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명(가정의학과 전문의,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 ‘의료보험 절대로 들지마라’ 저자)

지난 총선에서 무상의료가 가능하니 불가능하니 논쟁이 있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식 무상의료를 하게 되면, 수십조의 재원이 필요해 세금폭탄, 건강보험료 폭탄이 될 거라 주장하며 반대했다.

반면 민주당은 8조원 정도만을 제시해 오히려 무상의료 재원을 과소추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100만원 상한제, 입원보장률 90%와 같은 당면한 무상의료 과제를 시행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가장 먼저 계산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14조원정도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데에 비해 새누리당은 이를  2~3배를 부풀렸고, 민주당은 절반가까이로 줄였다.

무상의료에 필요한 재원을 과장해서도 과소추계해서도 안된다. 간단하게 계산해보자. 가장 최근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2011년 건강보험 급여지출이 36조원이었다. 건강보험의 보장률(보험급여지출/(보험급여지출 본인부담))이 60%정도이므로, 국민의 직접 본인부담은 24조원(36조/(36 24)=60%)일 것이다. 즉, 총 진료비는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을 합친 60조원인 것이다.

만일 12조원의 재정을 확충하게 되면 보험급여지출은 48조원(36조 12조)으로 늘게 되며 본인부담금은 12조원(24조-12조)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80%가 된다. 국민의 본인부담을 완전히 '0'원으로 한다면, 건강보험이 총 진료비인 60조원을 전부 부담하므로 보장률은 100%가 된다. 이론적으로 국민의 직접 본인부담인 24조원을 전부 건강보험 재정으로 돌리면 되므로, 건강보험 재정에 필요한 추가 재원은 24조원이다.

현재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이 주장하는 무상의료는 본인부담을 전부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며, 대략 보장률은 80%정도를 목표로 한다고 하면 얼추 맞다. 2011년 기준으로하면 대략 12조원이고, 2012년 기준으로는 대략 약 13~14조원이면 충분하다.  

무상의료는 되면 좋지만 도달하기 어려운 유토피아가 아니다. 이미 대다수 OECD국민들은 무상의료를 누리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약간의 본인부담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가계파탄이나 가계에 압박이 되는 정도는 아니다. 우리라고 무상의료를 못 누릴 이유가 없다.

사실 우리 국민의 절반가량은 실제로 무상의료를 누리고 있다. 무슨 소리냐고? 바로 실손의료보험으로 말이다. 실손의료보험은 비싼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하긴 하지만, 본인부담금의 상당을 보상해주므로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무상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2011년에 이미 2,600만명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전체 국민의 절반이상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이유는 그만큼 무상의료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가 되지 않으니 추가로 실손보험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 실현’하는 것과 ‘건강보험 이대로, 실손보험 추가로 무상의료 실현’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실손보험이 아니라,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를 하기를 바란다. 양자 간에는 매우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 양자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첫째, 무상의료를 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누가’ 부담하는가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대략 건강보험료 : 사업주 : 국고가 각각 55 : 30 : 15로 부담한다. 사회보험을 하는 나라는 보통 보험료의 최소 절반이상은 사업주가 부담한다. 이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라는 의미에서 그렇다.

즉, 건강보험의 보장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재원의 대략 절반정도만 국민들이 부담하면 된다. 그리고 혜택은 모두 국민들이 누린다. 반면, 실손의료보험은 온전히 가입자가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필요한 재원의 절반만 부담해야 하나, 실손의료보험은 전액을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둘째,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를 위해 소요된 재정은 거의 낭비가 없다. 건강보험의 관리비는 겨우 3%에 불과해 거둬들인 재정의 거의 전부를 국민의 의료이용에 사용된다. 반면 실손보험은 그렇지 않다. 보험회사들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상당을 사업비로 뗀다.

실손보험의 사업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필자 암보험을 분석해 본 결과 지급률은 겨우 40%를 넘길 뿐이었다. 즉,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절반도 되돌아오지 않는 구조이다. 따라서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 방법이 국민의 입장에서는 훨씬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는 국민이 100원을 내면, 200원이 되어 돌아오지만, 실손보험 추가로 무상의료방법에서는 100원을 내면 50원정도만 돌아온다.

셋째, 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 방법은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본다. 건강보험은 국민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다. 보험료 부담은 소득이 있는 경우에만 부담하면 되며, 소득이 없는 어린이, 청소년들, 어르신들은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혜택을 누린다. 반면, 실손보험은 개개별로 가입해야 한다. 4인 가족이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면 4명이 따로 가입해야 한다. 실손보험의 결정적인 문제는 기왕력이 있거나, 만성질환과 같은 고위험군인 경우에는 가입이 거부된다. 의료이용이 많은 60세 이상의 어르신들도 거부된다.

따라서 실손보험 추가로 무상의료 방법은 원천적으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국민들이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민간의료보험 중심의 미국이 전체 국민의 15%가 무보험에 노출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넷째, 가장 중요하게는 실손보험으로 하는 무상의료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이미 언론에서 이슈화된바 있듯이 실손보험은 3년마다 갱신해야 하고 그때마다 보험료가 급격히 상승한다. 30~40세에 부담하는 실손보험료는 월 1~2만원이면 충분하지만, 60~70세가 되면 보험료는 수 십 만원으로 껑충 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평생의료비의 60%이상은 65세 이상에서 쓰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개인의 위험률에 따라 부과하므로, 연령 증가에 따라 보험료가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다. 근데 문제는 노후에는 소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소득이라곤 연금소득이 보통은 전부일 것이다. 지금의 국민연금은 안정된 노후생활을 누리기에도 턱없이 부족한데, 수십만원에 이르는 실손보험료마저 감당하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노후에는 대량으로 실손보험 해약사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건강보험 하나로 방식으로 해야 적정하게 국민의료비를 관리할 수 있다. 무상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OECD국가들의 평균 국민의료비는 9%정도다. 반면, 의료민영화된 미국은 17.4%나 된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무상의료를 하게 되면, 재원이 수십조 들어가게 된다고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오히려 무상의료를 하는 나라일수록 국민의료비가 적절하게 관리된다.

그 핵심이유는 보험의 성격에 있다. 미국이 의료비 지출이 많은 배경에는 영리민간보험과 영리병원 중심의 민영화된 의료체계가 있다. 첫 번째, 두 번째에서 살펴보았듯이 무상의료를 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실손보험으로 할 때 훨씬 많이 소요된다. 왜냐면 민간보험사의 몫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리병원은 의료비를 더욱 상승시키는데, 이것은 의사의 몫이 증가하기 때문이 아니라, 영리병원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몫까지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건강보험 하나로가 아닌 실손보험 추가로 무상의료를 누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다. 우선 추가로 부담해야 할 보험료부담이 건강보험료부다 훨씬 많을 뿐아니라, 노인을 포함한 다수의 고위험군이 배제되어 소외된다. 또 젊어서 가입하더라도 소득이 사라지는 노후에는 값비싼 보험료를 부담할 수 없어 결국 해약할 수밖에 없다.

무상의료를 하는데 있어 실손보험으로 무상의료를 누리는 것은 비용 효과적이지도 않을 뿐 더러 지속가능성이 없다. 유일하게 지속가능한 무상의료 방법은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를 하는 방법이다. 건강보험료를 올려서라도 무상의료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외부 필진의 글에 대한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토록 하겠습니다(bus19@rapportian.com). 혹은 기사 본문 하단의 '독자 첨부뉴스'를 통해 반론이나 의견을 게재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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