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상의료 국민연대와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병원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명박 정권은 집권초기부터 '의료선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다가 촛불의 저항에 부딪혀 두 번이나 사과했고, 의료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반성문까지 썼다"며 "그러나 촛불이 사그라지자마자 2009년부터 다양한 개별 법안으로 국회처리를 추진해왔으며, 이마저 여의치 않자 선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예 시행령으로 바꿔 일방적으로 통과시겼다"고 비난했다.

특히 정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건강권에 대한 포기선언이자,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들도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으며, 국내병원의 외국인대상 진료센터 등을 이용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국의료기관을 도입하려는 것은 사실상 영리병원의 전면적 허용을 위한 편법이자, 꼼수 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외국 영리병원 설립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제한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전국 주요권역별로 경제자유구역이 지정운영되고 있으며, 추가 후보지선정을 검토하고 있는 등 경제자유구역 확대에 따라 전국 어디든 영리병원 도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민주통합당을 향해 송영길 인천시장의 영리병원 추진을 중단시킬 것을 요구했다.

양 단체는 "민주당의 송영길 인천시장은 작년 노동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송도 영리병원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송도국제병원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며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민건강을 위해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이 공염불이 아니었다면 송영길 시장의 송도영리병원 추진을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는 정부의 영리병원 추진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양 단체는 "민생이 이념이라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영리병원 도입에 대한 공식적 입장이 무엇인가. 소위 '박근혜 복지'의 구상에 영리병원 도입이 포함되어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영리병원 추진에 대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조속히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는 경자법 시행령 개정이 특정 재벌기업을 염두에 둔 특혜성 법안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인천 송도의 영리병원이 삼성생명, 삼성증권, 포스코, 다이와증권 등 국내 재벌과 외국계 다국적 자본의 이익과 연결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따라서 "'삼성을 위한 영리병원', '삼성에 의한 영리병원', '삼성의 영리병원'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외국병원의 이름을 빌려 병원을 지으려고 하지만 이미 국내에도 재벌기업이 소유한 병원이 있고, 정부가 이번에 마련할 시행규칙으로 해외 면허 소지자를 10%만 확보하면 가능하므로 이번 시행령 통과는 사실상 국내 재벌기업의 영리병원 허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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