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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기⑩-B형간염 병용요법] "치료 인정하되 보험 안되는 해괴한 급여기준"

그간 의료계와 정부는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의료계는 급여기준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주장한 반면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일관성 없는 고시 개정을 남발해왔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는 물론 환자들도 불합리한 급여기준으로 인한 피해를 적지 않게 봤다. 이에 <라포르시안>은 의사와 환자 간 라뽀를 해칠 수 있는 급여기준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관련 학회와 정부의 대안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시리즈의 제목 '애·정·기'는 '애매한 급여기준을 정리해주는 기사'라는 뜻이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김수현(가명, 34세)씨는 만성B형간염으로 인해 수년간 '라미부딘(Lamivudine)' 제제의 치료제를 복용하다 내성 바이러스로 인해 ‘엔테카비어(Entecavir)’ 제제로 치료제를 변경했다. 그러나 엔테카비어 제제에도 내성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병용투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러나 B형 간염 치료제 급여기준에 따르면 병용투여시 한가지 약제만 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에 A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병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일 한번씩 복용해야 하는 간염 치료제의 급여 적용을 못받는다는 것은 A씨 입장에서는 치료를 포기하란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국내 만성 간염환자는 약 250만 명에 이르며, 이 중 약 40만명 가량이 만성 B형간염 환자다.

특히 만성B형간염이 간경변과 간암으로 이어질 확률은 75% 이상이며 매년 2만 여명의 간질환 및 간암 사망자 가운데 만성 B형 간염에 의한 사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만성 B형 간염의 특성상 장기간, 환자에 따라서는 평생 치료제를 복용하다보니 치료제에 대해 내성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두 가지 치료제를 병용으로 복용할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 병용요법으로 치료 중인 만성 B형 간염환자는 2만4,000명 정도로, 이들은 1차로 내성 발현율이 낮은 '바라크루드' 등을 복용하고 후에 내성이 발생하면 '제픽스'와 '헵세라' 또는 '바라크루드'와 '헵세라' 등을 병용 투여한다.

이같은 병용요법은 만성B형간염 치료의 표준 가이드라인이며 심평원의 급여기준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병용요법 자체는 인정하지만 두 가지 치료제 중 한가지 치료제는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라크루드(엔테카비어), 제픽스(라미부딘), 헵세라(아데포비어) 등의 약값은 1일 1회 투여시 3,200~6,500원 사이로, 병용투여 할 경우 환자당 1년에 118만~237만원 정도를 환자가 본인부담해야 한다.

취직조차 쉽지 않을 뿐더러 수십년, 길게는 평생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B형간염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총무는 “심평원 급여기준은 치료는 인정하지만 급여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앞뒤가 안맞는 해괴한 급여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윤 총무는 “심평원의 급여기준으로 인해 상당수의 만성B형간염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느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병용 요법시 두가지 치료제 모두에 급여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도 이런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정호 정책이사는 “병용요법 급여확대가 정부의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주장은 이해한다”며 “모든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 확대가 어렵다면 연간 치료비 상한선을 책정하고 그 이상의 금액을 국가에서 부담해 치료비를 보존해주는 것도 환자들을 위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을 이유로 환자들의 적극적인 치료를 저해하는 것은 보편적 복지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최대한 환자들의 부담을 줄여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만성 B형간염 병용요법에 따른 두가지 치료제를 모두 급여로 인정할 경우 재정적 부담이 너무 커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약재등재부 관계자는 “급여기준에서 만성B형간염 치료제의 병용요법을 인정한 것은 환자들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국내외 가이드라인에 근거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환자수와 약값을 감안할 때 병용요법시 두가지 치료제에 모두에 대해 급여를 확대하면 재정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유럽 등 해외에서 병용요법시 두가지 치료제를 모두 급여를 인정해주는 곳도 있다”며 “하지만 상황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급여만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않다”고 말했다.

손의식 기자  hovinlove@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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