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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좁고 힘든 길'을 가는 의료생협<송윤희의 다큐공감>

필자는 의료생활협동조합에 종사하지는 않았고, 그저 가까이서 제 3자로서 수년간 생협을 지켜봤기 때문에 간단한 단상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의료생협이라는 병원 조직이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확실하게 의료생협의 개념이 대중적으로 퍼져있지는 않은 듯하다. 의사인 필자조차도 수년 전 처음으로 의료생협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에, 이 생협 체계가 무상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곳인지, 조합원들의 회비로 돌아가고 있는 곳인지, 건강보험 외에도 어떤 조합 형태의 보험 체계가 돌아가고 있는 곳인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먼저 답부터 하자면 의료생협은 똑같이 건강보험 체계 하에서 보험의 혜택을 받으며 급여 기준을 따르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 심사를 받고 있다. 또 적절한 수준의 법적 비급여 기준을 책정해 운영하고 있는 똑같은 민간 의료기관이다. 다만, 생협법 하에 약간의 세제 혜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의료생협의 운영체계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자 하지 않는다. 생협은 지금도 새로운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개원이 이어지고 있고 분명 발전해 나가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현재 개원가 현실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안은 채 발전해나가고 있다고 하는 것이 옳은 말일 것이다.

'의료생협에서는 한 환자당 20분 진료를 한다?' 필요시 그런 진료를 하는 사례도 왕왕 있겠지만 일반화시켜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모든 의료생협 의원들이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현실적으로 '20분 당 1인 진료'라면 한 시간에 3~4명, 하루 8시간 근무라 치면  20-30명 인 셈인다. 환자가 몰리고, 1인당 진료비용이 똑같은 보험체계를 따르는 상황에서 그런 환자 수로는 수지타산이 맞을리 없다. 

실제로 의료생협 병원에서 근무하는 필자의 남편은 하루 평균 혼자서 70명 정도의 환자를 본 것 같다. 의사 2인 체계에서 하루 내원 환자는 100명을 훌쩍 넘었고, 번갈아가며 1인은 건강검진만 담당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결국 외래에서는 70~80명의 환자를 하루 종일 봐야 하는 셈이다. 물론 개원가에서 의사 1인이 하루 100명 넘게 보는 수준의 로딩보다는 훨씬 미약할 것이다. 그러나 검진, 검진 입력, 검진 환자 설명(예로, 위내시경 실행 후 환자가 깨면 곧바로 설명을 그 자리에서 시행), 보험 삭감 관련 서류 작업 등등의 모든 업무들이 외래 환자 70-80명을 보는 업무와 같이 진행되는 방식에서 결코 작은 업무부담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의료생협의 현실을 말하려 한 것이다. 의료생협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밑바탕에는 분명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등 많은 의료진들의 노동이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노동의 과한 투자(자본가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착취라는 표현은 삼가려고 한다)가 있어야만 그나마 외형적으로 평온하게 의료생협이 건재해 보이는 현실을 말하려고 한 것이다. 그 외에도 생협 실무자들 입장에서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매일매일 이겨나가고 있으리라고 짐작한다. 어차피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민간의료 체계에서 무언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설립되어 굴러가고 있는 조직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어야 하는 것. 그 대가 중 가장 큰 것이 의료진들의 노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민단체 간사 월급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급여를 받는 생협 실무진들의 역할을 작게 보는 것이 아니다.

주치의 제도를 개원가에서 시행하려는 의료생협은 좁고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안에 조직원들의 열정을 봐서는, 그 어려운 행보는 계속 될 것이다. 때로는 몇 년 만에 탈진되어 교체되는 노동력들도 있겠지만, 생협이 지향하는 명확한 목적의식은 또 다른 열정 있는 노동력을 불러 오기 마련이다. 어렵게 굴러가면서도 나날이 지점병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생협연대에 기대를 계속 해본다. 최소한 이렇게 한 조직이라도 ‘명시적으로’ 수지타산과 이윤의 논리보다 더 나은 의료 공급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이 위안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송윤희는?

2001년 독립영화워크숍 34기 수료2004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학사2008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2009년 산업의학과 전문의2011년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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