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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만나다] "아! 이게 혈관속 혈구세포…뭐가 이렇게 아름다워"장동수(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 연세대의대 연구부)

의사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직업이 있다. 일명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라 불리는 이들이다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을 그리는 능력 뿐 아니라 생물학, 의학 지식도 해박해야 한다.

 

미국에는 1500여명의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가 활동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10여명 안팎에 불과하다그래서 일반인들은 물론 의료진들에게도 아직은 생소한 직업이다.

장동수 작가는 연대의대 연구부 소속으로 국내에서 몇 안되는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고 지난 2002년 이 길을 택했다. 최근에는 10년간 근무한 학교를 떠나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그가 그린 인체해부 삽화를 보면 혈관이나 신경조직의 정밀한 표현에 감탄하게 된다. 혈관 속 혈구세포의 흐름을 보여주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색감은 아름답기조차(?) 하다.  

정밀한 인체 해부 그림을 주로 그리다 요즘에는 거의 모든 의료 분야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의학논문에 들어가는 삽화가 대표적이다그는 지금도 환자가 어떻게 치료를 받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기도 하고, 세포 변화를 그리기 위해 현미경을 끼고 산다지난 12일 세브란스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은 의료 관련 책이나 논문에 들어가는 그림이다. 대부분은 의료진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환자들을 위한 안내책자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영상기술 발달로 굳이 그림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의 핵심은 명확한 개념 전달이다. 몸 속 어느 부분이 어떻게 구성 돼 있는지 핵심만 보여주는 것이다. 위성사진과 약도의 차이 같은 것이다.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은 엄청나게 많은 언어를 축약해 인체의 구조를 설계도처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쉬워야한다.”

   

실제 인체 해부 사진과 그가 작업한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

 

- 국내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직업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조각을 전공했다. 조각은 다른 분야보다 형상을 만들거나 대상을 똑같이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게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정밀한 작업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도 인체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미술해부학 수업을 들으면서 사람의 몸에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정인혁 교수님께서 사람해부학이라는 책을 쓰는데 필요한 미술 전공자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해 해부학교실 조교로 근무하기 시작 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 같은 직종에 일하는 사람들이 드물다보니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 말고는 어떤 작업을 하는지 몰랐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객관적인 그림보다는 주관적인 그림을 그리게 되는게 문제였다.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은 몸의 어느 부분에 어떤 기관이나 구조가 있는지, 명칭은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선입견을 없애는 노력도 많이 해야 했다. 다행히 먼저 해부학교실에서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로 일 하고 있던 윤관현 선배가 5년여 동안 큰 틀을 잡아둔 덕에 빨리 배울 수 있었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해부학 실습실에서 매일 해부하고 실습도 같이 해 가면서 공부했다. 그 때는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해부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가 해부를 직접 해 봐야 하는 이유는 신경이 어디로 연결되는지, 혈관이 어디로 지나가는지 정확하게 구조와 위치를 알고 명확한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논문 그림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직관적인 그림이 많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정확하게 모르거나 모호하게 알고 있으면 명확하지 않은 그림이 나온다.” (현행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해부학·병리학 또는 법의학을 전공한 교수·부교수·조교수 또는 전임강사가 직접 해부하거나, 이들의 지도 아래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해부를 할 수 있다. 당시 그는 해부학교실 조교 신분으로 실습에 참여했다. 편집자주)

   

혈관내 혈구세포의 흐름을 보여주는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

- 어떤 과정을 거쳐 작업하나.

 

해부학교실에서는 해부를 통해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부분을 여러 각도에서 확인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 다음 이해하기 쉬운 부분에서 스케치를 한다. 더 강조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세밀하게 관찰한 다음 별도로 스케치를 한다. 그 다음 색을 입힌다. 그러나 지나치게 화려한 색상은 피한다. 쓰이는 용도에 맞게 생략하거나 강조한다. 논문에 들어가는 그림은 의뢰해 온 의사선생님과 충분한 상의를 거친다. 필요에 따라 MRICT 사진을 이용하기도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쉽게 전달될 수 있는 각도에서 그림을 그린다. 논문에 들어가는 그림은 많은 언어를 함축해 설계도처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더 직관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가 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나.

 

어떤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어렵다. 딱딱한 분위기에서는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오기 어렵다.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원만한 성격과 함께 끈기도 있어야 한다. 다른사람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은 의사선생님들이 의뢰한 생각을 대신 표현하는 것이다. 예컨대 팔을 그려달라고 하면 사전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충분히 상의한 다음 그린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오기 까지는 열 번 스무 번 수정하고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족할만한 그림이 나올 때 까지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걸 이겨낼 수 있으려면 낙천적이어야 한다. 일단 메디컬일러스트가 된 다음 인정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는 선배들이 엄청나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경험을 전수해 줘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본인이 능력이 있다고 인정을 받아야 의사들과 수평적 관계 형성이 가능하고 수평적 관계가 형성된 다음 다양하고 창의적인 그림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끈기가 필요하다.”

   

- 아무나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 중에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도 있고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미대에서 미술해부학이라는 수업을 들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아직 생소한 분야인데다가 인력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교육기관도 없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 양성과정이 존스홉킨스 의대, 조지아 의대,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의대, 일리노이 대학교, 토론토 대학교 등 다섯 개 학교에 있다. 캐나다에도 두 군데 정도 있다.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보나씨 역시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 해 간호사로 일하다가 존스홉킨스의대 대학원에 진학해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 과정을 공부했다.”

   

- 의료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 분야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2008년부터 연대 의대에 연구지원부가 만들어졌다. 기존에는 해부학교실이라는 기초분야에 집중했는데 연구지원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임상과 관련된 전 과를 맡아 일을 하다 보니 의료에 대한 시각이 더 넓어졌다. 지금은 3D 분야와 증강현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수술을 해야 하는 의사들은 훈련과정이 필요한데 3D로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뼈를 그리다보면 단순히 뼈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느 위치에서 보는 뼈를 그리는가가 중요할 때가 있다. 때문에 3D 환경을 만들어 놓고 다양한 위치에서 보면서 필요한 부위를 찾아가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또 신체 부위에 대한 정보를 눈앞에서 보여주는 증강현실에 관한 내용도 공부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넓혀가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의대마다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하는 부서는 꼭 필요하다. 의대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관련 부서를 만들면 많은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오는 28일 테드엑스 언주로(TEDx Eonjuro) 행사가 있는데 거기서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이란 무엇이고 앞으로의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다

안명휘 기자  submarine@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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