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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약품재분류, 특정집단 이익 반영돼선 안 돼<이재호의 현안 브리핑>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허가(신고)된 전체 의약품 3만9,254개 중 주사제 등 분류가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 검토가 필요한 총 6,630품목에 대한 검토를 대부분 마무리짓고, 11단계의 알고리즘을 정해 의약품 재분류 작업을 추진하는 막바지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의약품 재분류 작업이 마무리 되면 어떤 의약품이라도 알고리즘에 의한 분류체계 시스템에 넣으면 자동으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는 품목은 500여개 정도로 전체적으로는 일반의약품 및 전문의약품 분류전환에 따른 품목비율은 큰 변화는 없다는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나아가 일부 품목의 경우 추가 검토가 필요해 국내외 사례 및 약물상호작용 등 보다 심층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어 재분류안이 마련되는 대로 의약계, 제약업계 의견조회 및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에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에 맞춰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의 의약품 재분류 이후 약 12년 만에 의약품 재분류를 추진한다는 점은 크게 고무적이다. 하지만 의약품 분류체계를 재정비 하는 것은 의료인의 약물사용 양상과 국민들의 투약 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의약품을 재분류함에 있어서 심사기준은 의·약학적인 면에서 과학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그 기준적용 역시 엄격해야 하나 과학적인 의약품 분류 및 재분류를 위한 체계와 절차는 미비해 보인다. 그런데 아직 효능·효과 및 사용상 주의사항 등의 차원에서 당연히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함에도 상당수가 함량 또는 제형의 차이에 의해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의약품이 많다.

해열․진통․소염제 약효군으로 분류되어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 중 심각한 부작용 등이 보고되고 있는 메크로페남산나트륨(전용량), 메페나믹산(전용량), 케토프로펜(25, 50mg), 티아프로펜산(100, 200mg), 피록시캄(5mg), 고용량의 이부푸로펜(300, 400, 600mg) 등은 전문의약품으로 재분류되어야 한다.

골격근 이완제 역시 정확한 진단 없이 불필요한 질환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사용 전 그 필요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무분별한 남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부작용 및 진단적 측면에서 골격근 이완제의 사용은 의사의 처방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브롬화메트스코폴라민, 브롬화부칠스코폴라민, 염산디싸이클로민, 염산파파베린 성분과 같은 소화기계진경제(antispasmodics)는 주로 급성복통 등의 소화기 질환에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약물들로서 복부 통증의 진단이 완전히 확립되어 위와 같은 위험성이 배제된 후에 비로소 처방할 수 있는 약제들이므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타당하다.

소화성 궤양용제 중 양자펌프 억제제는 강력한 제산 효과로 단기간에 위통을 억제하므로 진단을 늦추거나 치료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농후하여 절대적으로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담제 중 우르소데스옥시콜린산은 전 세계적으로 이담제로 분류되어 의사의 전문적인 진단에 의해 처방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간장질환용제로 분류되어 불필요한 오·남용이 심각한 의약품 중 하나로서 반드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야 하는 약제라고 할 수 있다.

국소 스테로이드제(부신피질호르몬)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국소 항염증 약물이며 또한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 약물의 부작용이 보고된 환자에서 약물의 구입 경로를 살펴보면 약 80%가 자가 진단하거나 약사의 권유로 약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소 스테로이드제의 적응증, 그 약제가 가지는 부작용,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실제 상황과 외국의 분류 등을 고려하면 히드로코티손 0.5%, 1%를 제외한 모든 국소 스테로이드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타당하다.

국소 항생제의 사용은 정확한 진단 하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선택되어야 하며,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국소 항생제가 처방약으로 분류되어 있는 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항바이러스제 중 아시클로버는 단순포진증이 발생하였을 때 사용하게 되는 치료약으로 정확한 진단 없이 사용되면 자극성 및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이 상당한 빈도로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입술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특이적, 비특이적 증상에 대하여 바이러스질환이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대표적인 의약품으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는 것이 분류기준에 적합하다 할 것이다.

질정제 중 클로트리마졸, 질산옥시코나졸, 포비돈요오드, 아스코르빈산, 인산클린다마이신 등의 비뇨생식기관용제로 현재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임신시 조산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필요하다. 기관지확장제 중 살부타몰외형제(벤토린흡입제)는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 없이 사용해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기대하기 힘들고 오·남용의 우려가 많으므로 시급히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산동제 중 메틸황산 네오스티그민 성분의 의약품은 안과용제로 교감신경 부작용으로 복통, 설사, 발한, 타액분비, 축동 등 순화기계 부작용으로 서맥, 빈맥, 혈압강하 등이 보고되고 있고 기관지 경련으로 천식악화, 과량사용시 정신신경계에 작용하여 두통, 발한, 불안감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비강수축제 중 염산키실로메타졸린 성분의 의약품은 의사의 면밀한 진찰과 경과관찰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야 하는 의약품이므로 일반의약품으로 놔둬서는 안 될 약물이다.

진통제 중 스코폴라민 성분의 부착포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방향감각 상실, 불안, 혼돈증세, 일시적 정신이상, 환각, 정신착란, 기억력과 인지기능 장애 등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스코폴라민 성분 부착포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올해 초 국내 방송에서도 다뤄진 적이 있는데 국민 건강보호를 위해 시급히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하는 의약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 문제가 국가의 중대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교육비 문제와 늦어지는 초혼연령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피임법을 사용하지 않아 인공임신중절이 증가하는 것도 한가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는 경구 피임약은 반드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의 사후피임약 역시 일반 피임약의 10~30배 이상의 고용량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는 의약품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오·남용될 경우 여성의 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치게 되는 문제뿐만 아니라 산모 후유증으로 인한 불임의 원인과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도 역행하기 때문에 전문의약품을 유지해야 한다.

약물요법은 현대 의료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따라서 치료효과를 최대화하면서도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기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분류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떠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의약품 분류작업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나타나는 지역적, 유전적, 임상적 특성이 철저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치료효과를 최대화하면서도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기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분류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원칙을 지켜줄 것을 정부에 당부한다.

이재호는?

1985년 한양대 의과대학 졸업2006년 전 제34대, 제36대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2011년 의사협회 의료정책고위과정 간사2011년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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