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연구결과 발표에 우려 제기돼…"유효성 충분히 검증 안돼"

국내 의료진이 척추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실시한 결과, 손상된 신경세포가 재생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영구적으로 부작용이 없고, 운동기능 향상에 성공했음을  확인한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전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안전성과 유효성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일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상용 교수팀은 ‘만성 척수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 환자에게 자가 줄기세포를 직접 주입하는 수술과 치료효과’를 발표했다.  

병원에 따르면 전 교수팀은 목뼈를 다친 지 1개월에서 8년 정도 된 만성 척수 손상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전 교수팀은 줄기세포치료제 업체인 파미셀과 함께 해당 환자들로부터 자가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를 추출·배양 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배양된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 부위에 직접 주입하고 장기간 추적·관찰한 결과, 수술을 받은 10명의 만성 척수손상 환자 중 6명은 전기생리학적 변화를, 7명은 MRI상의 변화를 보였다.전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미국신경외과학회 공식 학술지인 ‘뉴로서저리’ (Neurosurgery) 최신호에 실렸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연구형태 자체가 효과입증이 아닌 안전성평가에 맞춰져 있고 ▲임상 환자 수도 지나치게 부족해 효과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톨릭대학교 의생명과학교실 오일환 교수는 지난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계의 검증을 받을 만큼 연구를 했다고 생각 해 논문을 발표했을 것”이라면서도 “10명이라는 적은 숫자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했기 때문에 안전성이나 효과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다만 이번에 사지마비 환자들의 골수에 주사한 줄기세포는 신경줄기세포가 아닌 중간엽줄기세포이기 때문에 과거 러시아 등에서 진행했던 임상시험 결과 몸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 위험은 덜하다”고 평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이번 임상 결과만 놓고 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추손상 효과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줄기세포치료제 허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식약청 첨단제제과 박윤주 과장은 “안전성이나 유효성을 확증하기 위해서는 대조군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더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돼야 한다”며 “1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는 단순히 임상사례가 보고된 정도에 불과해 임상에 사용한 줄기세포가 안전성이나 유효성을 확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전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는 '세계 최초'라고 할 수도 없는 연구인데다 연구 자체가 효과 입증이 아닌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며 “안전성을 확인하는 연구를 놓고 효과를 말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치료 효가가 불확실한 연구임에도)사지마비 환자와 가족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국 등 해외에서 전 교수에게 수술을 받으러 올 수도 있다"며 "만일 그렇게 된다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성급하게 치료 효과를 논하는 것이 법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대조군이 적고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데 오랜 기간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줄기세포치료제 관련 승인이나 연구결과 발표가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것이다.

 

H의료 전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이번 연구는 자가줄기세포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는 조금 덜할 수 있지만, 성급하게 효과를 말했다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심각한 부작용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 연구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파미셀 측도 아직 효과를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파미셀 관계자는 “현재 상업화를 위한 2,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라며 “전 교수의 연구는 효과를 입증하기위한 연구였기 보다는 상업화 임상에 앞서 안전성을 확인하는 수준이었고 실질적인 효능이 있을지 여부는 최종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파미셀은 30여 명을 대상으로 상업화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전상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성 척수 손상 환자에게 자가 중간엽 줄기세포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 영구적으로 부작용이 없고, 운동기능 향상에 성공했음을 학계에 세계 최초로 보고한 내용”이라며 “다만 줄기세포 치료효과는 입증 됐지만 몇몇 환자는 팔의 일부 힘만 좋아지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줄기세포 치료효율이 높지 않을 수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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