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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무상의료' 슬로건은 슬로건일 뿐이다?<송윤희의 다큐공감>

오랫동안 보건의료 관련 활동을 했다거나 정책에 대해서도 전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보건의료 운동 패턴들이 조금은 보이는 듯하다. 정권이 보수정권, 민주 정권, 조금은 더 진보적인 정권으로 바뀌어간다 하더라도 보건의료 운동의 지향점들은 명확하다.

80년대 중반부터 민주화 운동의 촉발로 다양한 영역의 운동들이 발전해오면서 보건의료 운동도 본격적인 출범을 했다고 본다면 그 때부터 다음과 같은 슬로건들이 주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공공병원 확충, 주치의 제도 도입, 의료 전달체계 정립. 그러나 아쉬운 것은 보건의료 운동이 이 슬로건에서 더 나아가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그것은 필자가 만들었던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의 주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슬로건은 슬로건이다? 즉 슬로건은 더 구체적인 정책 도입을 위한 산 위의 깃발일 뿐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우리나라 보건 의료 체계에 대해서 깊게 고민을 해봤을 때 벽에 부딪히는 것을 경험했다. 슬로건은 좋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공공병원을 확충하라는 말인가. 이 질문이 무척 순진하고 대책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맞다. 성남 시립병원, 제주도 국립병원, 그 외 각종 지자체 차원에서 최첨단 시설을 갖춘 국립병원들이 설립될 계획이거나 추진 중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상책은 아니다. 민간의료 기관이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미 병상 공급은 포화상태인데 이에 민간의료에 대한 납득할 정도의 제재를 논하지 않고 공공병원을 추가로 설립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 국가에서 무작정 보건의료 쪽에만 사유재산을 국가가 갈취한다거나 국가 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다. 지금도 시장에는 의원들과 특수 병원들, 검진센터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공공의료 확충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으로 실질적인 실현이 가능하겠나.

의료 전달 체계 정립도 마찬가지다. 1차 의원의 소견서를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역시나 크게 3차 의료기관의 접근성을 떨어뜨리지는 못했다. 실제로 웬만하면 3차 병원에서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초진 진료를 쉽사리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실상 위의 슬로건들이 제대로 현실화 되려면, 아주 총체적인 변혁이 선과제로 이행되어야 하는 것임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4월은 총선의 달이다. 8개월 뒤에는 대선이다. 과연 새로운 국회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뭐라도 보건의료의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할 것인가. 재작년 무렵부터 뜨거운 감자처럼 떠오른 무상 시리즈와 무상의료라는 또 다른 ‘새로운 슬로건’들이 현실화 될 수 있는 기반 조건들이 바야흐로 2013년부터는 조성될 수 있을 것인가.

어찌됐든 진보 정권이 집권하지 않는 한 이도저도 아닌 오십보백보의 모습이 아닐까 우려가 된다. 아니, 어쩌면 진보 정권이 집권한다 하더라도 이미 정치적 역량을 갖춘 의료계의 반발에 과연 위의 슬로건들이 어떤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인가.

새로운 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었다. 복지는 이제 화두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화 될 수 있는 ‘우리 코앞의 권리’가 되었다. 슬로건들이 현실화되려면 변혁이 앞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로서가 아니라 21세기를 사는 국민으로서, 세계인으로서 어떤 정치적 색깔을 가져야 할까. 의사로서는 이렇고, 국민으로서는 저렇게 다른 색을 지닌다면 그것은 분명 고민이 부족한 상태일 게다. 바라보자. 슬로건들이 현실화될 수 있는 토대를.

송윤희는?

2001년 독립영화워크숍 34기 수료2004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학사2008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2009년 산업의학과 전문의2011년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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