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과 업무와의 연관성 여부를 정밀조사하는 역학조사를 지금까지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전담해 왔지만 앞으로는 민간 전문기관에서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3월 중 관련 규정을 제·개정한 후 4월 중 희망기관의 신청을 받아 역학조사 민간전문기관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역학조사 기관은 현재 작업환경 측정과 시료 분석이 가능한 대학병원 중 직업환경의학 외래가 개설된 20여곳 중 참여 희망기관을 대상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역학조사를 연구원에서만 수행하다보니 조사가 지연되고 판정이 늦어지고, 원인규명이 어려운 직업병 등에 대한 조사연구 기능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역학조사는 1997년에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돼 법 제도적으로 정착된 제도로, 질병이 사업장의 유해물질 등으로 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직무로 인한 것인지를 정밀 조사하는 것이다.

연구원에서 조사결과를 제공하면 산재판정기관(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근거로 직업병 여부를 판정하게 된다.

앞으로 지역 민간기관이 역학조사를 수행하면 작업환경 측정이나 특수검진 등 축적된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되므로 근로자 및 사업장에 대한 현장조사가 수월해져 신속한 판정이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이 역학조사에 참여하면 진단 역량이 향상돼 지역 근로자들의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고용부는 내다봤다.

고용부는 다만 조사 결과가 기관에 따라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산업안전보건공단에 설치된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신뢰성·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민간 전문기관이 역학조사에 참가하면 현장 접근성이 높아져 산재를 신청한 근로자나 사업주가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종직업병 같은 중대 사례에도 빨리 대응할 수 있게 되어 제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발전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간 의료기관에서 직업성 질환과 관련된 진료를 수행해 온 직업환경의학 외래협의회는 오는 16일 가톨릭의대 의과학연구원에서  관련 학계, 노·사 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협의회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현행 역학조사 시스템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