데 아이 아빠가 진료실 밖에 서 있었다. 놀라서 이유를 물으니 상담료를 따로 낼테니 아이의 증상에 대해 1시간만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상담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상담 및 교육만 잘해도 50~80%까지 치료가 가능하다. 때문에 상담료 신설과 같은 제도가 요구된다.”

-소아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대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알레르기 질환은 현재 소아청소년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관심을 가지고 전공 하려는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평생 달고 살아야하는 질환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주면 좋아지기 때문에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궁극적인 희망은 알레르기 질환만을 위한 ‘토탈케어센터’ 설립이다. 목욕시설도 갖추고 시범을 보여 가정에서 보호자가 효과적으로 관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영양상담사, 심리상담사 등도 필요하지만 수가가 없어 병원에서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진료 뿐 아니라 관리에 있어서도 필요하다면 정부가 수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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