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현안브리핑>

4월 11일 실시되는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비례대표 3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의사 회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역대 총선 중 상당히 높은 의사회원들의 참여율이다. 국회 진출을 통해 그동안 의사로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을 법률에 반영해 국민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보건의료제도를 바꿔보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는 듯 하다.

새누리당에서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한 재선의 신상진 의원(성남 중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첫 여성 학장을 역임한 박인숙 교수(송파갑), 국회 부의장 출신 4선의 정의화 의원(부산 중동), 재선의 안홍준 의원(창원시 마산회원구) 등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통합진보당 정왕룡 후보를 누른 김창집 회원(김포)이 도전장을 던졌으며, 통합진보당에서는 고창권 회원(부산 해운대 기장갑)이 출마했다. 무소속으로는 부산광역시의사회장을 역임한 정근 후보(부산 진구갑)가 출사표를 던졌다.

비례대표 후보로는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 주치의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신의진 연세의대 교수가 새누리당 7번을,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가 민주통합당 6번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출신인 문정림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았다.

이는 의사들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한의사 출신으로는 정통민주당의 김영권 후보(강서 갑), 치과의사로는 통합진보당 박응천 후보(동해삼척)가, 약사 출신으로는 통합진보당 김미희 후보(성남 수정), 민주통합당 김상희 후보(부천 소사)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의사들의 정치참여는 제18대 총선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를 뒷받침 하듯 각 정당 및 후보자들의 화두는 단연 복지로, 적게는 연간 12조원에서 많게는 60조의 재원이 들어가는 의료․복지 관련 공약을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과 같은 진보성향의 정당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이나 자유선진당과 같은 보수색채의 정당까지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각 정당들이 내세운 의료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크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적정·공평한 의료비 부담, 서민 의료비 경감 의료안전망기금 설치, 치매 노인에 대한 장기요양보험 확대와 돌봄서비스 확충, 노인대상 폐렴구균 백신 접종, 응급의료체계 확대 등이다. 또한 만 65세 노인을 대상으로 보건소에서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고 24시간 365일 응급수술이 가능한 중증외상센터를 확충하며 외상전담 전문의가 500명에 달할 수 있도록 양성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본인부담 상한제 100만원, 환자 간병의 건강보험 적용, 공공병원 확충, 의료인력 확충을 통한 의료서비스 질 개선, 비급여 전면 급여화,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 인하 등의 공약이 유사하다. 민주당은 치과주치의제 도입, 13세 미만 아동 8종 필수예방접종 무상실시, 외상환자의 예방가능한 사망률 축소 등을 추가 공약 사항으로 내놨으며, 보건의료 인력개발 업무를 총리실에서 총괄하면서 보건복지부에서 실무를 책임지고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통합진보당은 산재보험 사전승인제도를 폐지하고 선 보장 사후 평가제도 실시, 의료급여 대상자를 중위소득 50% 이하인 400만명까지 확대, 국립병원 건립, 주치의제도 도입 등을 공약 사항으로 발표했다. 자유선진당은 65세 이상 의치나 틀니에 대해 보험급여 할 수 있도록 하고 응급의료체계 구축, 저소득층 및 장애인에 대한 의료지원 확대, 비수급 저소득층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체계 개선, 의료보장률 본인부담금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각 정당들이 내세운 보건의료 관련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보건복지 분야의 전문가인 의사출신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의 전문가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자리다. 물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의 권익신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 및 법령 개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의사이기 때문에 각종 보건의료관계법령 및 제도 등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후보자들은 의사출신 국회의원 배출이라는 선행조건이 이행되면 의료계의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귀 기울여 줬으면 한다. 그동안 의료계는 줄기차게 정치세력화를 주장해 왔으나 현실은 냉혹했다. 이번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의료계로서는 상당한 호재로 보인다. 이러한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사회원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1인 2표제의 정당투표를 통해서도 의사출신 국회의원이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의사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특히 이번 19대 총선은 정당투표율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출신으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1번을 배정 받은 문정림 후보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당에서도 비례대표 1번은 의료계에 양보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민큼 자유선진당이 의료계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말로만 정치역량 극대화가 아닌 행동하는 모습으로 이번 19대 총선을 치뤄야만 하는 의료계의 당면과제다.

이재호는?

1985년 한양대 의과대학 졸업2006년 전 제34대, 제36대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2011년 의사협회 의료정책고위과정 간사2011년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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