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은 의료법인이 의료기관에 필요한 시설이나 시설을 갖추는 데에 필요한 자금을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보유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일반적으로 '소유'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주무 허가관청의 입장으로 보인다. 1970년대 의료법인 제도가 우리 의료법에 도입이 되었다. 과거에는 주무관청의 허가만 받으면 일반인도 의료업을 할 수 있었으나, 1970년 초 의료법 개정으로 이러한 일반인 참여 의료업이 근원적으로 금지되었다. 다만 의료법인만이 그 방안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당시에는 의료인이라도 해도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은 의료법인을 통하여만 가능했으나 후에 개정되어 의료인도 병원급 이상을 개설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당초 의료법인이 도입되었던 입법취지는 의료의 공공성 제고 및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중 해소에 있었다.

따라서 의료인 개설 의료기관과는 달리 의료법인은 의료사업의 계속성과 공공성 확립을 위해 일정한 규모의 시설 및 자금의 보유를 필수 요건으로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의료법인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민법상 재단법인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고, 재단법인의 실체는 다름 아닌 '재산'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의료법인을 구성하는 시설 및 자금에 관해서도 일정 규모 이상일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인이 기본재산으로 병원용 부동산을 소유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첫째는 의료법인의 안정적 운영이다. 의료사업의 계속성 및 의료법인 안정성이라는 의료법인 제도의 취지하에서, 가장 안전한 부동산의 소유가 요구되는 것이다. 

둘째는 의료법인의 운영의 진정성 담보이다. 부동산의 출연(소유)은 재산의 사회로의 편입이다. 만일 이러한 대규모 자산의 출연이 없다고 한다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도 쉽게 의료법인을 적은 자본으로 설립할 수 있어 의료공급자가 과대하게 증가할 수 있다. 문제되는 사무장병원이 합법화되는 꼴이어서 대규모 재산을 출연할 수 있는 진정성이 있는 경우만 허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전국 의료법인의 현황을 살펴보면,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사용하는 부동산을 의료법인이 소유하지 아니하고 임대나 전세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법상 '보유' 개념을 현실적으로 소유 이외 임차나 전세권 취득도 허용되는 것으로 행정관청이 해석하고 있는 경우도 있음을 알 수 있다.

법리적으로 보면 보유의 의미를 소유로만 한정하여 해석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현재의 임차형식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법인과의 형평성 문제이다. 둘째, 소유와 보유는 법적 정의가 다르다. 보유가 좀 더 넓은 의미이다. 기술대학설립운영규정이나 사립학교법 등 타 법규에도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 경우에는 소유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보유라고 규정된 경우에는 임차, 전세권 등의 보유관계도 가능하도록 해석되어 있다. 셋째, 소유로만 한정하여 해석하는 것은 헌법적 문제도 있다(헌법재판소 1992. 6. 26. 90헌가23 참조). 넷째, 타 민법상의 재단법인이나, 공익법인법상의 공익법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다섯째, 의료인과 비교해 볼 때 의료법인만 수십억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부동산을 소유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 차별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필요시설의 보유를 무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무분별한 의료공급 과열관련 문제가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의료법인제도는 시대에 따라 그 해석을 달리해야 한다고 본다. 의료법인은 설립주체를 놓고 보았을 때 의료인이 주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의료공급의 과잉을 막고, 의료업에 대한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의료법인 허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의료기관을 개설해 개인적으로 의료업을 하는 의료인(들)이 개설된 장소를 개인사업자형태에서 법인사업자 형태로 변경(전환)하는 의료법인 설립은 좀 더 긍정적인 입장에서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어차피 의료기관이 개설된 곳에서 의료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므로 의료의 공급과잉으로 병상수가 증가하는 문제는 없다. 의료인들은 이미 법적으로 개인적으로도 의료기관을 개설해 의료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도 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일단 설립하여 놓고 비의료인에게 사실상 매각하는 편법을 사용하는 것을 염려할 수 있다. 우리 의료법인과 유사한 제도가 있는 일본의 경우가 참고가 된다. 일본은 의료법인 이사장이 의료인인 경우만으로 신설 허가를 해주고 있다.

김선욱은?

1994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2003년 대한의사협회 법제 상근이사 2008년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교 시장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2009년 대한병원협회 고문변호사2011년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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