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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밋빛 복지공약', 하지만 공짜점심은 없다<이현석의 진료실 단상>

서민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고 각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장밋빛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어느덧 직장에서 은퇴해야 하는 50대나 아직 직장을 얻지도 못한 젊은 세대에게 물가 상승은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다소 무리해서라도 물가를 억제할 수 있다면 이는 정말 기쁜 소식일 수 밖에 없다. 대형 마트의 성장은 저렴한 물건을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고, 다소 품질은 불안해도 워낙 저렴한 중국산 제품은 그 동안 전세계가 고성장 저물가의 시대를 즐길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들은 서민들의 점심값 부담을 줄여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더군다나 저물가는 모든 사람이 그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형 마트의 성장은 대다수 국민에게 큰 혜택을 주었지만 소위 골목 상권의 붕괴를 유발해 수 많은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초래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실업률의 증가에 기여했다. 저렴한 중국산 제품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의 제조업이 붕괴하도록 유도하였으며, 이제는 하이테크 분야까지도 넘보고 있다. 최근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부화 중지란’이 김밥 등에 사용되었다는 보도와 폐식용유에 향료와 색소를 넣은 가짜 참기름이 식당에서 주로 사용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무리해서 저렴하고 푸짐한 음식을 공급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편법을 사용하는 음식점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이다.

결국은 모든 사람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는 이야기이다. 경제에서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점심을 먹었으면 누군가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듯이 어느 누구에게도 부담이 가지 않는 정책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를 의료 분야에 적용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낮은 수가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많은 병원이 도산하였고, 월급을 강제로 차압 당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진부하게 들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비만, 미용과 같은 비보험 분야를 키우는 역작용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약가 인하가 단행된다. 약가 인하 자체야 반가운 일이지만 그 동안 많은 제약회사들이 경영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약이나, 꼭 필요하지만 판매량이 적은 약들의 생산을 중단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걱정이 앞선다. 또한 중국과 인도가 제약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한다는 보도를 보면서 아직은 국내 시장에 머물려 있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제약회사들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신약을 성공시켜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도 된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급격한 노령화의 진행은 의료비의 가파른 상승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는 2000년에 진입했고, 노인 인구가 14%인 고령사회에는 2019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19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프랑스 115년, 미국 71년, 영국 47년,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24년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고혈압, 협심증, 당뇨 및 암과 같은 생활습관병의 증가를 동반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도 건강 보험 재정은 겨우 유지되는 수준일 뿐 아니라 의료수가의 억제와 약가 인하를 앞으로 더 하기도 힘들 정도로 낮춰온 상태이다. 게다가 사람들의 고급 의료에 대한 욕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GM, 포드 그리고 크라이슬러가 고전했던 이유의 상당 부분이 의료비 지출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고, 과다한 의료비 지출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듯이 의료 재정의 문제는 세계 각국이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비교적 의료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유럽의 경우도 보험 재정은 만만치 않은 문제인 것 같다. 독일의 경우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연방정부의 국가 보조금이 2005년 1.7%(25억 유로)에 불과했지만 대대적인 재정개혁을 통해 국가 보조금의 비율을 급격히 늘려 2010년에는 8.9%(157억 유로)로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보험료의 지나친 상승으로 인한 근로자의 부담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프랑스는 이보다 더 극적이다. 15년 전에는 보험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가 전체 건강보험 재원의 95%에 달했지만 제도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전체 건강보험 재정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줄이는 대신 다양한 목적세를 만들었다. 담배, 술 등 건강을 해치는 대상에 목적세를 부과하고 제약회사의 광고선전이나 판매 이익에도 세금이 붙는 방식으로 부과되는 방식으로 무려 30여종에 달하는 목적세(간접세)를 신설하였다. 특히 올해는 비만을 유발하는 일부 음료를 대상으로 '비만세' 도입을 고려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제과류, 초콜릿 등에도 비만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한다.

의료 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하고 누군가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서민들의 의료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특히 보험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혈압, 협심증, 당뇨, 뇌졸증, 암과 같은 생활습관병의 증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술, 담배는 물론 패스트 푸드, 인스턴트 식품, 각종 식품에 들어가는 화학 첨가제와 유흥업소 등에 세금(목적세)를 부과하는 것이 보험 재정에도 기여하지만 보험 재정 증가의 원인을 제공한 업종이 책임을 진다는 면에서도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현석은?

1986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사1994년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수료 및 전문의
1998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사2006년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2011년 광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대학원 의료커뮤니케이션 박사
2011년 한국문화산업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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