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명(전국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지난달 17일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을 허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하 경자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는 시행령에 따른 ‘시행규칙’을 입법예고 했다.그러자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경실련, 무상의료국민연대,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경자법 시행령은 영리병원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일 복지부 청사 앞에서 경자법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영리병원이 도입될 경우 국내 의료체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보건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을 통해 외국영리병원 도입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경자법 시행령 개정·공포를 통해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의료기관의 설립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외국의료기관 설립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당초 경자법이 처음 논의되던 지난 2002년 당시 외국의료기관이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하는 의료기관이라는 개념이었다. 이후 개정을 통해 내국인 진료 및 국내 자본의 투자를 허용했다. 이제는 내국인 의사를 90%까지 고용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국내에 영리병원을 도입하려는 꼼수였던 것이다. 결국 목적 자체는 인천 송도에 국내 영리병원 1호를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보건노조는 경자법 자체가 우리나라의 의료체계 자체를 영리병원 도입을 통해 완전히 바꾸려고 하는 법으로 보고 있다. 우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적용이 안되는게 가장 큰 문제다. 당연히 병원비도 비싸질테고 비급여 진료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의료양극화에 따라 국민들의 의료 차별화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영리병원 도입은 정부가 국민건강권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민건강보험을 파탄내고 의료기관의 영리행위를 부추겨 국내 의료체계를 파국으로 몰아갈 것이다.”

-외국인영리병원은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만 운영이 가능한데 전체 의료체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 아닌가.

“현재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곳만 해도 인천, 부산, 광양만, 대구, 경북, 군산 등 전국 6곳에 이른다. 게다가 추가 후보지 지정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실상 전국 모든 시도별로 영리병원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내국인 진료까지 가능한 영리병원이라면 당연히 국내 모든 의료체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해 3월 송도국제병원 투자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ISIH 컨소시엄’에 삼성물산과 삼성증권이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의 참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정부는 의료산업화, 의료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국제병원을 추진 중이지만 결국 영리병원을 도입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곳은 재벌기업일 것이다. 국내 재벌기업들은 그동안 조선업, 자동차공업 등 중공업에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중공업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시점에서 재벌기업들은 의료를 차세대 핵심성장동력으로 판단하고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의료산업에 진출을 모색해왔다. 정부도 의료가 다른 산업보다 성장 잠재력이 크고 국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산업으로 보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경자법 제정과정은 삼성의 발전 전략을 법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정부의 경자법 시행 추진은 국민 건강권 관점에서의 접근이 아닌 재벌기업의 차세대 생존전략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경자법 철폐와 영리병원 도입을 막기 위한 구체적 대응방안은.

“일단 무상의료국민연대와 함께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KTX 민영화처럼 영리병원도입도 의료민영화 측면에서 심각한 사안이다. KTX 민영화반대 백만인 서명운동과 같이 영리병원 저지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국민들에게 진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제대로 된 홍보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경자법 시행규칙’에 대한 의견서를 오는 6월 8일까지 복지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행한다면 농성 등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 나아가 19대 국회가 열리면 영리병원 도입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차원에서 ‘영리병원 설립 금지 법안’을 발의토록 추진할 계획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민주통합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송도국제병원 설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

“송 시장은 지난해 5월에는 송도국제병원이 의료보험 민영화의 첫 단추라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같은해 11월에는 인천지역연대 및 의료민영화저지 인천범국본, 시민사회단체연대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송도영리병원 설립과 관련한 모든 추진일정을 중단할 것을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올해 안에 송도국제병원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며 바뀐 입장을 보였다.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민주통합당의 당론과 달리 갈지(之)자 행보를 하고 있다. 일단 지속적인 면담을 통해 올바른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집회 및 서명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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