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의전원 이건세 교수 "보상을 총액제로 배분"…비현실적 제안 비판도

만성질환의 통합적 관리를 위해 지역단위 의료연합을 구성해 연합의 수준에 따라 보상규모를 총액으로 배분하고 연합간 실적 향상에 따라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이건세 교수는 지난 1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최한 ‘건강보장정책세미나’에서 “만성질환관리에 있어 급여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며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공급자 연합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급여 효과성을 입증하고 공급자의 역할과 가입자의 행동 변화를 유발하기 위한 최적의 접근 전략의 개발이 요구된다”며 “다만 개별적 접근이 아닌 지역사회 및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행 만성질환관리제는 건강개선에 대한 개인 환자의 동기는 있으나 의료기관의 동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급자와 가입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급여보상 방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부분적인 인센티브 보다는 전체 자원의 배분과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지역내 의료기관들이 협력 및 상호 의뢰를 해야 보상을 받는 형태로 급여를 설계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역단위로 일부 전문과목이 포함된 일차의료기관 및 환자 의뢰를 위한 병원까지 하나의 공급자 연합으로 구성하고 각 지역단위 연합의 질적 수준과 규모에 따라 보상을 총액제로 배분해야 한다”며 “공단이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보험급여 서비스 공급자를 개발하고 공단은 사회보험 시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은 각 지역 종별 요양기관에서 소요되는 일차의료 관리 대상 질환의 지출에서 배정할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09년 외래적합질환 중 당뇨병이 차지하는 진료비 282억7,700만원 중 종별 진료비 비율은 ▲상급종합병원 20.29% ▲종합병원 21.57% ▲병원 6.25% ▲의원 51.89%인데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을 이용해 지역단위 만성질환 관리 예산을 별도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배정된 예산을 각 공급자 연합에 배분하고 연합의 환자 대상 예방적 서비스 및 질병 관리 예산 절감 실적을 기준으로 차등 보상함으로써 연합 및 지역 간 경쟁을 통해 만성질환관리의 효율을 증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교수는 4월부터 시행 중인 만성질환관리제의 환자 본인부담률 인하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현재 재진시 1회당 진찰료 920원 할인은 환자가 자신의 건강 개선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무조건 지급되는 보상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자발적 노력을 할 수 있는 기전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환자의 본인부담률 인하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 건강 개선에 동기를 부여하고 자발적 노력을 할 수 있는 기반 구축 마련에 재원이 투자돼야 한다”며 “환자에 대한 인센티브 외에 환자의 건강 개선이 공급자의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도록 상담료 및 교육료 명목의 인센티브를 의사에게 따로 지급함으로써 의사가 환자로 하여금 자발적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 후 이어진토론에서 이 교수가 제안한 '공급자 연합' 구성안이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이날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사진)는 “이 교수의 지역 공급자 연합구성은 좋은 제안이긴 하지만 조정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현실적 작동이 어려울 것”이라며 “기관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의 제도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각 지자체, 건보공단, 심평원 등 만성질환관리와 관련된 사업의 주체가 다르고 이로 인해 분절적인 접근이 이뤄지는 것이 현 시점이 가지고 있는 한계”라며 “의료공급체계의 패러다임을 건강관리 중심으로 재설계해 현재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 간의 유기적 연결고리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환자는 인센티브만 가지고는 보험자에게 감동을 받지 않는다”며 “환자의 사전 예방적 노력을 위한 적극적인 상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전 예방적 상담을 위한 일환으로 건보공단의 ‘건강증진상담 24시간 콜센터’ 운영을 예로 들었다.

건보공단의 직원들로 구성된 상담 전담관리자 체계를 구축하고 24시간 상담센터 운영을 통해 직원 한 명당 1,000~1,500명의 환자 상담을 전담 관리하면 224만명의 만성질환자의 건강 상담을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 교수가 제안한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윤 교수는 “현재 재원구조는 여유가 없기 때문에 한쪽에서 빼면 다른 한쪽이 무너지게 된다”며 “담배에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조7,000억원에 이르는 담뱃세 중 65%가 건강증진기금으로 활용되는데 대부분이 검진 재정에 투입되고 있다”며 “이 점에 착안해서 증진기금을 사전예방을 위한 재정으로 규정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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