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코앞인데 상임·비상임감정위원 등 인력구성 난항…감정위원 전문성 문제도 제기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개원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중재원 내 전문 인력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고 있어 정상적 업무가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행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르면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위원회 산하 6개 조정부를 두고 50인~100명으로 구성하되 분야별 조정부(5명)를 구성하고 의료인 1명을 포함해야 한다.

의료사고감정단은 역시 산하에 총 50~100명으로 구성된 6개 감정부를 두고 의료인 2명을 선정해야 한다. 

문제는 감정위원과 비상임위원 구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임조정위원의 경우 업무 특성상 법조계 출신 인사들로 구성이 거의 완료됐다.

그러나 의료계 인사들로만 구성돼야 하는 상임감정위원은 절반 정도만 구성된 상태다.

중재원 추진단 관계자는 “나머지 상임감정위원은 공모를 통해 선정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아직 공모를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 개원일까지 인력구성을 마무리 짓기는 어려울 듯 싶다”고 말했다.

그나마 구성된 감정위원들에 대해서도 전문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유화진 법제이사는 “상임감정위원에 참여하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오랫동안 분만을 담당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재원의 이러한 인력구성이 과연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감정위원은 의학적 경험도 중요하지만 법률적인 지식을 가진 의료인이 돼야 한다”며 “의학적 전문지식만 가지고 참여한 감정위원이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감정위원 공모 과정에서 각 시도의사회의 법제이사 등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의료계 차원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전국 시․도의사회에 38명의 법제이사들이 있는데 이들이야말로 감정위원 자격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며 “이들이 중재원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의료계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한동석 공보이사 역시 “전문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중재원이 개원을 한다면 제도적 문제점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며 “복지부가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고 의협과 함께 공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반발로 비상임 조정·감정위원 구성도 난항비상임위원 구성도 중재원이 풀어야 중요한 과제다.

앞서 본지가 지난달 15일 확인한 바에 따르면 비상임조정위원의 경우 ▲심장내과(순환기내과) ▲소화기내과 ▲성형외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안과 ▲피부과 ▲신경과 ▲정신과 등 10개 진료과의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했다.

비상임감정위원 역시 ▲심장내과(순환기내과) ▲신장내과 ▲호흡기내과 ▲내분비내과 ▲감염내과 ▲성형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안과 ▲비뇨기과 등 13개 진료과의 전문의를 선발하지 못한 상태였다.

중재원 개원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금까지 비상임위원 채용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임위원의 구성이 언제까지 마무리 될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추진단의 설명이다.

중재원 추진단 관계자는 “조정 신청 후 60일 이내에만 감정서를 작성하면 된다”며 “때문에 개원 후 비상임위원들의 업무가 즉각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추진단은 공모를 통해 비상임위원을 선발했다.

그러나 의협이 지난달 회원 공지를 통해 “비상임 조정위원 및 감정위원 의사직 모집 등에 응하지 말 것”을 당부한 이후 공모 참여율이 저조하자 이번에는 공모가 아닌 개별적 접근을 통해 비상임위원을 선발할 방침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의협과 같은)단체의 굴레를 벗어나 개별적으로 감정위원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의료인들이 있다”며 “필요한 진료과의 의사들을 직접 찾는 방식으로 비상임위원들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재원 업무 운용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에 비상임위원 구성의 시급함은 인식하고 있다”며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홈페이지 캡쳐 화면.

“의사 아니면 모두 비전문가라는 논리 이해할 수 없어"내년 4월 8일 시행 예정인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의 전문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 구성의 문제점은 다수결에 의한 의결방식과 전문성의 결여”라며 “심의위원회에 산부인과 전문의 2명이 포함돼 있는데 다수에 의한 의결시 의사의 전문적 견해와 배치되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수결에 따른 의결방법이 아닌 과실 부분에 대한 다수와 소수의견을 따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이사는 산부인과 전문의뿐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심의위원회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김 이사는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의료사고 보상 대상에 분만 과정에서 생긴 뇌성마비가 포함됐다”며 “태아 뇌성마비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심의하는 것이 시스템 상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심의위원회의 전문성 부족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오히려 전문성이 더 확보됐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추진단 임대식 팀장(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심의위원회가 의사들로만 채워진다면 오히려 공정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을 의학적으로 판단하는 것만이 전문성을 확보하는 길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임 팀장은 “심의위원회 운영상 법적 검토도 필요하고 소비자 입장도 필요한만큼 균형적인 인력배치야말로 전문성을 더욱 확보하는 방안”이라며 “의사만 전문가고 다른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가항력의 정의는 법조인들이 더 잘 안다”며 “의사 이외에는 모두 비전문가라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이 기사의 위치정보 보기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