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이 낮아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구박받는 원숭이들은 면역력이 약해져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10일 보도했다.

미국 듀크대학 과학자들은 암컷 레서스 원숭이 49마리를 대상으로 이들의 사회적 서열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서열이 낮은 원숭이들이 사회적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5마리로 구성된 집단 10개를 새로 만들어 원숭이들의 서열을 인위적으로 정했다. 집단에 먼저 들어온 순서대로 서열이 매겨지게 되므로 맨 마지막에 들어온 원숭이는 가장 낮은 서열을 갖게 된다.

이런 암컷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들로부터 얻어맞거나 발로 차이거나 물어 뜯기지는 않았지만 집단에 들어온 첫날부터 다른 동물들이 짓는 위협적인 표정과 몸짓 같은 사회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연구진은 각 원숭이의 피를 채취해 유전자 발현의 차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은 각자 면역체계와 염증에 관련된 유전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즉 서열이 낮은 원숭이에서는 이런 종류의 유전자 발현이 훨씬 높아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이어 원숭이 7마리의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킨 뒤 다시 혈액 표본을 검사했다. 분석 결과 이들의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킨 것은 면역에 관여하는 유전자 패턴의 개인적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 스트레스임이 밝혀졌다.

학자들은 "우리는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면 유전자 발현의 패턴도 따라서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회적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면 이런 유전자 신호는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원숭이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 이들의 건강도 향상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사람도 사회적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질환 발병 빈도 증가 등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들이 나와 있으며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아짐에 따라 면역력까지 약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숭이와 사람을 직접 연관시키긴 어렵지만 권력 서열에 따르는 사회적 스트레스는 사회경제적 지위나 직장 내 서열과 유사한 생리적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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