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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심장은 좌우 가슴에 걸쳐 있다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2.03.1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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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정확히 왼쪽 가슴에 위치하진 않는다. 가슴의 왼쪽에 좀 더 치우쳐 있지만 오른쪽에도 약간 걸쳐 있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가슴 한가운데 흉골을 기준으로 왼쪽에 2/3, 오른쪽으로 1/3 정도 위치한다고 한다.

뜬금없이 심장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의사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오는 4.11 총선이 다가오면서 의료계 내부적으로 이른바 ‘의사 정치세력화’에 대한 요구가 꿈틀거리고 있다. 의사 출신 후보의 정치권 입성이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의료계가 정치세력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2000년 의약분업 도입과 이른바 ‘의권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세력화 필요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싶다. 이후 지난 10여 년 간 총선이나 대선 때면 의사단체들이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며 위험한 줄타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 끝에 일부 의사단체 수장은 국회에 입성해 금배지를 달았다.그간의 정치세력화 과정을 살펴보면 의사들은 주로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의약분업이 진보적 성향의 국민의 정부에서 도입됐고,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는 인식 하에 그 반감으로 보수적 성향의 정치권에 친밀감을 표시하며 지지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의사사회에 이념 과잉을 불러왔고 정치적 구호만 가득한 거대담론 속으로 의사들을 끌어들였다. 또한 ‘정치적 의사’들이 의사 단체의 수장으로 부각되면서 대외적으로 의사 단체를 이익집단으로 인식시키는 데 한몫했다.

의사들의 정치참여, 혹은 정치화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움직임을 통해 합리적 의료환경을 조성하고 국민의 건강권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보다 바람직한 일은 없을 듯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는 의약분업으로 갈등 관계가 심화된 약사들의 반발과 견제를 불러왔고, 의약사간 정치세력화 경쟁을 초래해 갈등만 야기시켰다.

국회로 진출한 의사와 약사들은 특정직역의 이익에 충실한 입법 활동과 정치 활동을 벌여왔고, 그 와중에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역할은 실종됐다. 급기야 지난 2007년에는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현직 의협 회장이 검찰에 기소되는 불미스런 일까지 발생했다. 

근본적으로 좌우 이념적 편향, 혹은 특정 정치세력화가 의사집단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가 의문이다. 의사집단의 정치화는 필연적으로 반대세력을 불러오고 이로 인해 구체적인 의료 현안에 대한 생산적 논쟁보다 불필요한 논란만 초래할 뿐이다. 의사출신 정치인을 배출한들 그들은 결국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소속정당의 정치논리를 충실히 따를 수밖에 없다.  

특정 정당을 향한 ‘청맹과니’ 같은 짝사랑이 과연 의료계의 발전, 혹은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곰곰이 따져 봐도 알 수 있다. 의료계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겠다는 심리로 MB정권을 지지하고 선택했지만 오히려 실망과 배신감만 깊어지고 있다. 의료계가 그렇게 목을 매는 수가인상률만 놓고 봐도 그렇다. 참여정부 당시 수가인상률은 평균 2%대 중후반에서 3%대를 기록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1% 중반에서 2% 초반에 그쳤다.

더욱이 현 정부는 의료를 상업화의 관점으로만 바라볼 뿐 의료서비스 그 자체가 지닌 특성은 간과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서비스 선진화 방안도 결국엔 민간기업 자본을 의료시장에 끌어들여 무한 경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는 리베이트 쌍벌제와 일명 ‘의료계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아동청소년보호법 개정, 무과실 사고 보상에도 의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의료분쟁조정법 등을 추진했거나 추진할 모양이다.

이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 의료계가 지향해야 할 정치세력화 방향은 과연 어느 쪽일까. 보수일까, 진보일까. 혹은 제 3의 길일까. 아니다. 이미 실패는 충분히 경험했다.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되기보다 의료서비스와 의업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최대화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이념적 편향성 따위 버리고, 정치세력 따위도 버리고 오직 의술이 지닌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만이 진정한 정치세력화가 아닐까 싶다. 가슴 한가운데 흉골에서 좌우로 심장의 위치만큼, 딱 그만큼만 위치를 잡으면 어떨까.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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